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2. 4월 초, 걸그룹 오마이걸의 유닛 그룹인 오마이걸 반하나가 새벽 1시께 롯데홈쇼핑에 등장했다. 이들은 신곡 발표 쇼케이스 무대로 홈쇼핑 채널을 택했다. 이들의 이례적 행보에 팬들도 호응을 보였다. 새벽 시간이었음에도 실시간으로 시청자 질문에 답하며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 관련 기사 역시 쏟아졌다. 여론과 언론의 관심을 끌었다는 측면에서도 성공적인 퍼포먼스였던 셈이다.
# 쇼퍼테인먼트의 탄생
홈쇼핑과 엔터테인먼트를 결합시킨 소위 ‘쇼퍼테인먼트’가 각광받고 있다. 유명 아이돌 그룹을 비롯해 다양한 연예인들이 홈쇼핑 채널에 출연해 직접 물건을 판다. 처음에는 해당 연예인들의 팬들이 응원과 관심 차원에서 방송을 지켜보지만, 결국은 구매로 이어진다. 연예인이 등장한 홈쇼핑은 대다수가 완판(완전 판매)이나 높은 매출을 기록하며 성공에 방점을 찍었다.
쇼퍼테인먼트의 시작은 ‘B급 문화’라 할 수 있다. 2010년 방송인 유세윤과 가수 뮤지로 구성된 듀오 UV가 신곡 ‘집행유애’를 발표하며 홈쇼핑에 출연해 앨범을 팔았다. 당시 UV의 콘셉트는 진지한 듯 음악을 하지만 보고 듣는 이로 하여금 웃음 짓게 만드는 B급이었다. 이런 정서가 홈쇼핑과 딱 맞아떨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듬해에는 방송인 박명수가 홈쇼핑에 얼굴을 비쳤다. MBC ‘무한도전’ 등에서 탈모로 고민하며 머리숱을 풍성하게 보이도록 한다는 흑채를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줬던 그는 실제로 홈쇼핑에서 흑채를 팔았다. 이 역시 웃음과 제품을 접목시켜 시청자들의 시선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
2015년 싱어송라이터 루시드폴이 7집 앨범을 내며 홈쇼핑에 등장한 것은 이례적이었다. 실제로 제주도에서 살며 감귤 농사를 짓는 그는 직접 재배한 감귤과 새 앨범을 한데 묶어 팔았다. 루시드폴이 속한 기획사 안테나뮤직의 대표인 유희열을 비롯해 한솥밥을 먹고 있는 정재형, 페퍼톤스 등도 참여했다. 그 결과 1000세트가 완판됐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그 전까지 연예인의 홈쇼핑 출연을 장난스럽게 보는 시선이 많았다면 음악성을 인정받고 있는 루시드폴의 시도는 홈쇼핑을 바라보는 가요계의 시선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며 “이후 참신함을 통해 대중에게 어필하는 방법으로 홈쇼핑을 택하는 연예인이 늘었다”고 분석했다.
# 홈쇼핑과 엔터테인먼트의 윈윈 전략
최근 쇼퍼테인먼트가 강화되는 이면에는 업계 지각 변동도 있었다. 최근 CJ오쇼핑이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CJ E&M과 합병을 발표하면서 양측의 왕래가 활발해졌기 때문이다. 대표 사례는 ‘코빅 마켓’이다. 이는 tvN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인 ‘코미디 빅리그’에 출연하고 있는 개그맨들이 코너 속 캐릭터 그대로 홈쇼핑에 등장해 물건을 판매하는 것이다. 실제 작가들도 투입돼 치밀하게 구성되는 ‘코빅 마켓’을 보게 된 ‘코미디 빅리그’의 팬이라면 코미디 프로그램처럼 접하다가 자연스럽게 물건 구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외에도 CJ오쇼핑은 지난해 그룹 슈퍼주니어를 내세운 패딩 판매로 재미를 본 데 이어 지난 12일에는 또 다시 그들과 손잡고 마스크팩 판매에 나섰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 롯데홈쇼핑은 문화 공연 소개 전문 프로그램인 ‘엘스테이지’(L-STAGE)를 운영하고 있다. 오마이걸 반하나의 쇼케이스 역시 이 프로그램의 일환이었고, 다양한 뮤지컬 등 공연 상품을 홈쇼핑에서 판매해 매출을 올리는 전략이다.
이런 흐름을 통해 홈쇼핑 업체들은 채널 인지도를 제고하고 시청층을 넓히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유명 연예인과 특정 홈쇼핑 채널의 이름이 함께 거론되며 다양한 기사가 쏟아지는 것은 더 없이 좋은 홍보 도구다. 게다가 홈쇼핑은 중장년층이 즐겨본다는 편견을 깨고 홈쇼핑에 출연한 아이돌들을 보기 위해 10~20대들도 몰리고 있다.
반대로 생각하면 아이돌 그룹은 홈쇼핑 진출을 통해 팬층을 넓힐 수 있다. 상대적으로 중장년층에게 인지도가 낮은 상황 속에서 그들이 즐겨보는 홈쇼핑에 출연하는 아이돌 그룹 멤버들의 모습을 친숙하게 느낄 가능성이 크다. 또한 그들의 홈쇼핑 출연을 긍정적이고 재미있게 바라보는 시선 또한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흐름이 일시적인 현상으로 그칠 수도 있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홈쇼핑에 등장하는 연예인이 우후죽순 격으로 늘면 참신함은 떨어지고 대중이 피로도를 느낄 수 있다”며 “또한 그들을 활용해도 판매 증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홈쇼핑 업체 역시 연예인 출연을 고집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