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DB와 SK의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이 시작된다. 사진=KBL
[일요신문] 정규리그 1위와 2위가 만나 진검 승부를 펼친다.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가 8일 시작되는 챔피언결정전만을 남겨놓고 있다. 챔프전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두 팀은 원주 DB 프로미와 서울 SK 나이츠다. 21번째 시즌을 치르고 있는 KBL에서 이들이 플레이오프서 맞붙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연 우승컵을 들고 시즌을 마무리할 주인공이 누가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대학 선후배에서 챔프전 맞수로…‘허허실실’ 이상범 ‘결연한 의지’ 문경은
양 팀 지휘봉을 잡고 있는 이상범 감독과 문경은 감독은 연세대학교 2년 터울 선후배 사이다. 공교롭게도 문 감독의 신입생 시절 룸메이트가 이 감독이었다.
지난 5일 KBL 센터에서 열린 챔프전 미디어데이에서도 두 감독은 서로간의 특별한 인연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특히 문 감독은 “동기들은 다들 고등학교 선배들이 한 명씩 있었는데 나는 그렇지 않아 외로웠다. 그때 이 감독님이 외로운 마음을 잘 달래주셨다. 나에게는 고마운 분”이라며 그때를 떠올렸다. 대학 선후배인 탓인지 두 감독은 이날 더욱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말을 이어갔다.
DB와 SK의 지난 3월 11일 시즌 마지막 정규리그 맞대결. 사진=KBL
반면 정규리그 1위 팀인 이상범 감독은 비교적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내내 웃음을 잃지 않으며 결승에 임하는 각오를 밝혔다. 그는 우리은행의 세리머니에 대해 “맞아서 기분 좋은 사람이 어디 있겠나”라며 웃었다. 챔프전에서 기대가 되는 선수를 꼽아달라는 질문에도 문 감독이 김민수를 언급하자 “우리 팀에도 (서)민수가 있는데…”라며 위트 있는 대답을 이어갔다.
# DB 벌떼 농구 vs SK 스피드 농구
7전 4선승제로 치러지는 챔프전은 어떤 모습으로 전개될까. 지난해 챔프전 진출팀 삼성은 6강과 4강 플레이오프를 풀타임으로 치르며 체력적인 어려움을 호소한 바 있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DB와 SK는 정규리그에서 1, 2위를 차지해 6강을 건너 뛰었다. 4강에서도 DB는 3-0 셧아웃, SK는 3-1로 상대를 여유 있게 따돌렸다. 각각 최상의 전력으로 맞붙을 수 있는 상황이 마련됐다.
이상범 감독은 DB의 전략으로 ‘선수 전원’을 이야기했다. DB는 정규리그에서도 엔트리 12명을 고르게 활용하는 팀이었다. 주전 의존도가 높지 않고 다양한 선수들이 경기장에 나섰다. 각 선수들은 자신의 역할에 충실했고 팀에 승리를 가져왔다.
건강한 모습으로 팀에 돌아온 SK 주장 김선형. 사진=KBL
문경은 감독도 이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그는 “그 경기가 시즌 중 두 번째로 기억에 남는 경기”라면서도 “그때와는 다를 것”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당시 경기에는 시즌 초반 당한 부상으로 SK의 주장이자 에이스 김선형이 빠졌다. 김선형은 시즌 막판 부상에서 돌아와 SK의 2위 등극을 이끌었다. 그는 자신의 현재 몸 상태에 대해 “현재 컨디션과 경기감각 모두 100% 올라온 상태”라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SK가 DB를 잡을 무기는 ‘스피드’다. 문 감독은 “우리 팀의 강점인 스피드를 살리겠다. DB도 스피드가 좋지만 그걸 잘 제어하고 우리 스피드를 살린다면 우승컵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챔프전에서 맞붙을 이들의 정규리그 전적은 4승 2패로 DB의 우세였다. 하지만 이 같은 결과가 챔프전에서 반복되리라는 예상은 쉽게 할 수 없다. SK는 시즌 내내 주축 선수인 김선형 없이 경기를 치렀다. 그가 돌아온 시즌 마지막 맞대결에서는 SK가 웃었다. 상대를 누르고 관중들의 환호 속에서 ‘그물 커팅’ 세리머니를 펼칠 주인공은 누가될까.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괴물’ 샤킬 오닐이 와도 못 뛰는 리그 “KBL은 코미디 농구리그인가요?” 6개월 대장정의 마무리만 앞두고 있는 가운데 프로농구는 ‘외국인 선수 이슈’로 소란스럽다. 다음 시즌부터 200cm 이상 선수가 뛸 수 없는 ‘신장 제한’ 제도가 개정되기 때문이다. 그간 외국인 선수 제도는 많은 수정이 있어 왔다. 올 시즌 KBL의 신장제한은 ‘장·단신 선수’를 각 1명씩 선발하며 단신 선수는 193cm 이하, 장신 선수에는 제한이 없었다. 지난 3월 5일 이사회 결과 다음 시즌부터는 단신 선수는 186cm 이하, 장신 선수는 200cm 이하로 규제가 강화된다. 아무리 기량이 좋은 선수라도 키가 크다는 이유로 KBL에서 활약할 수 없게 됐다. ‘역대 최고 센터’라는 평가를 받는 샤킬 오닐(216cm, 은퇴)이 전성기 기량을 가지고 있더라도, 저렴한 연봉을 감수하겠다고 하더라도 다음 시즌 KBL에서 뛰는 것은 불가능하다. 당장 올해 득점 1위(25.68), 리바운드 3위(11.11), 블록 1위(2.08)를 기록한 특급 외국인 선수 데이비드 사이먼(KGC)이 다음 시즌부터 활약하지 못하게 됐다. 프로필상 신장 203cm인 사이먼은 재측정까지 진행했지만 끝내 200cm 넘어 작별을 고하게 됐다. KBL에서 5시즌간 활약했던 사이먼은 상당히 아쉬워했다. 의도치 않게 팬·동료들과 작별을 고하게 된 데이비드 사이먼. 사진=KBL 이에 재계약을 노리는 많은 장신 선수들의 신장 재측정이 이어지고 있다. 신장 200cm 언저리(?)에 좋은 기량을 가진 선수들은 계약 연장을 위해 ‘키 줄이기 연구’에 돌입했다는 우스갯소리가 농구계에서 나돌 정도다. 이외에도 한 구단은 신장 측정기를 구매하는 열정까지 보였다. 이 같은 촌극을 빚어내고 있는 신장 제한은 김영기 KBL 총재의 의중이 강하게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기술이 좋은 키 작은 선수들이 많이 유입되면 리그가 재밌어지고 더 많은 팬들을 끌어 모을 수 있을 것이란 복안이 깔려 있다고 한다. 하지만 농구의 흐름은 변화하고 있다. ‘키 작은 선수가 기술이 좋고 키 큰 선수는 골밑에서 정적인 플레이를 펼친다’는 명제는 고정관념이 된 지 오래다. NBA의 ‘킹’으로 불리는 르브론 제임스(클리블랜드)는 올라운드 플레이어로서 득점(시즌 평균 27.4)뿐만 아니라 도움(9.1)에도 능하다. 그의 키는 203cm다. 개인기량면에서 최고의 평가를 받는 러셀 웨스트브룩(오클라호마)은 190cm의 키에 포인트가드 역할을 맡으며 NBA 도움 1위(10.1)에 올라 있다. 그도 한국에서는 ‘장신 선수’로 분류된다. 떠오르는 스타 벤 시몬스 또한 거구에도 탁월한 패스 능력으로 도움 4위(8.1)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신장(208cm) 탓에 KBL에서 활약이 불가능하다. [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