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vs 개발’ 팽팽한 대립에 중구청 ‘모르쇠’
청계천 산업용재시장은 지금으로부터 60년 전에 태동한 곳이다. 1970년대 개발의 시대에는 ‘탱크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 능력을 인정받았다. 2003년 청계천 복원공사 이후 일부 소매중심의 소상공인들이 떠나면서 그 세력이 약화됐다. 하지만 여전히 1100여 회사가 모여 항공기에 쓰이는 소량 다품종의 정밀부품이나 각종 시제품 및 공과대학 실험용품 등을 주문제작하고 있다. 최근에는 서울에서 가볼만한 곳으로 알려지면서 청계천을 찾는 관광객들이 함께 구경하는 장소가 됐다.
청계천 산업용재시장이 포함된 구역은 청계천 복원공사의 연계사업이라 할 수 있는 ‘세운재정비촉진지구’로 이명박 시장 퇴임 직후인 2006년 10월에 지정됐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 사업은 이후 이명박 시장 당시 서울특별시 건설안전본부장을 맡아 청계천 복원공사에 관여했던 최창식 전 서울시 부시장이 구청장으로 있는 중구청 관할이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사업시행사인 ‘A 건설’은 보상절차를 진행하면서 소상공인들에게 영업장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적게는 30년, 많게는 60년을 삶의 터전으로 알고 일해왔던 소상공인들은 청계천상권수호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생존을 위한 상권보호와 지역보존을 호소하고 있는 중이다.
사업시행사와 소상공인이 이같이 대립각을 세우는 것과 관련, 중구청은 “이전되는 영업세입자에 대해 대체영업장 조성, 우선 분양권(임차권) 제공 및 영업보상금 지급 등의 세입자 대책을 수립하는 등 관련 절차에 따라 추진하고 있는 사업을 상권보호와 지역보존을 사유로 타당한 근거 없이 행정청에서 임의로 중단시킬 수 없는 입장”이다.
이 과정에서 중구청은 최근 도시환경정비사업의 원활한 추진과 사업시행자 편의를 위해 세운재정비촉진지구, 남대문, 무교다동, 을지로 등 18개 구역에 확정 지번 227개를 부여했다. 이 같은 조치로 사업시행사는 간편한 확정 지번을 사업 초기단계부터 쓸 수 있게 됐고, 확정 지번 부여로 사업기간의 단축까지 도모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대해 청계천상권수호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중구청의 처사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시행사가 확보했다는 20% 동의서 가운데 사문서 위조건이 확인되어 고소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시행사가 자금이 부족한지 이제는 지주 공동개발방식까지 제안하는 일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시행사 측은 건물이 신축되면 지하층으로 영업장을 옮기라고 제안하는데 산업용재시장의 특성을 무시한 것인지, 모르는 것인지를 떠나서 기계가공의 경우 먼지가 심하게 발생할 수 있어 지하 작업은 어려울뿐더러 주상복합건물인 경우 기계운영으로 진동이 심하게 발생할 수 있어 거주민들의 민원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산업용재시장의 특성상 관련업체들이 모두 모여 있어야 일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는데 이곳에서 뿔뿔이 흩어질 경우 우리나라 산업용재시장은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같이 모여 업무를 진행할 대체용지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이렇게 사업이 진행되면 60년 전통의 청계천 산업용재시장은 붕괴될 것이고, 3000여 개 이상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며 “이곳이 사라지면 청계천에 흐르는 물에는 자신의 눈물뿐만 아니라 소상공인들의 눈물도 같이 흐르게 될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에 대해 사업시행사인 ‘A 건설’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20% 동의서 가운데 사문서 위조건은 사법 당국에 의해 무혐의 처리 됐다”며 “75%가 넘는 80%의 동의서를 받아 사업이 진행됐다”고 강조했다.
지주공동개발방식과 관련해서는 “지주와 공동사업이 맞다”며 “사업을 시행할 경우 먼저 지주에게 땅값을 지불해야 하지만 자금부족으로 10년간 지연되다가 토지주의 동의서로 인허가를 받았기 때문에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밝혔다.
영업장 지하층 이전 제안에 대해서는 “서울시 정책이 도심특화사업 인허가를 받을 경우 세입자를 다시 입주시키면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전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장효남 기자 ilyo11@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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