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4일 인기 유튜버 최 린군을 서울 성동구의 자택에서 만났다. 최준필 기자
하지만 여기 ‘크리에이터’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초등학생이 있다. 바로 48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마이린TV’의 최린 군(12)이다. 기획부터 진행까지 촬영을 제외한 전 과정에 참여하는 최 군은 벌써 3년차 베테랑 유튜브 크리에이터다. 2016년부터는 키즈 크리에이터 선발대회의 멘토로도 활약하고 있다. 한편으론 온라인 게임과 슬라임 그리고 역사책 읽기를 좋아하는 평범한 대한민국 초딩이다.
4월 4일 방문한 최 군의 집 곳곳에는 그가 유튜브 크리에이터임을 보여주는 흔적들이 있었다. 스튜디오도 선반을 검은 천으로 가려 만들었다. 촬영 장비는 어떤 걸 쓰는지 물으니 최 군의 아버지 최영민 씨는 “아이폰으로 촬영하고 있다”고 답했다.
최 군과 유튜브의 인연은 최 군이 아버지가 보여 준 온라인 게임 영상을 접하면서 시작됐다. 최 군은 “평소 마인크래프트라는 게임을 좋아했는데 아빠가 유튜버 양띵님의 마인크래프트 영상을 보여주셨어요. 그걸 보고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라고 말했다. 결국, 최 군은 2015년 3월 부모님과 함께 참가한 ‘유튜브 키즈데이’에서 마이린TV라는 이름으로 지금의 채널을 개설하게 됐다.
마이린TV는 최 군이 진행자가 되어 정보를 전달하는 채널이다. 예컨대 바퀴가 1개인 휠리스와 바퀴가 2개인 휠리스를 최 군이 직접 타보며 차이를 짚어주고, 안전하게 타는 법까지 소개하는 식이다. 장난감 리뷰로 시작한 영상 주제도 이색 행사 체험, 유명 유튜버 인터뷰 등으로 풍부해졌다.
최군은 벌써 3년차 프로 유튜브 크리에이터다. 최준필 기자
편집은 어떻게 하느냐고 물으니 최 군은 “예전에는 제가 편집 프로그램 ‘무비메이커’로 다 했는데 최근에는 컷 편집만 제가 하고 나머지 부분은 다른 분이 도와주고 계세요”라고 답했다. 최 군은 가장 애착이 가는 영상으로 ‘밤 12시 엄마 몰래 라면 끓여 먹기’를 꼽는다. 최 군은 “진짜 밤 12시에 부엌에서 간단히 찍었던 영상인데 조회 수가 600만이 넘어서 깜짝 놀랐어요”라고 말했다.
‘천상 방송인’ 같은 지금과 달리 초기 영상 속 최 군은 많이 어설퍼 보인다. 아버지 최영민 씨는 “처음 영상 보면 말없이 장난감만 만지작거려요. 사실 린이가 어린 시절 저처럼 또래보다 몸집이 작은데 남자 아이들은 특히 커 가면서 힘의 세계가 생기는 경우가 많고 스포츠 능력에도 차이가 생기잖아요. 하지만 유튜브를 하면서 린이는 자기 효능감을 크게 느꼈고 결과적으로 학교생활에도 크게 도움이 되었죠”라고 말했다.
마이린TV 구독자의 대부분은 초등학생이다. 슬라임(끈적끈적한 점액질 형태 장난감), 휠리스(바퀴달린 신발). 수봉(수제봉투), 인스(인쇄소 스티커) 등 최근 초등학생들에게 인기 있는 주제를 놓치지 않기 때문이다. 최 군의 친구들은 마이린TV의 단골 패널이다.
마이린TV가 어린이들의 관심사를 섬세히 쫓을 수 있는 건 초등학생인 최 군이 기획에 참여하기 때문이다. 어린 구독자들의 댓글도 모두 영상의 소재가 됐다.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요즘 가장 인기 있는 것에 관해 묻자 최 군은 “슬라임은 남자인 친구들도 많이 가지고 놀고 인스, 수봉도 인기가 많아요”라고 말했다.
지금의 마이린TV가 있기까지 가족들의 도움이 컸다. 최준필 기자
물론 지금의 마이린TV를 어린 최 군 혼자 만들 수는 없었다. 똑 부러지는 최 군이지만 모든 것을 스스로 하기엔 아직 어린 나이기 때문이다. 마이린TV의 촬영은 아버지 최영민 씨가 맡고 있다. 어머니 이주영 씨는 어린 최 군이 차마 챙기지 못한 설명을 챙기기 위해 얼마 전부터 영상에 종종 등장하고 있다. 어머니는 “눈썰미 좋은 친구들은 저 혼자 있어도 알아보는 때가 있어요”라며 웃었다.
매일 2000~3000개씩 올라오는 응원의 댓글은 어린 유튜버가 지금까지 슬럼프 없이 채널을 유지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악플이 없는 건 아니지만 최 군은 ‘외로워서 쓰는 것’이라며 쿨하게 넘긴다. 기억에 남는 댓글에 관해 묻자 최 군은 망설이다 “‘잘했다’는 선플이 좋아요”라고 답했다. 옆에 있던 아버지는 “린이는 원래 잘생겼다는 댓글을 좋아했는데 요즘에는 성숙해진 것 같다“며 웃었다.
최 군은 아직 장래희망을 정하지 못했다. 하지만 최 군의 부모는 초조해 하지 않는다. 유튜브가 꿈을 찾기 참 좋은 창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버지 최 씨는 “본인이 좋아하는 유튜브를 계속하다 보면 구독자도 더 늘어나고 그걸 기반으로 대학교를 진학할 수도 있겠죠. 다른 한편으로는 해양 스포츠 콘텐츠를 찍으며 의외의 재능을 발견할 수도 있고 방송이 적성에 맞으면 방송인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마이린TV는 키즈 콘텐츠만을 고집하지 않는다. 최 군이 커가며 자연히 관심사도 바뀔 것이기 때문이다. 몇 개월 후면 최 군은 중학생이 된다. 중학생 최 군이 이끄는 마이린TV는 어떤 모습일지 벌써부터 기대감이 부푼다.
박혜리 기자 ssssch3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