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전재수 의원은 이번 바둑진흥법 제정에 어떤 역할을 한 것일까. 그것이 궁금해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마침 전 의원이 지역구(부산북강서갑) 활동에 바빠 서면으로 인터뷰를 대신할 수밖에 없었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이다.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바둑 저변이 넓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갖고 있었다. 바둑은 건전한 여가로서 가치뿐만 아니라 교육적 효과도 크기 때문이다. 실제 서울대 정신의학과 연구결과에도 바둑이 깊은 통찰력을 갖도록 하고 직관적 판단력을 높이는 것으로 입증됐다. 최근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으로 바둑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는데 이에 그칠 것이 아니라, 이를 계기로 바둑을 체계적으로 육성해야 되겠다고 생각해서 바둑진흥법을 발의하게 됐다.”
―이번 바둑진흥법 중 가장 눈여겨봐야 할 사항은 무엇인가?
“바둑이 최초로 법적 명시를 받게 된 것은 한국 바둑사에 큰 의미가 있는 일이다.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법적 근거에 따라 바둑 진흥을 위한 정책들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법상에 여러 가지 내용들이 있지만 바둑교육 부분과 경기시설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히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지원들이 이루어진다면 바둑이 갖는 긍정적인 효과를 국민들이 특히 유아 청소년들이 더 많이 누리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번에 본회의를 통과한 바둑진흥 법안은 조훈현 의원의 법안과 전재수 의원의 법안을 통합 조정하여 마련한 대안이라고 들었다. 그렇다면 두 법안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두 법안 모두 바둑산업이 진흥되기 위해 발의된 법안이라는 점에서 맥락은 비슷하지만 미세한 차이가 있다. 내가 발의한 법안에는 ‘바둑문화산업’이 무엇인지에 대한 개념을 포함했고, 바둑문화산업에 관련된 기술개발과 창업을 지원하도록 규정한 점이 추가됐다. 바둑이 문화적 가치뿐만 아니라 산업적 잠재력도 갖고 있다고 생각했다.”
―바둑진흥법이 정식으로 시행되면 바둑계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가?
“한국 바둑은 최근 침체를 겪고 있다. 프로기사들은 여전히 세계 최정상의 실력을 지키고 있지만, 온라인 게임 등 새로운 여가생활이 늘면서 상대적으로 바둑인구와 바둑에 대한 관심은 크게 줄어들었다. 바둑 진흥법이 시행되면 정부와 지자체의 보다 체계적인 계획과 구체적인 지원방안이 만들어질 것이라 기대한다.”
전재수 의원은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법적 근거에 따라 바둑진흥을 위한 정책들을 추진할 수 있게 된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은 지난 2016년 12월 국회서 열렸던 바둑진흥법 관련 토론회 전경.
―통합 법안의 가장 큰 특징을 한국기원의 역할에 대한 내용이 담긴 16조가 빠진 것을 꼽는 사람들이 많다. 이 조항이 빠지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혹시 대안으로 대한체육회 산하 대한바둑협회를 염두에 둔 것 아닌가?
“특정단체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 현재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라 대한체육회의 정회원단체인 ‘대한바둑협회’가 존재하고, 문체부 소관의 재단법인인 ‘한국기원’이 존재한다. 그리고 두 단체의 사업 및 활동내용은 매우 유사하다. 현재 정부에서는 ‘1종목 1단체’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앞으로 정책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한국기원과 대한바둑협회가 통합하거나 역할을 정립하는 등 상생적 발전방안이 잘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바둑진흥법안 2조 3항엔 ‘바둑단체란 바둑의 발전 교육 국제교류 등을 주된 목적으로 설립된 국제기구 법인 또는 단체를 말한다’고 되어 있다. 구체적인 단체를 적시하지 않아 이것이 한국기원인지 대한바둑협회인지 분명치 않다. 양 단체 모두 자격이 있는 것인가.
“두 단체 모두 자격이 있다고 여겨진다. 다만 앞서 말한 대로 현 정부는 ‘1종목 1단체’ 정책을 추진 중에 있다. 두 단체를 통합할 것인지 또는 역할을 나눌 것인지 많은 노력과 고민이 필요할거라 생각한다.”
―현재 바둑 외에 ‘진흥법’이 존재하는 다른 단체가 있는가? 있다면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대한태권도협회, 대한씨름협회 등이 있다. 그리고 현재까지 제정된 스포츠 종목에 대한 진흥법은 ‘태권도 진흥 및 태권도공원 조성 등에 관한 법률’, ‘전통무예진흥법’, ‘씨름진흥법’ 그리고 이번에 통과된 ‘바둑진흥법’이다. 이 분야들이 국가적 차원에서 더욱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지원받아 그 전통과 역사를 이어나가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한다.”
유경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