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양측이 표 싸움을 벌일 가능성은 낮다. 주주명부 폐쇄일과 반대의사표시 기일까지 치열한 주가눈치보기 작전이 예상된다. 엘리엇의 이번 움직임이 현대차그룹 주가에는 자극요소가 될 전망이다.
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가 현대차를 정조준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사옥.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주총 표대결 별이면 MK 부자에 유리…타협가능성 커
지배구조 개편으로 주총을 여는 곳은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다. 현대모비스는 정몽구 회장 등 그룹 측이 30.17%를 보유하고 있다. 외국인 지분율은 48%에 달한다. 국민연금 지분율은 9.02%다. 현대글로비스는 정의선 부회장 등 그룹 측 지분율이 무려 51.38%다. 외국인 지분은 32.33%이며 국민연금지분율은 10.39%다.
인적분할은 주총 특별결의 사항이다. 외국인 주주가 똘똘 뭉쳐 반대하지 않는 한 승산은 현대차 쪽에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현대모비스 주주 입장에서 의사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 지난달 말 발표된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계획에 대해서는 현대모비스와 기아차 주주들은 다소 불리하고, 현대글로비스 주주들에 유리하다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국민연금 지분 보유액으로는 현대모비스 쪽이 훨씬 크다. 다만 이번 지배구조 개편에 공정거래위원회도 긍정적인 입장이어서 국민연금의 판단을 예단하기 어렵다.
#싸움은 피할 듯
엘리엇은 지난 3일 발표문을 통해 “현대차그룹의 출자구조 개편안은 고무적이나 회사와 주주를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을 위한 추가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3개사 보통주를 10억 달러어치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엘리엇의 제안에 “투자자 이익을 높이려 노력할 것이며 주주들과 충실히 소통하겠다”고 즉답했다.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들은 이달 중순 국내외에서 대대적인 기업설명회(IR)를 잇달아 연다. 삼성도 엘리엇과 갈등 이후 배당과 자사주매입 등 대규모 주주환원 대책을 내놓은 바 있다.
현대차의 배당성향은 2015년 16.8%에서 2016년 20%, 지난해 26.8%로 높아졌다. 기아차 역시 같은 기간 16.8%, 16%. 33.1%로 상승했다. 현대모비스는 10.8%, 10.9%, 21.1%로 추세가 완만하다. 당장 현대모비스의 배당 확대를 예상할 수 있다.
#자사주 매입, 새 변수로
삼성전자의 현금배당성향은 현대차만 못하다. 지난해 14.1%로, 전년(17.8%)보다 오히려 낮아졌다. 하지만 지난해 8조 원을 들여 보통주 300만 주, 우선주 75만 주를 취득했다. 현금배당액 5조 8000억 원을 훨씬 웃돈다. 보통주 1158만 주와 우선주 226만 주도 소각했다.
현대차그룹, 특히 현대차의 상황은 자사주 소각 전 삼성전자와 비슷하다. 대주주 지분율이 낮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 현금배당은 배당수익률 상승에 따른 주가 상승을 기대할 순 있지만 순현금유출 부담이 크고,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낮을 경우 실익이 적다. 반면 자사주 매입 소각은 현금을 지출하지만 발행주식수를 줄여 최대주주의 지분 비율을 높이는 부수효과가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자사주 매입 소각으로 삼성 지분율이 상당히 높아졌다. 현대차도 비슷한 구조다”라고 설명했다.
#최대변수 매수청구권…주가 관건
현대모비스는 매수청구대금이 2조 원을 넘으면 이번 개편안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 10% 미만의 지분율로도 분할합병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셈이다. 2014년 삼성이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합병에 실패한 것도 매수청구권 때문이었다. 관건은 주가다.
매수청구 가격은 주당 23만 3429원으로 현 주가보다 낮다. 현재 주주 입장에서는 매수청구권 행사보다 주식을 파는 게 낫다. 이번 주총에서는 4월 12일까지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주주만 의결권을 갖는다. 4월 12일 이후에도 주식을 보유한다면 주가가 매수청구 가격을 밑돌 경우 일단 반대하는 게 나을 수 있다. 반대하는 주주는 5월 14~28일 의사를 밝히면 된다.
현대글로비스도 마찬가지다. 개편안을 재검토해야 할 매수청구액 규모가 5000억 원으로 발행주식의 10% 미만이다. 역시 현 주가가 매수청구 가격(주당 15만 1516원)을 웃돌고 있지만, 4월 12일 이후가 중요하다.
한편, 회계법인에서 이번 지배구조 개편 실무작업에 착수한 것은 지난 1월 초다. 엘리엇이 지배구조 개편안을 재료로 주식을 매집했다면 2월 이후다. 지배구조 개편 발표 전까지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주가는 모두 매수청구권 가격을 밑돌았다. 엘리엇의 평균매수단가가 매수청구권 아래일 가능성이 크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