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정일치 사회에서 정부기관이자 종교의 역할을 하는 부탄 푸나카종
# 나 부탄 가! 뭐? 북한?
가이드를 동반하지 않고는 여행 할 수 없는 나라? 아직도 그런 나라가 존재했던가? 북한인가? 이제 지구상에 모험심 넘치는 여행자가 가지 못할 곳이란 없고 탐험이라는 단어도 수많은 패키지여행 앞에서 빛을 바랬지만, 그 많은 모험가와 탐험가마저도 얌전히 호텔을 정하고 체류 일정을 픽스 하고 가이드를 동반해야만 발을 디뎌볼 수 있는 나라가 있다. 부탄왕국이다.
한국에서 부탄으로 바로 가는 직항편도 당연히 없다. 싱가포르, 방콕, 인도, 네팔 등에서 갈아타야 한다. 부탄에 취항하는 외국항공사도 없어 부탄 국적항공사인 드룩에어와 부탄에어만이 유일한 국제공항인 파로공항에 닿는다. 첩첩산중에 둘러싸인 파로공항에 착륙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파일럿도 전 세계 단 몇 명뿐이다.
부탄 파로의 절벽 위에 아슬하게 세워진 탁상사원은 부탄인에게 신령스러운 장소다
그래서 부탄왕국에는 절대로 여행객이 몰리지 않는다. 태국이나 베트남 여행처럼 수 십 명씩 몰려다니며 우왕좌왕 하는 여행객은 아예 찾아볼 수 없다. 부탄정부가 유지하는 독특한 관광정책 때문이다.
정부는 배낭여행객이나 자유여행객에게는 비자를 발급하지 않는다. 여행자는 무조건 정부에 등록된 현지의 여행사를 통해 여행일정을 정하고 자신의 체류비와 여행세금을 지불해야 한다.
3성급 호텔 기준으로 세금을 포함해 정부에 내야 하는 하루 체류비는 최소로 잡아도 비수기 200$, 성수기 250$ 정도다. 체류비 안에는 숙박비와 식비, 교통비, 현지가이드비가 모두 포함된다. 정부에서는 여행경비가 송금된 것을 확인한 후에 비자를 발급해준다. 역시, 지구상에 마지막 남은 샹그릴라로 들어가는 문이 그리 쉬울 리 없다.
부탄에서 가장 큰 좌불이 있는 부다포인트로 올라 가는 부탄인들
# 까다로워서 더 끌려! 나쁜 남자? 아니 착한 그 곳!
여행하기 참 까다롭다. 하지만 그 까다로움이 자국민의 삶에 평화와 안정을 가져다준다. 부탄정부가 유지하는 관광정책은 ‘High value, Low impact tourism!’ 이다. 수준 높은 여행서비스를 제공하되, 현지의 사람들과 문화에 최소한의 영향을 주겠다는 정책이다.
대부분의 국민이 행복하다고 느낀다는 부탄, 정부의 모든 정책입안의 기준은 “국민의 행복에 더 가까이 가기 위한 것‘ 이다. 달리 행복의 나라가 아니다. 외국에서 오는 여행자보다는, 돈 보다는, 내 국민의 소소한 행복이 더 우선이라는 그들의 소신이 눈물겹다.
이탈리아 베네치아 원주민들은 밀려오는 외국관광객으로부터 자신들의 삶을 지키기 위해 정부를 상대로 종종 시위를 벌인다. 한꺼번에 몰려드는 외국관광객들은 관광 수입으로 먹고 사는 이탈리아의 원주민들마저 피켓을 들게 만들었다.
부탄은 전 세계에서도 흔치 않은 제정일치의 사회다
삶에는 조화가 필요하다. 돈이 줄 수 없는 안위가 있다. 원주민의 평화로운 삶과 문화가 돈의 논리에 밀려 시나브로 파괴되고 있는 세계의 많은 관광지들, 그들은 돈을 벌고 있지만 그만큼의 다른 무언가를 잃고 있다.
우리는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먹고 자고 돈 벌고 소비하고 일하고 놀고 사랑하고 싸우고 미워하고 화해하지만 무엇을 위해 살고 있나, 때로 막연한 허무가 밀려든다. 그런 허무를 느낄 겨를이 없도록 우리를 매일매일 복잡하고 또 재미있는 세계로 안내하는 자본주의 사회, 그래서 여행만이라도, 단 며칠만이라도 왠지 알 수 없는 먼 곳으로 떠나고 싶어진다.
마지막 샹그릴라 라고 불리우는 나라 부탄, 부탄인들은 추상적인 행복을 좇는 대신 피부로 느껴지는 행복의 비결을 갖고 있다는데, 그 비결이란 과연 뭘까. 그 곳에서 더 이상 ‘보는 여행’이 아닌 ‘깨닫는 여행’을 꿈꿔본다. 2018년 봄, 나만의 여행을 꿈꾸는 여행자에게 부탄왕국을 권한다.
이송이 여행레저 기자 runaindia@ilyo.co.kr
자료제공 = 한재철 플래닛월드투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