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삼성증권 서초 사옥. 사진=고성준 기자
원승연 금감원 자본시장 담당 부원장은 9일 서울 여의도 본원에서 기자브리핑을 갖고 “삼성증권 구성훈 대표이사에게 ‘증권회사로서 이번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철저한 사고 수습을 촉구하라’ 주문했다”고 밝혔다.
이번 삼성증권 배당 착오 사고가 일부 직원의 문제라기보다는, 회사 차원의 내부통제 및 관리시스템 미비에서 비롯됐다는 판단이다.
삼성증권은 주식배당 입력 오류 발생 시 이를 감지하고 차단할 수 있는 내부통제 시스템이 구축돼 있지 않았다. 관리자가 이를 확인하고 정정하는 절차 또는 감시기능도 부재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자체적으로 입력 오류를 인지하고도 실제 잘못된 주문을 차단하는데까지 37분이 소요되는 등 위기대응도 신속하게 이뤄지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삼성증권 일부 직원은 회사의 경고메시지 및 매도금지 요청에도, 착오 입고된 주식을 주식시장에 매도하는 등 심각한 도덕적 해이도 발생했다고 전했다.
이어 금감원은 우리사주 배당 입력시스템, 주식거래시스템 등 증권사 전반의 문제를 지적했다.
우리사주 조합원에 대한 현금배당은 일반주주와 달리 예탁결제원을 거치지 않고 발행회사가 직접 업무를 처리했다. 이에 실제 발행되지 않은 주식이 착오입력에 의해 입고될 수 있는 시스템상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특히 삼성증권의 경우 발행회사로서의 배당업무와 투자중개업자로서의 배당업무가 동일한 시스템을 통해 이뤄져 시스템상 오류 발생 개연성이 있었다.
주식거래시스템상 한계 문제도 제기됐다. 발행주식수인 8900만 주를 초과하는 수량(28억 1000만 주)의 주식물량이 입고돼도 시스템상 오류가 확인되지 않고, 주식시장에서 거래가 이뤄진 것이다. 존재하지 않는 주식이 발행되고 매매체결까지 이뤄지는 등 주식거래시스템 전반에 심각한 문제가 노출됐다.
실제 삼성증권 직원의 주식 매도에 따라 지난 6일 한때 삼성증권의 주가가 약 12% 급락해, 동반 매도한 일반투자자들의 재산상 피해도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금감원은 삼성증권에 투자자 피해보상이 신속하고 차질 없이 이뤄질 수 있도록 명확한 기준과 절차를 조속히 마련하고, 자체적으로 피해신고 접수 및 처리를 담당하는 전담반을 구성·운영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금감원은 삼성증권 매도주식 결제가 이뤄지는 오는 10일까지 삼성증권에 직원을 파견해 특별점검을 실시하고 미흡한 부분에 대해 즉시 시정조치에 들어갈 예정이다. 특히 투자자 피해 구제방안의 신속한 마련 및 결제불이행에 따른 금융시장 혼란이 야기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에 나선다.
오는 11~19일에는 삼성증권에 대한 현장검사를 실시, 이번 사고의 발생원인을 규명하고 사고 수습과정 등 후속 조치의 적정성을 점검할 계획이다. 또한 관련 전산시스템 및 내부통제 체계의 운영 실태와 투자자 피해 보상 대책 마련 실태도 살펴보고, 위법사항이 확인된 경우 관련자 및 삼성증권에 대해 엄중하게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이밖에 이달 중 배당을 예정하고 있는 상장 증권사에 대해 배당처리 시 내부통제를 철저하게 하는 등 사고예방에 유의하라고 촉구할 방침이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