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단체 “진상조사·징계 이뤄지지 않는 조직문화 바꿔야”
- 경북대 “사실 관계 파악 나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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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경북대학교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여성단체들이 성추행 교수에 대한 징계 등을 촉구하고 있다.
[대구=일요신문] 남경원 기자 = 대구·경북 대학가를 중심으로 미투(#Me too) 운동이 감지된 가운데 경북대학교의 한 교수가 대학원생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문제는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A교수가 최근까지 경북대 내에서 성희롱·성폭력 대책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해 논란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과 전국여성노동조합 대구경북지부는 19일 오전 9시30분께 경북대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교수에 대한 징계와 재발방지 대책을 촉구했다.
여성단체에 따르면 경북대에서 성희롱·성폭력 대책위원회 위원인 A교수는 10년 전 대학원생인 피해자를 1년동안 상습적으로 성추행했다. 교수 연구실에서 팔을 붙잡거나 손을 잡고 나가지 못하게 막고 껴안고 강제로 키스까지 했다는 주장이다.
이같은 사실은 최근 여성단체가 주최한 미투(Me too) 관련 토론회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당시 피해자 B씨는 교실주임교수에게 성추행 사실을 알리고 가해 교수의 징계를 요구했다고 한다. 그러나 교수들은 경북대에 ‘성폭력 예방과 처리에 관한 규정’이 없다며 이를 묵인, 임시로 연 징계위원회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를 동석시키고 사과받기를 강요한 것으로 전해진다. 심지어 ‘자율징계’라는 확약서를 전제로 민형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합의도 강요받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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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성추행에 대한 민형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며 작성된 ‘자율징계’ 확약서.
여성단체는 문제의 A교수는 물론 징계위에서 가해자를 회유·협박한 교수도 2차 가해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경북대에서 중요 보직을 맡고 있는 A교수는 지난달 1일까지 성희롱·성폭력 대책위로도 활동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단체 관계자는 “당시 경북대는 사건의 처리결과에도 불구하고 관련자들이 왜 이같은 보직을 맡고 있는지 설명해야 한다”면서 “규정대로 사건이 처리됐다면 가해자는 해임됐어야 하고 가해자가 현재 성폭력대책기구의 성원이라는 말도 안되는 결과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 경북대의 구조적인 문제부터 고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5년부터 성희롱 행위자에 대해서는 무관용의 원칙이 적용된다. 성희롱 고충심위원회 구성에서 한 성이 60%를 초과해서는 안되며 위원 중 2명 이상을 외부 성희롱·성폭력 방지 관련 전문가를 위촉해야 한다.
그러나 경북대 인권센터 내 성희롱·성폭력대책위원회는 총 11인 중 여성 위원 2인 이상, 외부위원 1인으로 구성하도록 되어 있다. 현재 성폭력 가해자가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니 이러한 구조로는 성폭력 사건을 제대로 처리할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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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단체는 해당 교수의 성폭력 사실에 대한 철저한 재조사를 촉구하는 한편 잘못된 성폭력사건의 처리 과정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해자와 2차 가해자들을 징계는 물론 가해자의 성희롱·성폭력대책위원회 위원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사건 은폐에 대해 책임을 지는 한편 학내의 다른 성폭력 사건의 처리 기준을 확립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기자회견 이후 여성단체는 경북대 부총장 등 5명과 면담을 가졌다. 가해자로 지목됐던 A교수는 이 자리에 불참했으며 경북대 총장은 해외 일정으로 불참했다.
경북대 관계자는 “사실 최근 여성단체에서 보낸 자료를 보고서야 알았다. 일단 가해 교수는 보직을 해임하기로 결정했으며 이번 사태에 대해 철저한 진상 조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혜숙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성폭력 범죄는 범죄가 일어날 수 있는 구조와 조직문화가 있는 곳에서 발생한다”면서 “성폭력 피해를 입어도 말할 수 없는 조직문화와 피해를 호소해도 진상조사와 징계가 이루어지지 않는 구조는 바뀌어야 한다. 이제 경북대는 용기 내어 자신의 피해사실을 이야기하는 피해자의 목소리에 위드유(WithYou)로 응답하라”고 말했다.
ilyo0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