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의 정치적 운명이 걸린 6·13 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그의 지지율은 좀처럼 올라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안철수 후보가 4일 서울시의회 앞에서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뒤 한 지지자로부터 받은 꽃다발을 들고 밝게 웃고 있다. 박은숙 기자
지난 8일 안철수 후보에 불리한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리얼미터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소속 박원순·박영선·우상호 세 예비후보 모두 안 후보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지지율을 얻었다. 민주당에서 어느 후보가 나와도 안 후보를 가볍게 제치는 상황으로 안 후보에게 불리한 구도가 그려지고 있는 것이다.
여당 후보들 중 가장 높은 지지율을 얻은 후보는 박원순 시장인데, 그는 박원순-안철수-김문수(한국당) 3자대결에서 50.3%로 1위를 지켰다. 안 후보는 20.4%, 김 후보는 16.6%였다. 박영선 후보가 나올 경우에도 안 후보는 2위였다. 박영선 후보 41.4%, 안 후보 20.2%, 김 후보 16.5%로 나타났다. 우상호 후보가 나올 경우 역시 우 후보가 40.5%로 안 후보(20.2%)와 김 후보(15.8%)를 가볍게 앞섰다.
민주당 후보들 지지율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에 대해 안 후보는 지난 총선·대선 때 발표됐던 여론조사들을 언급하며 “처음에는 다 떨어지는 것으로 나오지만 결과적으로 2배 이상씩 나왔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안 후보는 “(가상조사에서) 어떤 결과가 나온다 해도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라면서 “누가 서울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말로만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삶을 보고 신뢰성이 있는지를 보고 서울 시민들이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신에게 불리한 여론조사에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후의 여론조사 수치가 이전보다 2배 이상 높다’는 안 후보의 말은 사실이다. 실제로 안 후보가 총선·대선·보궐선거를 앞두고 실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출마 선언 전과 선거 직전의 4개월 사이에 지지율이 급등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19대 대선을 약 4개월 앞둔 지난해 1월,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안 후보는 지지율 5%를 기록했다. 이후 한국갤럽 3월 3주차 여론조사에서 안 후보는 10%를 얻어 1월보다 2배 상승한 결과를 보였다. 그리고 대선 약 1주일 전인 5월 1주차에는 20%를 얻어 문재인 당시 후보(38%)를 추격했다.
이처럼 지난 대선 당시 4개월 만에 지지율이 4배나 올랐지만 여기에는 맹점이 있다. 다른 후보들의 지지율도 함께 상승했다. 선거 초기에는 다수의 후보들이 난립하다가 선거가 다가오며 후보군들이 좁혀지는데, 이 과정에서 남은 후보들의 지지율이 상승하는 모습을 보인다.
실제로 19대 대선에서 홍준표 후보의 지지율이 큰 상승폭을 보였다. 한국갤럽의 지난해 3월 2주차 여론조사에서 홍 후보는 지지율 1%를 기록했으나 선거를 코앞에 둔 5월 1주차에는 16%를 기록해 2개월 만에 16배 상승한 지지율을 보였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역시 1월 1주차에는 1.3%에서 5월 1주차 6%로 올라 단순 수치로만 비교하면 4배가 넘게 올랐고, 심상정 정의당 후보도 0.2%에서 8%로 40배가 상승했다.
바른미래당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가운데)이 4일 서울시의회 본관 앞에서 지방선거 서울시장 출마선언을 마친 뒤 박주선(오른쪽), 유승민 공동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박은숙 기자
6·13 지방선거가 60일가량 남은 시점에서 안 후보는 여론조사 결과에 겉으론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지만, 속으론 발을 동동 구르고 있을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지난 연말 서울시장 후보군에 안 후보가 거론된 이래로 지금까지 지지율이 좀처럼 오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의 지난해 12월 여론조사에서 8명의 후보들 가운데 안 후보는 10.4%의 지지율로 4위를 기록했다. 1위 박원순 후보(37.6%)의 뒤를 이어 나경원 한국당 의원(11.5%), 박영선 후보(11.1%)가 각각 2, 3위를 지켰다.
이 여론조사에서 우상호 후보는 2.3%의 지지율로 안 후보보다 뒤처진 모습을 보였는데, 앞서의 리얼미터 4월 1주차 여론조사에서 우 후보는 안 후보(20.2%)의 두 배 넘는 수치(40.5%)를 나타냈다. 두 후보 모두 시작은 비슷했으나, 3~4개월 사이에 큰 격차가 벌어진 것이다.
2월에 발표된 여론조사에서도 안 후보의 지지율은 답보 상태를 보였다. 여론조사기관 ‘칸타 퍼블릭’의 조사에서 안 후보는 8.2%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앞서의 2017년 12월 여론조사와 비교해 상승은커녕 하락한 모습이다.
안 후보는 속이 탈 수밖에 없다.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이 ‘마이너스 통합’까지 감행했다. 이번 지방선거는 바른미래당의 첫 ‘성적표’와 다름 없다. 서울시장 선거 결과에 따라 ‘국민의당 대 바른정당’ 구도의 주도권 싸움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에 안 후보는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 승부수를 띄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안 후보 측 관계자는 이 상황을 비교적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안 후보 지지율이 좀처럼 오르지 않는 것은 지지율 여권 쏠림 현상이 굉장히 큰 데다 바른미래당이 완벽하게 전열을 갖춰 지방선거에 대응하는 단계가 아니기 때문”이라면서 “시간이 흐르면 괜찮아질 것이다. 박원순 시장과는 확실하게 다른 전략으로 임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한국당-바른미래당 선거 연대’ 가능성에 대해 “한국당과의 선거 연대, 후보 단일화 가능성은 전혀 없다. 안 후보 측은 한국당 후보와는 게임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민주당과 양강 구도로 가면 보수의 유권자들이 (안 후보에게 표를) 모아주리라고 생각한다. 박 시장과 민주당을 이겨야 한다는 여론이 결집된다고 보고 있다. 유권자에 의한 단일화를 기대하지 인위적으로 한국당 후보와 연대할 가능성은 제로”라고 말했다.
반면,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전계완 정치평론가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1등이 누군지에 관심이 가야 하는데, 지금 국민들의 관심은 2등이다. 지방선거보다는 지방선거 이후 야권 정계개편 주도권을 누가 갖느냐에 대해 관심이 있어서, 안 후보가 치고 올라가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현재와 같은 상황이라면 안 후보는 30%대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그게 최고치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전 평론가는 “다만, (현재 논란이 되는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처럼)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론이 확산되거나 국정운영능력이 떨어지는 상황이 연이어 일어날 경우에는 선거판도 전체가 바뀔 수도 있다”며 “그 시점에서는 (안 대표가) 예상을 깨고 상승세를 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
◇ 리얼미터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 - 조사의뢰자/선거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 - 조사일시: 2018년 4월 5~6일 ◇ 한국갤럽 19대 대통령 선거 1월 1주차 여론조사 - 조사의뢰자/선거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 - 분석 기간: 2017년 1월 4~5일 ◇ 한국갤럽 19대 대통령 선거 3월 3주차 여론조사 - 조사의뢰자/선거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 - 분석 기간: 2017년 3월 14~16일 ◇ 한국갤럽 19대 대통령 선거 5월 1주차 여론조사 - 조사의뢰자/선거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 - 분석 기간: 2017년 5월 1~2일 ◇ 한국갤럽 19대 대통령 선거 3월 2주차 여론조사 - 조사의뢰자/선거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 - 분석 기간: 2017년 3월 2~9일 ◇ 한국갤럽 19대 대통령 선거 3월 1주차 여론조사 - 조사의뢰자/선거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 - 분석 기간: 2017년 2월 28일, 3월 2일 ◇ 엠브레인 서울 광역단체장 선거 2017년 12월 여론조사 - 조사의뢰자: 국민일보 - 선거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 - 분석 기간: 2017년 12월 27일 10~21시, 2017년 12월 28일 10~16시 ◇ 칸타 퍼블릭 서울 광역단체장 선거 3월 1주차 여론조사 - 조사의뢰자: SBS - 선거여론조사기관: 칸타 퍼블릭 - 분석 기간: 2018년 2월 11~14일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