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방검찰청 금융조사2부(정대정 부장검사)는 가상통화 거래사이트 운영업체 ‘코인네스트’ 김익환 대표와 임원, 소형 가상통화 거래사이트 운영업체 A 사의 대표와 임원 등 총 4명을 업무상 사기·횡령 등 혐의로 4일 체포했다고 밝혔다.
검찰이 포착한 혐의는 크게 두 가지. 사기와 횡령이다. 가상화폐를 미리 확보한 뒤 매수자와 매도자를 연결시켜야 하는데 실제 가상화폐를 가지지 않고 있었음에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속인 것(사기)과 투자자들이 가상화폐를 매입하기 위해 거래소가 제시한 가상계좌로 입금한 돈을 업체 대표나 임원 개인 계좌로 넣어 일부 유용한 것(횡령)이다.
업계 5위 코인네스트 홈페이지. 검찰은 최근 대표 김익환 씨를 횡령, 사기 혐의 등으로 체포했다.
당초 이들은 검찰 수사를 앞두고 “문제가 될 부분은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은 검찰을 납득시키지 못했다. 압수수색 과정에서 대표, 임원 계좌 내 수상한 자금 흐름 내용이 드러난 것. 지난달 12~15일 동안 가상화폐 거래사이트 3곳을 압수수색한 검찰은 해당 증거들을 기반으로 체포영장을 발부 받았고, 4일 김익환 대표 등 4명을 동시 체포하며 수사 본격화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투자자들을 속였다는 점에서 검찰은 이들의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보고 있다. 예를 들어보자. 코인네스트에 돈을 입금한 투자자가 특정 가상화폐를 매입하면 해당 가상화폐를 지급해야 하는데 이들은 사이트 화면 상에서만 매입된 것처럼 표시시키고 아무 것도 지급하지 않았다. 또 일부 투자자들이 가상화폐 매입을 위해 이체한 돈을 개인 계좌로 보내 마음껏 사용했다. 검찰은 이 같은 사기, 횡령 금액 추정액이 수백억 원에 달한다고 보고 있다.
대표 체포와 관련해 코인네스트가 홈페이지에 올린 공지글.
현재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가상화폐 거래소는 코인네스트를 포함 모두 3곳. 하지만 검찰은 이 곳 외에도 수상한 자금 흐름이 드러난 업체를 들여다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다른 가상통화 거래사이트 운영업체도 계속해서 조사할 계획“이라며 수사 확대 가능성을 시사했다.
중소 거래소들을 중심으로 이 같은 불투명한 자금 흐름이 사정당국의 수사를 앞두고 있다면, 상대적으로 투명성을 인정받은 대형 거래소들은 ‘외연 확장’에 나섰다. 추가 투자를 유치하는 등 시장 선점 경쟁에 나선 것.
특히 거래소 코인원은 주주사를 통해 지난해 주식시장 상장을 추진했던 사실이 ‘일요신문’ 취재 결과 확인됐다. 거래소 코인원의 최대 주주는 옐로모바일. 옐로모바일은 다수의 벤처기업들이 상주하는 지주사 성격의 회사인데, 최대 주주는 이상혁 대표(지분율 28.65%)다. 지난해 옐로모바일은 코인원의 성공에 힘입어 한국 거래소 상장을 시도했다. 상장 추진 과정에는 홈캐스트 주가 조작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졌던 원영식 W홀딩컴퍼니 회장도 참여했는데, 조합 구성 과정을 깔끔하게 금융당국에 소명하지 못해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코인원이 최대주주 옐로모바일 ‘상장’을 통해 추가 투자금 확보 등을 추진했다면 지난해 거래량 폭증 때 엄청난 매출을 기록한 빗썸은 직원 채용 확대 및 대외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빗썸은 네이버, 숙박업체 ‘여기 어때’, 인터파크 비즈마켓 등과 손잡고 가상화폐 결제 시스템으로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또 최근 400여 명에 달하는 정규직 직원을 채용하며, 향후 블록체인 관련 사업을 주도적으로 끌고 나가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빗썸의 자신감은 확보해 둔 현금. 빗썸 관계자는 “지난해 순이익이 많이 발생해 2500억 원 안팎의 현금을 가지고 있다”며 “향후 블록체인 관련 사업 전반에서 주도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코인원 로고.
하지만 떨어지는 가상화폐 가격과 거래량은 업계 전반의 고민이다. 때문에 시장에 안착한 대형 거래소들 사이에서는 시장 점유율 확대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빗썸은 최근 이벤트 기간에 거래수수료를 0.15%에서 0.05%로 인하하며 거래 활성화를 유도했고, 업비트는 최근 신규 상장한 코인들의 거래 수수료를 상장 후 일주일간 무료로 진행하기로 하면서 투자자들 유치에 나섰다. 거래수수료를 낮춰 거래량을 대폭 늘리겠다는 복안.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다시 봄이 오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가상화폐 거래소 흐름에 밝은 법조계 관계자는 “이제 검찰에서 막 수사가 시작된 상황”이라며 “기존 대형 거래소들도 소형 거래소 못지 않게 문제가 많다는 소문들이 흉흉한 상황에서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가격도 크게 하락하지 않았냐. 국세청이 세금을 부과할 때까지 소형 거래소들은 물론, 대형 거래소들도 ‘버텨야’ 하는 상황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환한 기자 brigh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