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과 성관계를 가진 남성 36명의 이름을 적은 소위 ‘섹스 리스트’로 미국 사회를 충격에 빠트린 린제이 로한.
그리고 2014년, 결국 사건은 일어났다. 베벌리힐스의 어느 호텔에 친구들과 함께 투숙해 만취할 때까지 마신 로한은 재미 삼아 노트에 자신이 성 관계를 맺은 남자들의 이름을 하나둘씩 적어 나갔다. 순전히 술김에 저지른 유희였을 거다. 그러나 친구 중 하나가 그 종이를 빼돌려 ‘인 터치’라는 연예 매거진에 넘겼고, 총 36명 중 큰 논란이 될 수 있는 여섯 명을 지운 채 30명의 이름이 발표되었다. 물론 이것은 로한의 일방적인, 그것도 술에 심하게 취한 상태에서 쓴 리스트였다. 하지만 리스트에 오른 몇몇 이름들은 대중에게 충격을 주었다.
먼저 충분히 수긍할 만한, 이미 연인 관계였던 사실이 어느 정도는 인정되었던 사람들은 다음과 같다. 2009년에 스캔들이 있었던 저스틴 팀버레이크는, 당시 제시카 비엘과 연인 관계였기에 설마 했지만 로한의 리스트에 이름이 올랐다. 19살 때 만난, 자기 나이의 두 배였던 38세의 베니치오 델 토로도 있었다. 델 토로는 전 여친의 생일 파티에 갔다가 로한을 만났는데, 당시 연예 뉴스에 의하면 파티 장소 한 구석에서 한 시간 넘게 서로 애무를 나누던 로한과 델 토로가 목격되었다고 한다.
이미 알려진 내용이 확인된 건 라이언 필립이었다. 리즈 위더스푼과 이혼한 후 필립은 잠깐 로한과 만났는데, 라디오 토크쇼인 ‘하워드 스턴 쇼’에 출연했을 때 “로한이 꼬신 적 있느냐”는 질문에 필립은 “그렇다”고 대답한 바 있었다. 윌머 발데라마도 하워드 스턴의 쇼에 나와 자신의 섹스 라이프를 상세히 늘어놓은 적이 있었는데 이때 로한과 2004년에 데이트를 했다고 털어놓았다. 스노우보더인 라일리 자일스는 로한과 2007년 알코올 치료 클리닉에서 만났는데, 그녀에 대해 “색정광”이라는 표현을 쓰며 “우리들은 토끼처럼 빈번히 그 짓을 했다”고 말한 바 있었다.
함께 공연했던 배우들과의 관계도 드러났다. ‘바비’(2006)에 같이 출연했던 애시턴 커처는 데미 무어와 결혼하기 전 로한의 연인이었다. ‘조지아 룰’(2007)에서 만난 개럿 헤드룬드도 리스트에 있었는데, 그는 연기만 같이 했을 뿐이라고 극구 부인했다. 2009년에 함께 누드 화보를 찍었던 모델 피터 라이트가 언급된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들은 촬영을 마치고 은밀히 어느 호텔 방으로 들어가 두어 시간 동안 나오지 않았으며, 그날 밤엔 함께 클럽에 갔던 것. 당시 로한은 트위터에 피터 라이트의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린제이 로한은 아역배우 출신으로 21세기 할리우드가 낳은 최고의 트러블 메이커란 수식어를 달고 다닌다.
의외의 이름도 있었다. 미란다 커의 남편이었던 올랜도 블룸이 대표적이었다. 줄리아 로버츠의 조카인 엠마 로버츠와 긴 세월 동안 만나고 헤어지길 반복했던 에반 피터스도 그랬다. 잭 에프론도 로한과 연결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였다. 은둔적이며 청교도적인 생활로 유명한 호아킨 피닉스는 로한과 이런저런 루머가 있었지만 모두 부정했는데, 리스트로 인증 비슷한 상황이 되었다. 디카프리오의 절친인 루카스 하스의 이름도 있었는데, 한때 로한이 디카프리오에게 접근 중이라는 루머가 있었지만 알고 보니 그의 친구가 타깃이었던 셈이었다. 가장 충격적인 이름은 히스 레저였다. 그의 마지막 연인이 로한이었다는 얘기인데, 리스트 발표 후에 사람들은 대부분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히스 레저만큼은 갸우뚱했다.
로한의 36인 리스트는 거대한 해프닝처럼 마무리되었다. 더 이상 갈 데 없을 것 같은 ‘막장의 아이콘’이었던 로한은 이 리스트가 자신이 작성한 것이 아니라고 했지만, 오히려 대중들은 그녀에게 비난보다는 동정의 눈길을 보낼 지경에 이르렀다. 마지막으로 리스트에 오른 가장 흥미로운 사례. 바로 제임스 프랑코다. 그는 ‘디스 이즈 디 엔드’(2013)라는 코미디에 출연했는데 “난 린제이 로한과 샤토 마몽에서 잤지. 그녀가 자꾸 내 방 문을 노크했는데, 술에 취해서 나를 자꾸 제이크 질렌할이라고 부르더라고”라는 대사를 했던 것. 리스트 이후 어쩌면 그것은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김형석 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