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GV의 한 영화관이 가격안내문을 내걸었다. 연합뉴스
4월 11일 CGV는 평일 일반 2D 영화 관람료를 기존 9000원에서 1만 원으로 올렸다. 멀티플렉스 영화관 중 관람료 ‘1만 원 시대’를 가장 먼저 선언한 셈이다. 극장시장 점유율 약 50%, 국내 최대 극장인 CGV의 가격 인상은 다른 영화관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해 보였다.
실제로 롯데시네마도 최근 관람 요금을 기존 대비 1000원 인상했다. 메가박스는 4월 27일부터 영화 관람료를 기존 대비 1000원을 인상할 예정이다. 이들 영화관들은 관람료 인상에 대해 “물가 상승에 따른 극장 운영 관리비용이 늘었다”라고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여론의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참여연대는 최근 “전형적인 독과점 시장의 폐해다. 공정거래위원회 신고도 적극 고려할 예정”이라고 경고했다. 소비자단체협의회도 “CGV 가격인상안을 즉각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문제는 이들 멀티플랙스 영화관의 가격 인상뿐만이 아니었다. CGV가 가격 인상안을 발표한 순간, 4월 11일 포털 사이트의 한 회원은 “CGV는 고객의 소리를 듣기 싫어한다. 고객센터에 문의가 안 된다”며 “모바일 앱에 직접 글로 써서 문의하는 게시판도 없다. 항의하고 싶어도 직원과 통화하는 항목이 없다”고 비판했다. CGV 고객센터가 고객의 직접적인 목소리를 외면한다며, CGV를 향한 또 다른 불만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과연 CGV 고객센터에는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일까. 4월 17일 직접 고객센터에 전화를 직접 걸어 사실을 확인했다. 통화 연결 직후에 “상담원을 통한 영화 예매 및 취소는 불가하며 홈페이지 또는 앱에서 직접 예매가 가능합니다”는 안내 메시지가 흘러나왔다.
이어 “상영안내 및 잔여 좌석 안내는 1번, 극장위치 및 주차안내는 2번, 관람가격 안내는 3번 관람권 및 상품권 안내는 4번 등을 눌러주십시오. 다시 들으시려면 *표를 눌러주십시오”라는 메시지가 들렸다. 초기 안내 메시지에서 전화 상담원 연결 안내는 아예 배제된 상태였다.
관람권과 상품권 안내를 받기 위해 ‘4’번을 선택했는데도 전화 상담원 연결 안내는 나오지 않았다. 약 1분 30초 동안 안내 메시지를 전부 듣고 난 뒤에야, “상담원 연결이 필요하시면”이라는 메시지를 들을 수 있었다. 분실물 등 급한 용무가 있는 고객이 기다리기에는 상당히 긴 시간이었다. CGV 측은 전화상담원의 고객 응대를 최대한 피하려고 하는 인상이 들 수도 있는 상황이다.
CGV 측이 “상담원을 통한 영화 예매 및 취소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영화 관람을 위해 극장을 찾은 고객에게 ‘영화 예매와 취소’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홈페이지 등 온라인 서비스에 서툰 60대 이상의 어르신들의 경우 불편을 느낄 수 밖에 없다.
누리꾼들 사이에서 CGV 고객센터는 그동안 ‘악명’ 높은 서비스로 알려졌다. 온라인 공간에서 ‘CGV 전화 연결 꿀팁’이 공유되기까지 한다. 2015년 1월 10일 T 온라인 커뮤니티의 한 회원은 “CGV는 ARS가 잔뜩 있고 상담원 연결이 안 되고 막막하다”며 “이틀간 얼마나 전화를 했는지 모르겠다. 15xx-11xx에 8-1-*번을 순서대로 누르면 된다. 각 영화관번호가 없어 전화를 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CGV 고객센터에 상담원 연결 서비스가 없다고 착각한 누리꾼들도 있다. B 커뮤니티의 다른 회원 역시 2017년 12월 24일 “오늘 아이랑 포켓몬 콤보를 먹었다. 포켓몬 콤보에 도장찍는 기능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고객센터에도 상담원 연결이 없어 물어볼 수도 없네요”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회원도 최근 “동생이 영화 쿠폰을 보내줬는데 어떻게 써야할지 모르겠다. 고객센터에 상담원 연결이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CGV 홍보팀 관계자는 “고객들의 불편사항이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ARS 서비스를 8가지로 세분화를 시켜 놓았다”라며 “각 주제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상담사를 배치했다. 오히려 빨리 안내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고객들의 불편사항이 있다면 서비스를 개선해나갈 계획이다”고 해명했다.
CGV 고객센터의 ‘불편함’은 이뿐만이 아니다. CGV 모바일 앱의 고객센터 메뉴는 오로지 ‘자주 찾는 질문’으로 구성돼 있다. 모바일 앱 이용자가 직접 글을 써서 문의할 수 있는 게시판이 없다. CGV 측이 공식 홈페이지에서 ‘이메일 문의’, ‘분실물 문의’ 등으로 메뉴를 세분화 해놓은 모습과 차이가 있다.
CGV 모바일 앱의 고객센터 메뉴 하단에는 “CGV 고객센터:15xx-11xx (상담 가능 시간: 09:00~22:00)”이라고 쓰여 있다. 앞서 고객센터에서 전화 상담원 연결이 어려웠던 점을 고려하면, CGV 측이 앱을 통한 고객 응대에서도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CGV 홍보팀 관계자는 “모바일 앱에는 고객이 가장 많이 찾는 서비스를 우선적으로 배치했다. 앱의 주된 용도는 영화예매다. 앱에서 모든 것을 녹여내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CGV앱은 과거에도 자주 구설에 올랐다. 2014년 당시 국내 멀티플렉스 3사의 모바일 앱 중 고객센터가 없는 곳은 CGV가 유일했다.
롯데시네마(구 피카디리 극장) 모습. 연합뉴스
극장시장 점유율 약 30%. ‘업계 2위’ 롯데시네마의 고객센터의 상황도 CGV와 다르지 않다. 4월 17일 기자는 직접 고객센터(15xx-88xx)에 전화를 걸었다. 통화 직후 “상담원을 통한 영화 예매 및 취소는 불가하며...”라는 안내 메시지를 들을 수 있었다.
롯데시네마에서도 ‘상담원 연결’은 쉽지 않았다. “샤롯데 안내는 0번, 서울지역은 1번” 등 지역별 극장 안내 메시지가 흘러나올 뿐, 초기 안내 메시지에서 상담원 연결 안내를 찾아볼 수 없었다. 구체적으로 메뉴를 선택하고 약 2분을 기다린 뒤에야 상담원 연결 안내가 나왔다.
롯데시네마 고객센터를 향해 누리꾼들의 불만이 쏟아지는 배경이다. S 커뮤니티의 한 누리꾼은 최근 “롯데시네마 상담원 연결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며 “휴대전화 버튼을 누르고 또 눌러도 원하는 지역을 찾기가 힘들다. 오히려 상담원을 더 많이 배치하는 게 효율적인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롯데시네마 관계자는 “고객의 말씀을 안 듣겠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고객과 상담원을 바로 연결하면, 다른 고객들의 대기 시간이 늘어날 수 있다”며 “책임을 회피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고객에게 더욱 빠른 서비스를 드리기 위한 방안이다”고 설명했다.
CGV와 롯데시네마의 시장점유율을 합치면 약 80%를 육박한다. 이들 영화관이 관람료 인상에는 적극적으로 나서고, 고객 응대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점에 대해 일각에선 “고객 목소리엔 불통, 자신들 이익엔 소통”이라는 등의 뼈있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최선재 기자 s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