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모마을 다랭이논에 유채꽃물이 노랗게 들었다(위). 남해의 새로운 명소로 떠오른 장평지. | ||
섬 내 설천면이 남해대교, 창선면이 삼천포대교로 연결되면서 섬의 지위를 버리고 뭍에 편입된 남해는 봄철 여행지로 ‘강추’하고픈 곳이다. 천연색의 꽃들이 눈을 즐겁게 하고, 제대로 물오른 해산물들이 또한 입을 즐겁게 하기 때문이다.
4월 초까지 남해는 벚꽃이 국도변을 화려하게 수놓았다. 벚꽃은 이제 다 지고 없지만 아쉽지 않다. 유채꽃이 만발했기 때문이다. 마치 바다 위에 떠 있는 노란색 부표처럼 남해는 전역이 유채꽃으로 물들었다. 그중 가장 ‘남해다운’ 풍경을 연출하는 곳을 꼽으라면 역시 가천다랭이마을과 두모마을이다.
산비탈을 깎아 만든 계단식 논이 펼쳐진 곳으로 유명한 다랭이마을에는 마늘과 유채가 섞여 재배되고 있다. 모내기 전 농사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초록색의 마늘밭과 노란색의 유채밭이 마치 물고기의 비늘처럼 다닥다닥 붙어 있다.
두모마을 역시 계단식논농사를 짓는 곳이다. 낯선 이름이지만 유채꽃 핀 풍경만큼은 오히려 가천마을보다 낫다. 두모마을 논 중에 마늘을 심어 놓은 곳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 마을은 상주해수욕장에서 이동면 방향으로 자동차로 5분 거리에 있다. 해안도로를 타고 가다 보면 왼쪽으로 두모마을이라는 이정표가 보인다. 그냥 지나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두모마을로 가는 길로 내려서면 바로 유채밭이 펼쳐진다. 4월 상순부터 피기 시작한 유채꽃은 지금이 절정이다. 그리 잘 알려지지 않은 탓에 주말을 제외하고는 이곳을 찾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한적하다. 유채밭 사이로 난 좁은 길을 따라 호젓하게 거니는 맛이 참 좋다.
한편 두모마을의 계단식 논에는 유채 수확을 끝낸 후 벼와 메밀을 심는다. 8~9월쯤이면 이곳에는 메밀꽃이 하얗게 핀다. 계절 따라 논이 노랗고 흰 옷으로 갈아입는 셈이다.
▲ (1) 미조항 멸치털이. (2) 태풍을 막기 위해 조성한 물건방조어부림. (3) 한적한 두모마을 전경. (4) 두모마을 다랭이논. |
||
사실 유채꽃이 이 두 곳 못지않게 아름다운 곳이 하나 더 있다. 삼천포대교와 어우러진 유채밭이다. 사천에서 남해 방면으로 연결돼 있는 이 다리를 건너면 오른쪽 언덕에 유채꽃이 가득이다. 다리를 건너자마자 차를 세우고 언덕 위로 오르는 사람들은 카메라셔터를 눌러대기에 바쁘다. 유채밭 사이사이에 여행객들을 위한 길이 나 있고 전망대도 마련돼 있다.
남해의 4월을 밝히는 데는 튤립도 거든다. 이동면에 자리한 장평지가 그곳이다. 벚꽃과 유채, 튤립이 한데 어울려 피는 곳이다. 특히 색색의 꽃잎이 어우러지는 일출 무렵의 장평지는 환상 그 자체다. 하지만 올해는 그 시기가 맞지 않았다. 지난해에 비해 튤립의 개화가 일주일가량 늦어진 탓이다.
장평지의 또 다른 이름은 다초지다. 온갖 꽃과 풀이 모여 피는 곳이란 뜻이다. 작은 저수지 주변으로 유채와 튤립이 빼곡하다. 보기만 해도 눈부신 색깔의 향연이다. 빨강, 노랑, 분홍, 하얀색 튤립과 유채꽃들. 사람들은 그저 감탄사를 연발할 뿐이다.
커다란 임시주차장을 주변에 만들어 놓았지만 주말이면 이마저도 부족할 정도로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그러다보니 교통체증이 생겨 차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그 앞을 거북이처럼 지나간다. 그러나 짜증내는 이들은 없다. 되레 속도가 늦을수록 그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이 더 늘어나기 때문이다.
꽃구경을 다 마쳤다면 이제 미조항으로 찾아갈 차례다. 미조항은 우리나라에서 손에 꼽는 미항이다. ‘미륵이 도운 마을’이라는 뜻의 이 항구마을 앞바다에는 조도, 호도 등 작은 섬들이 16개나 떠 있다.
미조항은 요즘 무척 분주하다. 멸치가 제철을 맞았기 때문이다. 항구를 오고가는 고깃배만큼이나 바쁜 것은 갈매기들이다. 미조항에서는 오전 11시께부터 오후 3시쯤까지 ‘멸치후리기’를 한다. 콩고물이나 얻어먹을 수 있을까 하고 갈매기들이 작업 내내 배 위를 맴돌며 끼룩댄다.
작업은 위판장 앞바다에서 이뤄진다. 그 모습을 담기 위해 사진가들은 먼 길을 가는 수고를 마다 않는다. 항구 앞에 정박해 있는 소형 어선들을 빌려 타고 가면 멸치후리기 작업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승선료 1만 원을 지불해야 한다. 네댓 명의 어부들이 그물을 잡고 동시에 세게 흔들면서 멸치를 떼어낸다. 어부들의 몸과 얼굴에는 떨어져 나간 멸치의 살점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다. 삶의 고단함과 노동의 신성함이 느껴지는 경관이다.
여행 안내
★길잡이: 대전-통영 간 고속국도 진주JC→남해고속국도 사천IC→3번 국도→삼천포대교→남해
★먹거리: 미조 삼동지역은 멸치잡이로 유명한 곳. 팔딱거리는 멸치의 뼈를 발라내고 초고추장에 야채를 넣고 버무려 먹는 멸치회 맛을 잊을 수 없다. 미조항 ‘바다향기회센터’(055-867-4447)와 그 앞에 있는 ‘남미횟집’(055-867-6051)이 유명하다. 멸치회 한 접시에 2만 원.
★잠자리: 독일마을 근처에 ‘아름다운날들’(http://www.bdays.co.kr)이라는 펜션이 있다. 물건방조어부림이 내려다보이는 전망 좋은 곳으로 시설도 깨끗하다. 한편 삼천포대교를 건너 창선면으로 들어오면 모텔들이 많다.
★문의: 남해군청 문화관광포털(http://www.tournamhae.net) 055-860-8601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