부산시청사 2층에 마련된 흡연부스 모습. 안에 들어가서 흡연하는 사람을 찾기 힘들다.
부산시는 6일부터 부산 소재의 도시철도 출입구 10m 이내를 금연구역으로 확대 지정했다. 이번 금연구역의 확대는 지난해 11월 1일 ‘부산광역시 금연 환경 조성에 관한 조례’ 개정에 따른 후속조치로 풀이된다. 부산시는 “그동안 시와 구·군을 통해 길거리 흡연의 피해를 호소하며 규제를 요청한 시민들의 요구를 시정에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부산시는 지난 2011년 버스정류장 10m 이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했다. 이어 이번에 도시철도 출입구 10m 이내도 금연구역으로 확대 지정했다. 이에 따라 이제 금연구역은 부산에 소재한 도시철도 1호선, 2호선, 3호선, 4호선, 부산김해경전철, 동해선 등의 출입구 750여 곳까지 늘어나게 됐다.
시는 제도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9월 5일까지 홍보와 계도를 실시하고, 이후 도시철도 이용시민이 많은 출퇴근시간대에 공무원·단속원·지도원 등을 투입해 집중적인 단속을 벌일 방침이다. 금연구역에서 흡연행위를 할 경우 관련 조례에 따라 2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시의 이번 금연구역 확대 조치를 싫어할 시민은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때늦은 감이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부산의 금연구역은 이처럼 밝은 빛의 모양을 띠며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그늘도 존재했다. 바로 등잔 밑 어두운 부분이 시청사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시는 청사 구조상 정문은 2층, 지하철 연결통로도 쓰이는 후문은 1층과 각각 연결된다. 중앙대로와 평행으로 접한 2층과 이어지는 정문 왼쪽에는 흡연자를 위한 부스가 따로 설치돼 있다. 하지만 이 흡연부스는 사실상 무용지물이 된 상태다. 흡연을 하기 위해 밖으로 나온 시 공무원들이 저마다 부스에는 들어가지 않고 그 주위에서 담배를 피우는 까닭이다.
흡연부스 근처 외부에 마련된 쓰레기통. 꽁초가 가득한 모습이다.
이런 이유로 시청사를 드나드는 시민들은 인상을 짓기 일쑤다. 온천동에 거주하는 이슬기 씨(여·32)는 “시청 주위에 매장을 둔 탓에 매일 시청으로 온다. 버스에서 내려 시청에 들어설 때마다 담배연기로 인해 심한 불쾌감을 느낀다. 전부 밖에서 담배를 피울 거면, 부스는 왜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일부러 집에서 먼 지하철역까지 가서 시청으로 오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 같은 현실을 부산시가 수수방관한다는 점이다. 부산시 건강증진과 관계자는 “지금으로서는 시청사 금연구역에 대한 단속실적이나 계획이 전무하다”며 “시청사 정문 왼쪽에 설치된 흡연부스도 편의에 따라 설치한 것이므로 금연구역에서 흡연해도 강제할 근거는 없다”고 말했다.
비슷한 상황은 1층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특히 시는 1층에는 아예 흡연부스마저 마련해놓지 않았다. 1층에 흡연장소로 지정된 곳은 후문과 조금 떨어져 있다고는 하나 전부 외부공간이다. 때문에 바람이 부는 날이면 어김없이 담배연기가 후문을 타고 들어와 시청사 내부로까지 침투한다. 이런 이유로 후문을 출입하는 민원인들의 불만이 매우 높다.
부산시는 6일 오전 도시철도 출입구 금연구역 지정을 알리는 선포식을 지하철 1호선 부산시청역 3번 출구 앞에서 가졌다. 금연정책 의지를 대내외에 널리 알린 셈이다. 하지만 비슷한 시각, 시청사 주위에는 여전히 담배연기가 흩날렸다. 부산시가 시민들을 계도하고 단속하기에 앞서 자신들을 먼저 되돌아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하용성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