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저 관중’ 이라는 기록이 나온 슈퍼매치의 양팀 응원석. 객석 상층까지 서포터로 채워지던 시절도 있었다.
[일요신문] ‘푸른 데얀이 치르는 첫 슈퍼매치’. 그 어떤 수식어로도 뜨거워지지 못했다. K리그 최대 히트상품이라던 지난 8일 2018 K리그1 수원 삼성 블루윙즈와 FC 서울의 슈퍼매치는 흥행과 화제 면에서 ‘참패’했다. 0-0 무승부가 나온 경기 결과처럼 축구계 관계자 중 아무도 웃지 못했다.
판은 나쁘지 않게 깔렸다. ‘원수지간’인 양 팀이 선수를 주고 받았다. 이미 1년 전 수원에서 서울로 적을 옮긴 이상호 이적 당시보다도 폭발력이 있었다. 10년 가까이 서울의 상징으로 활약한 데얀의 이적이 주는 충격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서울에서 수원으로 이적한 데얀은 슈퍼매치 홍보의 전면에 나섰다. 사진=수원 삼성 블루윙즈
흥행과 관심이 절실한 이들은 데얀을 전면에 내세웠다. 슈퍼매치는 K리그 경기 중 이례적으로 양 팀 감독이 경기 2~3일 전 한 자리에서 기자회견을 갖는 ‘특별한 이벤트’다. 어느 순간부터 생략되는 경우도 있었지만 이번엔 데얀이 앞장섰다. 서정원 감독과 데얀, 황선홍 감독과 신진호가 나선 기자회견에서 데얀과 황 감독이 웃으며 손을 맞잡는 모습이 연출됐다. 수원 구단은 온라인에 공개한 동영상에서 구단 레전드 곽희주와 데얀의 특별한 인연으로 경기를 홍보하기도 했다.
데얀은 2008년부터 서울에서 활약을 시작해 2014년과 2015년 2년간의 중국생활 이후 서울로 돌아왔다. 올 시즌을 앞두고선 라이벌구단 수원에서 뛰게 됐다. 그만의 스토리는 특별하지만 여전히 슈퍼매치의 얼굴마담이 데얀이라는 점은 씁쓸했다. 멀게는 송종국, 이관우, 이운재, 기성용, 이청용부터 최근의 권창훈, 조나탄, 아드리아노, 오스마르, 이명주 등 스타들의 빈자리가 유독 크게 느껴졌다.
반응은 이전에 비해 싸늘했다. 경기 전부터 불안감이 감지됐다. 서울에서 준비한 원정 응원 전세 버스인 ‘승리 버스’가 2대뿐이라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만큼 신청자가 적다는 의미다. 팬들 사이에선 ‘수원행 승리버스가 5대 이하로 떨어졌던 적이 있나…’라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빈자리 눈에 띄던 관중석
우려대로 관중석엔 빈자리가 눈에 띄었다. 수원월드컵경기장이 위치한 수원시 팔달구의 낮 최고 기온이 10℃에 이르고 미세먼지가 극성을 부리는 등 날씨가 도와주지 못하기도 했다. 경기 후반 관중수를 알리는 방송에서는 1만 3122이라는 숫자가 울려 퍼졌다. 역대 슈퍼매치 최저 관중이었다. ‘최대 히트상품’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반면 같은 시각 수원 kt wiz 파크에서 열린 KBO 리그 한화와 kt의 경기장엔 1만 2840명의 관중이 몰렸다. 흥행에 어려움을 겪던 kt지만 슈퍼매치 못지않은 관중 동원력을 자랑했다. 관중집계 방식의 변화 등 변수는 있었지만 슈퍼매치라는 브랜드를 놓고 보면 1만 3122명은 분명 아쉬운 수치였다.
#졸음 부르던 경기력
2018 K리그의 화제 중 하나는 홍보대사 ‘BJ감스트’다. ‘단연코 역대 가장 열정적인 홍보대사’라는 평가를 받는 감스트는 리그 경기가 열릴 때면 자신의 인터넷 방송에서 자신만의 해설로 중계한다. 자연스레 지난 5라운드에서는 슈퍼매치가 그의 타깃이 됐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컸을까. 무기력한 경기력에 실망한 이는 팬들뿐만이 아닌 듯했다. 감스트는 경기 이후 “수면제 같았다”는 말로 소감을 대신했다. 양 팀의 유효 슈팅은 전후반 90분을 통틀어 6개뿐이었다. 서울은 전반전 나온 안델손의 슈팅 2개가 전부였다. “무승부는 무의미하다”던 기자회견의 감독 출사표는 무의미해졌다.
양 팀의 올 시즌 성적도 흥행 참패에 한몫했다. 2010년대 리그 강팀으로 군림해온 서울은 현재 5경기를 치른 리그에서 승점 3점, 12개 팀 중 11위라는 어색한 성적표를 받아들고 있다. 응원석에서는 감독 퇴진을 외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수원은 2승 2무 1패, 5위로 사정이 낫지만 팬들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슈퍼매치 포함 리그 홈경기서 승리를 신고하지 못했다. 그나마 거둔 2승도 최악의 부진을 겪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제주(8위), 대구(12위)를 상대로 거둔 것이다.
관중들의 잠을 깨우던 장면도 있었다. 후반 23분 서울 미드필더 정현철이 좌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받아 그물을 출렁이게 했다. 하지만 이내 VAR 판독에서 핸드볼 파울로 판명이 났다. 손으로 공을 집어넣고도 기쁘게 세리머니를 펼치는 모습에 눈살이 찌푸려졌다. 수원 최성근은 상대의 발목을 직접 밟아 다이렉트 퇴장을 받기도 했다.
2010년 수원에서 열린 만석을 이룬 슈퍼매치. 사진=수원 삼성 블루윙즈
‘대한민국 축구의 근간’이라는 K리그는 수년째 쇠락을 거듭하고 있다. 이와 함께 슈퍼리그 또한 한때 5만 명의 관중이 운집하던 흥행 경기에서 관중수 1만 3122 명만을 기록하며 ‘식어가는 라이벌전’이 됐다.
하지만 1만 3000여 명의 관중이 적은 수치는 아니다. 대한민국 프로스포츠를 통틀어서도 평균 관중치를 웃도는 수준이다. 올 시즌 최소 2경기 이상의 슈퍼매치가 남아있다. 여전히 1만 명 이상의 관중들은 경기장을 찾을 것이다. 이들은 눈앞에서 다시 한 번 과거의 흥미로운 경기가 펼쳐지길 기대한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