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의 어처구니없는 실수로 삼성증권 주가가 폭락해 시장과 투자자들 사이에 혼란이 빚어졌다. 임준선 기자.
배당금 지급일인 6일 삼성증권은 배당금을 지급하는 대신 주식을 잘못 지급했다. 우리사주에 대해 주당 배당금인 현금 1000원 대신 주식 1000주를 지급한 것이다. 우리사주를 보유해 10만원을 받아야 할 삼성증권 직원은 삼성증권 주식 10만 주를 받아, 5일 종가 3만 9800원 기준으로 39만 8000원을 받게 된 셈이다.
6일 삼성증권 주가는 장중 3만 5150원으로 전날보다 11.68% 하락한 최저가를 찍었다. 삼성증권에서만 523만 주가 매물로 쏟아져 나오며 주가 급락으로 이어졌다. 이 날 거래량은 2000만 주를 돌파했다. 통상 40~50만 주 사이를 오가던 삼성증권 거래량은 40배 이상 증가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전산문제가 발생했지만 이 문제는 조치를 완료했고 일반투자자가 보유한 주식에는 배당 관련 전산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내부 직원들이 매도한 주식 수는 501만 2000주로, 잘못 지급된 주식 물량의 0.2%에 해당한다.
삼성증권은 전체 지급된 주식 중 극히 일부만이 시장에 매물로 나갔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를 심각한 문제로 보고 있다. 국내 대표 금융사인 삼성증권이 내부의 어처구니없는 실수로 주식시장에 미친 피해와 그 비용은 적지 않다는 것.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 직원 30~40명 정도가 공짜로 얻은 주식을 시장에 내놨다. 금융사의 착오로 입금된 돈을 사용하는 것은 횡령으로 간주된다. 금융인인 증권사 직원들이 이를 알면서도 시장 혼란을 야기하며 차익을 실현한 것은 큰 문제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잘못 들어온 우리사주를 매도한 직원들은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다”며 “그렇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직원 개개인이 아니라 삼성증권의 허술한 경영관리에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증권의 실수는 주식시장 전반에 큰 혼란과 일반투자자의 경제적 손실을 야기했다. 하지만 삼성증권은 이미 발생한 시장 비용과 일반투자자의 손실에 관하서는 아직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 금투업계에서는 삼성증권 주가가 곤두박질치자 불안심리에 매도해버린 일반투자자 피해도 심각한 문제로 보고 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주가가 다시 정상화되고 있고 시장 혼선을 되찾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일반투자자 피해나 시장 혼란에 대한 사과보다는 시장 안정화에 우선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고를 인지하고 삼성증권은 임직원 계좌에 입고시킨 주식을 빼서 현금으로 재입금 시켰다. 이미 주식을 판 직원들은 없는 주식을 판 셈이 됐다. 이미 매도된 주식에 대해서는 삼성증권이 다시 매수하는 등의 방식으로 채워 넣어야 한다.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도 사고 경위와 사후 조치 문제를 들여다보고 있다. 이번 사태로 삼성증권은 사고를 수습한다고 해도, 주주들의 손해배상소송이 이어질 수 있고 치명타를 입은 기업 신뢰도가 회복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