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 [부-국6]아길레나(3세·수·1전0/0/0·김준현·김재섭 부:채플로열, 모:풀드여)=인기순위 9위가 말해주듯 전혀 주목받지 못했는데, 깜짝 선행을 나서며 4위를 기록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초반 스피드다. 주행검사 때는 발주가 안되며 초반이 느렸는데, 막상 실전에서는 상당한 스피드를 보이며 선행에 나선 것이다. 비록 막판에 추입을 허용하며 4위에 그쳤지만, 결승선 통과시에도 걸음이 살아있었다. 주행검사 이후 훈련과정을 통해서 전력변화가 온 것으로 추측된다.
혈통적으로도 기대치가 있다. 모마 풀드여는 경주마로 데뷔하지는 않았지만, 외조부가 유명한 씨수말이다. 2011년 미국 리딩사이어에 올랐던 Distorted Humor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아마도 외조부의 혈통을 이어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다음 경주에서 최강의 편성만 피한다면 입상 가능성을 높게 보고 싶다.
# [부-국3]한얼누리(4세·거·13전4/3/1·나종용·김영관 부:비카, 모:베리패스트레이디)=인기순위 1위를 기록했지만, 결과는 5위에 머무르며 졸전을 펼친 마필이다. 경주내용을 보면 충분히 납득이 가며, 오히려 다음 경주에 대한 기대치를 더 높여 준다.
일단 1900미터 첫 도전이었고, 직전보다 4.5㎏ 늘어난 부중으로 출전했음에도 초반 200미터 타임(SF)이 13초 1이 나왔다. 육안으로 보기에도 상당히 무리하게 선행을 나선 것으로 보였다. 장거리 경주라 초반 페이스 안배가 중요한데, 선행을 나서는 데 너무 많은 에너지를 쓴 것이다. 또한 중반에도 선행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다소 무리한 운영을 했는데, 결국 막판에 덜미를 잡히고 말았다.
편하게 선행을 나선 뒤 낙승을 거뒀던 이전 경주와는 상반된 흐름이었고 결과와 직결됐다. 대한민국 최고의 명문 마방 김영관 소속의 말이라는 점, 직전 대비 4.5㎏ 늘어난 부중을 경험했다는 점에서 다음 경주에서는 무리한 전개만 피한다면 입상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겠다.
# [서-외3]라온포티어스(3세·수·5전2/0/0·박종곤·라온산업개발 부:Street Boss, 모:Harbor Cruise)=인기순위 2위로 팔렸지만, 필자는 예상에서 과감하게 제외했었다. 실전 결과는 필자의 생각과는 다른 경주력을 보이며 4위를 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평가가 필요한 마필로 판단됐다.
이번 경주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컨디션이 좋지 못했다. 이전 경주에서 우승할 당시의 컨디션과는 거리가 있었고, 훈련강도 또한 올리지 못했다. 경주 편성도 단독선행이 어렵다고 보고 완전히 예상에서 제외했는데, 선행을 못가고 중위권에서 모래를 맞으며 전개하고도 막판에 살아있는 걸음을 보였다. 베스트 컨디션이 아니었고, 주특기인 선행력을 발휘하지 못하고도 기대이상의 성적을 냈기에 기대치를 좀더 높게 잡아도 되겠다는 분석이다.
# [서-외3]해오라비(3세·수·6전0/2/1·케이씨피·박대흥 부:Into Mischief 모:Raven’s Rockette)=최근 두 차례 경주에서 많은 인기를 모으고도 연속해서 4위에 머물러 많은 팬들로부터 의구심을 샀던 마필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선입전개 이후 막판에 탄력 넘치는 걸음을 보이며 여유있게 2위를 기록했다. 이전에 보여주지 못한 강인한 근성을 발휘한 것이다.
압도적 인기 1위로 팔렸던 럭키춘양과 대등한 경주력을 보이며 막판에는 1.5마신까지 차이를 좁혔다. 완벽한 전력 변화로 보였다. 그동안은 능력정체에 빠져있었지만, 이번 경주를 통해서 확실히 한 단계 뛰어넘었다는 분석이다.
혈통적으로도 기대치가 충분하다. 특히 부마 Into Mischief는 스톰캣 계열의 마필로 현역시절 성적(6전3/3 G1W)도 뛰어났지만 씨수말로서 더 높은 명성을 얻었다. 2016년 2세마 리딩사이어에 올랐고, 2017년엔 리딩사이어 부문에서도 11위에 올랐었다. 서울경마장 최정상급 명장 중의 한 명으로 꼽히는 박대흥 조교사가 관리한다는 점도 플러스 요인이다. 다음 경주에서 너무 강한 편성만 아니라면 입상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본다.
# [서-외1]플레이시스투고(4세·수·18전6/0/3·이미양·하재흥 부:More Than Ready, 모:Pola’s Place)=직전 1군무대 두 번째 도전에서 5마신차 우승이라는 이변을 연출하더니, 이번에는 무려 8마신이라는 그야말로 압승을 거뒀다. 경주편성이 강했다고는 볼 수 없지만, 그래도 명색이 1군경주인데 경쟁마들을 압도하는 모습은 거의 충격에 가까웠다.
2군에서도 한때 기복을 보였고, 마지막에는 3위로 간신히 1군에 올라온 사실을 상기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질 정도다. 특히 가장 많이 변한 것은 종반 탄력이다. 과거에도 한두 번 추입으로 우승하긴 했지만, 지금 같은 강한 편성은 아니었다. 또한 5마신, 8마신의 여유승이 아니고 간신히, 어렵사리 우승했던 것이다.
오랫동안 경마 분석을 해온 필자에게도 이런 마필은 자주 보는 스타일이 아니다. 마체도 440㎏대로 왜소한 편이고, 혈통적으로도 크게 주목받은 마필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다만 부마인 More Than Ready는 국내에선 몇 두 안되는 자마(총13두)를 배출했지만 1군에 3두나 진출시킬 만큼 성적은 좋은 편이다. 모마인 Pola’s Place도 현역시절 블랙타입경주 우승을 포함, 무려 4회나 입상을 했던 나름 명마였다. 부계와 모계의 배합은 국내에선 이 말이 처음이라 통계상의 유의미한 결과는 없다.
어쨌든 플레이시스투고는 이번 경주의 모습과 현재 4세라는 나이로 볼 때, 일반경주에서는 강자로 분류할 수 있겠다. 다음 경주에서도 선전을 기대해본다.
이병주 경마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