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텃밭으로 알려진 경남 지역에서 수세에 몰리고 있다. 왼쪽부터 안상수 창원시장, 이창희 진주시장, 나동연 양산시장.
경남은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에게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준 곳이다. 굳이 최근에 이뤄진 이 사례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경남은 YS의 3당 합당 이후 거의 대부분 보수 진영의 손을 들어줬다. 지금도 자치단체장은 고 노무현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김해를 제외하고는 보수 일색이다.
이런 경남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변화를 이끄는 동력은 지지율 회복이 시급한 한국당 내부에서 비롯됐다. 경남지역 주요 도시에서 한국당 소속 현역 자치단체장과 관련한 잡음이 동시다발로 터지면서, 가뜩이나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도지사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 첫째, 당내 공천에 반발 무소속 출마 강행한 안상수 창원시장
창원시는 홍준표 대표와 안상수 시장 간의 오랜 앙금이 공천으로 이어지면서 소용돌이에 휘말린 형국이다. 한국당이 현역인 안상수 시장을 제쳐두고 홍 대표의 측근인 조진래 전 경남개발공사 사장을 공천하자, 안 시장 측이 이에 강력 반발하면서 거센 내홍에 휩싸였다.
안 시장은 창원시장 후보 선출에 공정한 경선을 요구하고, 경선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탈당해 무소속 출마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에 안 시장 지지자들도 안 시장의 탈당이 가시화되면, 동반 탈당해 힘을 보태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안 시장 지지자들은 ‘창원지역 책임당원 비상대책위원회의’를 꾸리고 집단 행동에 나섰다. 이들은 지난 11일 기자회견을 갖고 이날까지 접수한 탈당계 1053장을 공개하면서 “많은 당원이 탈당계를 계속 제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이번 지방선거 승패가 경남도지사와 창원시장 선거에 달려 있는데도, 김태호 도지사 후보의 당선을 위해 노력할 수 없는 아픔이 안타깝다”면서 “5000여 명 책임당원 동지들은 안상수 시장과 운명을 같이하기로 결의했다”고 말했다. 이어 “4월 말까지 탈당계를 보관했다가 당에서 반응이 없으면 5월 초께 안상수 시장과 함께 5000여 명의 책임당원 탈당계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일각에서는 창원을 중심으로 하는 무소속 연대의 출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하고 있다. 실제 한국당 창원시장 후보 공천에서 탈락한 강기윤 전 국회의원과 김충관 전 창원시 제2부시장 등도 공천 결과에 불복하고 있다. 게다가 도지사 후보 공천에서 탈락한 김영선·안홍준 전 국회의원도 무소속 출마를 저울질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 둘째, 전근대적인 언론관 여과 없이 드러낸 이창희 진주시장
진주는 이른바 ‘근무 중 황제 목욕’ 보도 이후에 나온 이창희 시장의 언행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언론 보도에 대응하는 수준이 시정잡배와 다를 게 없다는 자조 섞인 비판이 시민들 사이에서 팽배하다.
논란은 한 인터넷매체의 보도가 발단이 됐다. 해당 매체는 3월 12일 이창희 시장이 근무시간 중에 사우나에서 수시로 목욕을 해왔다고 보도했다. 그러자 이 시장이 발끈했다. 보도 이후 이틀 뒤인 3월 14일 기자실을 방문해 폭언에 가까운 말로 해당 사실을 최초 보도한 기자를 몰아세웠다.
특히 이 시장은 이날 “기자실을 누가 관리해? 기자단에 가입이 안 된 것들은 오면 안 될 것 아니냐”며 출입 제한 조치에 대해 언급했다. 이 시장은 또한 “사이비 언론은 언론도 아니야. 규제를 해야지. 규정을 만들어라”고 시 직원들에게 지시했다.
이창희 시장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지난 6일 오후 3시 시민홀에서 열린 ‘청렴 실천결의대회 및 청렴연극공연’에서 가진 강연에서도 다시 막말을 쏟아냈다. 이 시장은 이날 “인터넷 신문은 그쪽 회사는 자산 공시해 놓은 거 보니까 자산 1000만 원에 1년 매출이 100만 원입니다. 말 다했다 아닙니까. 거기 근무하는 기자가 어떤 기자인지 모르겠어요. 형사를 뽑아와 썼는지...”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시장의 이 같은 언행은 자치단체장이 시민들의 눈과 귀가 되어 시정을 비판하고 견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자실을 자기 마음대로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란 게 중론이다. 특히 그가 이 같은 인식을 한 배경에는 몇몇 지역지로 대표되는 기존 기자단 회원들 중 일부와 진주시청 간의 오랜 유착관계가 일조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 셋째, ‘카드깡’ 논란 등으로 경찰수사 받는 나동연 양산시장
나동연 양산시장은 12일 현재 경찰수사를 받는 피내사자 신분이다. 그가 수사를 받게 된 것은 민주당 예비후보로 양산시장에 나섰다가 지난 7일 1차 컷오프 된 강태현 변호사가 입을 열면서부터다.
강 변호사는 양산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후 작심한 듯 나 시장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측근 일감 몰아주기, ‘카드깡’을 통한 업무추진비 불법 유용 등 나 시장의 임기 중 비위사실들을 잇달아 폭로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 증거들을 담아 검찰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이후 경찰은 3월 13일 나동연 시장의 집무실과 비서실, 행정계 등 3곳을 비롯, 휴대폰 등 업무추진비와 관련한 자료를 압수수색했다. 당시 경찰 관계자는 “나 시장이 업무추진비 일부를 소위 ‘카드깡’ 형식으로 현금화해 유용했다는 의혹에 대한 고발 사건과 관련해 기초조사를 하고 관련 공무원을 추궁한 결과, 신빙성이 크다고 보고 압수수색을 감행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이 혐의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함에 따라 나 시장은 선거운동 기간 중에 피의자로 변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든 처지에 놓였다. ‘3선 도전’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 속에서 ‘설상가상’의 어려운 길을 목전에 둔 셈이다.
그런 가운데 자유한국당은 나 시장을 단수공천하기로 확정했다. 별다른 대안이 없는 까닭이란 게 대체적인 분석이지만, 험지로 여겨 당의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 때문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하용성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