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동통신시장을 사실상 독과점해온 3대 기간통신사업자의 로고.
제4이동통신 사업자 선정은 통신업계 해묵은 과제다. 3대 기간통신사업자인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는 2002년부터 국내 이동통신시장을 사실상 독과점해왔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통신비 인하를 대선 공약으로 내걸고 제4이동통신 사업자 선정을 그 해법으로 제시했다. 기존 3대 통신사의 카르텔을 깨기 위해선 ‘메기’(신규 사업자)가 필요하고, 실력 있는 사업자가 시장에 진입하면 자연스레 업체 간 경쟁이 촉발돼 그 혜택이 소비자에게 돌아갈 것이란 점이 정책에 반영됐다.
그러나 정부 바람과 달리 지난 10년간 제4이동통신 사업자 선정은 난항을 겪고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모두 7차례에 걸쳐 사업자 선정 공고를 내고 심사를 진행했지만 단 한 차례도 ‘적격’ 판정을 내리지 않았다. 심사 기준에 포함된 법인의 재정적 능력을 충족시킬 만한 사업자가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제4이동통신 사업자 선정에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국가 정책 방향을 논의하는 국정기획자문회의에서 제4이동통신 사업자 선정은 안건에조차 포함되지 못했다. 당시 친문계 전·현직 의원은 제4이동통신과 관련한 현안 보고에 부정적 의사를 피력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그러나 이번 KCTA의 기자간담회를 전후로 시장에선 이번에야말로 통신업계 ‘메기’가 될 신규 사업자가 등장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간담회에 참석한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제4이동통신 (사업에) 진입장벽은 없다”며 “통신 3사보다 4사, 5사가 있을 때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업계는 모두 제4이동통신 사업에 투자할 만한 유력 후보군으로 CJ그룹을 꼽고 있다. KCTA가 주도하는 ‘제4이동통신 컨소시엄’에 CJ가 포함되지 않으면 김 회장의 공언은 현 시점에서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알뜰폰 사업자이기도 한 CJ는 자체 주파수 없이 기존 통신사의 설비를 빌려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CJ를 포함한 알뜰폰 사업자의 이동통신시장 점유율은 10~11% 수준으로, CJ헬로비전(CJ헬로)이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알뜰폰 시장에서 CJ헬로의 점유율은 13% 수준으로 SK텔레콤의 알뜰폰 사업자인 SK텔링크(12% 수준)와 큰 차이가 없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비유하면 SK텔링크는 대한항공이 진에어를 운영하는 것이고, CJ헬로는 유통기업이 저가항공사를 운영하는 것이라 그 성질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CJ헬로가 제4이동통신 유력 사업자로 거론되는 것은 CJ의 막대한 자금력과 알뜰폰 사업 운영 노하우, 케이블업계에서의 우월적 지위 등과 연관이 있다. 이미 전국 단위의 유선 통신망을 갖춘 CJ헬로는 무선 통신망 확보 시 자사 상품(미디어 컨텐츠 등)을 독점 또는 결합 형태로 판매할 수 있다. ‘그레이트 CJ’를 비전으로 신규 투자에 골몰하고 있는 CJ로서 차세대(5G) 통신망 확보는 비전을 현실화하는 ‘열쇠’가 될 수 있다. 5G는 4차 산업혁명의 ‘근간’으로 오는 6월 5G 주파수 경매가 시작된다.
지난해까지 매각설에 시달려온 CJ헬로는 올해 들어 구조조정 등을 거치며 매각 계획을 철회하고 그룹 내 입지를 다지고 있다. 앞서 CJ헬로 인수전 당시 업계에선 SK텔레콤이 혹시 모를 경쟁자(제4이동통신 사업자)를 없애기 위해 인수를 시도하는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그러나 CJ 관계자는 “(SK가) 이동통신보다 방송 사업의 가능성을 보고 인수를 시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CJ는 “투자 대비 수익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아직까지 이동통신 사업과 관련해 확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도 전했다.
제4이동통신 사업자가 되려면 적게는 2조 원에서 많게는 5조 원가량 초기 투자비용이 필요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 따르면 국내 이동통신 서비스 보급률(인구 대비 가입자 수)은 2014년 말 기준 113.5%로 이미 포화 상태다. 또 이동통신 서비스 기본료는 낮아지는 추세며, 통신 3사간 요금 구조의 차이도 거의 없다. 가격 경쟁보다 광고 등을 통한 마케팅으로 출혈 경쟁을 벌이는 시장이란 평가도 있다. 이동통신사 한 관계자는 “기존 사업자도 힘든데 신규 사업자가 와서 하기에는 버겁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의견일 것”이라고 전했다.
변수는 정부의 의지다. 정부는 2002년 LG유플러스가 이통통신사업에 진출할 당시 주파수 경매와 신규 고객 확보에서 일부 혜택을 줬다.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으로 손경식 CJ 회장이 선출된 점은 CJ의 투자 의지가 확고할 시 사업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동통신사 다른 관계자는 “정부가 마음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다르지 않겠느냐”고 했다.
CJ 측에선 삼성과의 껄끄러운 관계가 투자의 변수가 될 수 있다. 삼성전자의 주요 고객이 스마트폰 단말기를 판매하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이기 때문이다. CJ 측이 제4이동통신 사업자가 되면 삼성전자가 제조하는 스마트폰을 판매할 수밖에 없다. 앞서 삼성전자는 제4이동통신 사업자 선정 심사 당시 기존 3사의 반발 등을 우려해 신규 사업자에 대한 직접 지원을 꺼린 바 있다.
또 CJ와 컨소시엄을 맺을 기업이 마땅치 않은 것도 향후 투자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대백화점 계열이자 CJ헬로와 같은 KCTA 소속인 현대HCN은 “전혀 투자를 검토하거나 협회로부터 제안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티브로드 사업자인 태광그룹은 금산분리 이슈 등으로 신규 사업에 투자할 여력이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제4이동통신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많지만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처럼 앞장서는 곳이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co.kr
“영업 기밀보다 국민 알권리” 대법원 통신요금 원가 공개 판결 후폭풍 지난 12일 대법원이 이동통신 3사에 대해 “이동통신요금 원가를 공개하라”고 판결하면서 이동통신 3사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기업 영업 비밀이 보호받지 못할 우려가 있다”며 유감을 나타냈고, KT와 LG유플러스 역시 같은 취지의 입장을 표명했다. 이번에 공개하기로 한 이동통신요금 원가는 2G와 3G로 현재 상용 중인 LTE는 아니다. 그러나 업계에선 LTE 요금제와 향후 도입될 5G 요금제에 대해서도 소송을 제기하면 원가를 공개해야 하느냐는 우려가 나온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애플이나 스타벅스에 대해서도 원가를 공개하라고 하는지, 자동차 업체가 엔진 원가를 공개하고, 판매가를 책정하는지 판단을 내려달라”고 했다. 그러나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선 대법원 판결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동통신 서비스 특성상 개인이 사유할 수 없는 ‘공공재’이고, 국민들도 통신 요금을 어떻게 책정하는지 ‘알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이들 3사는 2003년 1만 4000원이었던 기본료를 2010년에는 1만 2000원으로 내렸고, 2011년에도 1만 1000원으로 인하했다. 물가가 오르는 동안 기본료와 각종 요금이 인하된 것은 그만큼 통신 3사가 같은 기간 서비스에 비해 많은 이익을 가져갔다는 말도 된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은 점에 대해선 인정하고, 향후 새로운 사업모델로 수익을 가져갈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