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단둥 시내의 모습. 북중 관계 경색으로 이곳 단둥은 직격탄을 맞았다고 한다. 단둥 주민들은 북중정상회담을 계기로 현재의 경색 국면이 나아지길 고대하고 있었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기자가 중국 랴오닝성(遼寧省) 단둥(丹東)에 위치한 압록강철교를 찾았을 때 주변은 비교적 한산했다. 한때 단둥은 배만 타면 눈앞에서 북한 신의주를 둘러볼 수 있다는 이점 덕분에 지역 중국인 관광객들은 물론 많은 한국인 관광객들이 찾았던 곳이었다. 하지만 요즘 이들의 발길은 무척이나 뜸한 편이었다. 기자도 이곳을 며칠 둘러봤지만, 한국인 관광객들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단둥 압록강철교 주변엔 한국산과 북한산 상품을 취급하는 상점들이 줄줄이 영업 중이었다. 중국인들에게 인기가 많은 한국산 화장품 및 식품류와 함께 한국인 관광객들을 주로 겨냥한 북한 술, 화장품, 비누, 식료가공품들이 진열돼 있었다.
압록강을 오가며 운행되는 중국 단둥의 유람선 뒤로 북한 신의주 모습이 보인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기자가 그러한 상점 중 한 곳을 들어섰을 때, 그곳엔 아무도 없었다. 규모가 제법 큰 2층짜리 점포였지만 손님도 없이 한산했다.
그곳의 주민에게 물어보니 “요즘 손님이 뚝 끊겼다. 지역 경제가 너무 안 좋다”라며 “지난해와 올 초 이러한 점포 몇 개가 문을 닫기까지 했다. 한때 기념품으로 한국산 물건을 찾는 지역 관광객들과 북한 물건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들이 많았지만, 요즘 거의 찾아볼 수 없다”고 혀를 찼다. 그러면서 그는 “요즘 북한산 제품 들여오기도 수월치 않아서 일부는 가짜를 들여다 진열해 놓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지난해부터 강화된 대북압박 속에서 접경무역으로 먹고사는 단둥 현지 경기 자체가 바닥을 찍고 있는 탓이라 한다. 여기에 한-중 관계 악화로 인한 한국인 관광객 감소도 적잖은 악재로 작용하고 있었다.
최근 북-중 관계 회복 기미에 따라 접었던 북한 식당 일부가 영업을 재개할 것이란 소문이 있지만, 지난해부터 이곳 북한식당 몇 곳이 문을 닫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중 한때 ‘맛집’으로 소문났지만 폐업한 북한식당 점포도 눈에 띄었다. 간판을 떼어냈지만, 인공기 무늬를 바탕으로 한 식당 이름 자국이 아직까지 흉물스레 남아 있었다.
지금은 문을 닫은 중국 단둥의 북한 식당.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북한과 해상 밀무역을 꾀해온 주민들은 더욱 죽을 맛이었다. 현지의 또 다른 주민은 “보통 단둥의 하위 행정구역에 해당하는 둥강(東港·압록강 하구와 서해가 만나는 지점)에서 북-중 간 해상 밀무역이 이뤄지곤 했다. 우스운 얘기지만, 사실 단둥 지역 경제에서 공식 북-중 무역 외에도 주민들과 업자들이 암암리에 행하는 대북 밀무역 자체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라며 “그런데 해상에서의 경계가 심해지면서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직접 확인해 보면 알겠지만, 둥강 쪽 부두에 지금은 배가 다 정박해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둥강 쪽 부두도 부두지만, 압록강 넘어 북한 쪽 부두에도 많은 북한 배들이 정박해 있었다. 무역길이 막히는 바람에 배들을 놀리고 있는 것이라 한다.
현재 단둥에서 작은 상점을 운영 중이며 이따금씩 밀무역에 나섰다는 현지의 한 주민은 “운영하고 있는 가게 수입도 적어졌지만, 밀무역은 아예 하지도 못한다”라며 “여기서는 밀무역이라는 게 특별하지 않다. 작은 배 한 척이 있으면 북한 배와 중간 지점에서 만나 물건을 주고받거나 사고파는 거다. 우리 집도 고기나 잡고자 마련한 작은 배 한 척이 있어 북한 사람들로부터 해상에서 받아 온 물건을 가져다 팔았다. 예전엔 단속이 있어도 모르는 척 적당히 눈감아 줬지만, 요즘은 이런 부업거리도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밀무역이 끊긴 요즘 북한 신의주 부두에는 예전과 달리 많은 배들이 정박해 있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이어 그는 “이곳은 원래 자원도 없고 공업단지도 별로 없다. 애초부터 대북무역으로 먹고 사는 동네”라며 “그런데 지난해부터 대북무역길이 꽉 막히니 죽을 노릇이다. 이번에 북-중 정상회담을 통해 제발 이 상황이 풀렸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대놓고 말은 안했지만, 이곳 주민들은 내심 중앙 정부에 대한 불만이 상당하다고 한다. 알게 모르게 막고자 하는 중앙 정부와 완화하고자 하는 지역 정부 간 보이지 않는 충돌도 발생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북중 무역관계 이후 이 같은 접경무역지대의 경색 국면이 실제 완화될지는 좀 더 지켜볼 대목이다.
중국 단둥=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유령도시’로 변해버린 단둥 신 구역…아파트 분양 안돼 ‘텅텅’ 기존 철교를 대신해 새로이 건설된 신 압록강철교의 모습. 여전히 이 다리의 개통은 요원한 상황이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앞서 기자가 살핀 곳은 단둥의 기존 도심지다. 하지만 경색됐던 북-중 관계 탓에 제대로 역풍을 맞은 곳은 단둥의 ‘신 구역’이라 할 수 있다. 이곳은 단둥의 기존 도심지 서쪽에 위치한 지역으로 ‘신 압록강철교’ 개통 예정과 맞춰 새롭게 조성된 구역이다. 우리로 따지면 일종의 ‘신도시’인 셈이다. ‘신 압록강철교 건설사업(왕복 4차로에 3.26km 길이)’은 2010년 기존 노후화된 압록강대교를 대체하기 위해 착공한 사업이다. 2014년 10월 중국 측의 건설 공사는 이미 완료됐지만, 북한 지역 교량 미건설로 인해 현재까지 개통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북한 측은 기존 3600억 원을 이미 투자한 중국 측에 ‘도로 건설 토지수용비’까지 요구하는 등 추가 투자를 바라고 있지만 북-중 간 관계가 더더욱 경색되면서 협상이 요원한 상황이다. 신 압록강철교 개통을 예정해 조성된 단둥 신 구역 곳곳엔 공사가 중단된 채 뼈대만 남은 아파트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신 압록강철교’가 개통된다면, 기존 철교가 자리한 도심지에서 중심지는 ‘신 구역’으로 옮겨질 것이 확실시된다. 이 때문에 2010년대 들어 신 구역 곳곳에는 고층 아파트들이 대거 건설되는 등 ‘건설 붐’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기자가 ‘신 구역’을 찾았을 때 그곳은 ‘유령도시’를 방불케 했다. 완공된 아파트도 분양이 어려워 여전히 비어있는 한편, 상당수 아파트들은 아예 공사가 중단된 경우도 허다했다. 공사가 한창이어야 하는 평일이지만 뼈대만 남아있는 아파트 공사 현장에는 인부도 없고 기중기도 멈춰 있었다. 제2의 관광명소가 될 법한 ‘신 압록강철교’ 완공 지역에는 북한담배 몇 보루를 가져다 놓고 파는 촌로만이 기자를 반겼다. 그 뒤에 위치한 무역 세관 건물은 언제를 기약할 수도 없이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한] |
북한 장마당 인기 품목 ‘쿠쿠 밥솥’도 제재 대상? 지난 연말 시작돼, 올 초부터 강도를 높여 왔던 중국 세관의 대북전략물자 반입 단속이 얼마나 높은 수준으로 진행돼 왔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바로 한국 대표 브랜드인 ‘쿠쿠 밥솥’이다. 쿠쿠 밥솥은 북한 내에서 일명 ‘말하는 밥솥’으로 상류층들에게 전폭적인 인기를 받고 있다고 한다. 북한 무역기관 소속 하급관리 C 씨는 이와 관련해 “북한 내 주변 지인들에게 ‘쿠쿠밥솥’ 하나 구해달라는 부탁을 많이 받곤 한다. 몰래 숨겨 써야 함에도 워낙 밥맛이 좋아 인기가 높다”라며 “주기적으로 갈아줘야 하는 밥솥 뚜껑 고무(패킹을 의미)를 좀 구해달라는 부탁도 꽤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최근 ‘쿠쿠 밥솥’도 국경을 넘기 어려운 상황이라 한다. C 씨는 “지인이 쿠쿠 밥솥 20개를 사서 최근 중국 세관을 통과하려 했다. 밥솥이 전략물자도 아니고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 듯하다”라며 “그런데 세관에서 ‘밥솥을 들여가도 좋지만, 그 안에 쌀을 담는 철제 용기(내솥)는 안 된다’라며 막아섰다. 용기가 없으면 밥솥은 아무짝에도 쓸모없지 않나. 이유인 즉 용기 자체가 특수철강으로 제작된 탓이었다. 그만큼 세관 통과하기가 힘들어진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