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4월 2일 여성 A 씨는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소변, 암모니아, 담배 냄새 등 언제 이상한 냄새가 날지 모른다. 일하는 도중에 냄새가 나면 죽을 것 같다”며 “하늘을 원망하고 분노에 차오르고, 그 사이 청춘의 시간들이 날아갔다. 이제는 죽음이 무섭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한계를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생선냄새증후군은 의학적으로 트리메틸아민뇨증으로 불린다. 몸에서 땀, 소변, 썩은 생선이나 썩은 계란, 쓰레기와 같은 냄새가 나는 질환이다. 악취를 풍기는 트리메틸아민이 간 등 체내에서 제대로 분해되지 못해 냄새가 그대로 체외를 통해 배출되는 희귀질환이다.
변기원 변한의원 원장은 “장이 나빠서 오는 유전 질환이다. 생선냄새증후군 환자들은 우유에 있는 카제인, 밀가루에 있는 글루텐이라는 단백질을 분해하는 효소가 없다”며 “밀가루와 우유를 섭취할 경우 점점 장내 환경이 나빠지고 소장벽에 있는 융모가 느슨해진다. 카제인과 글루틴이 소장을 통해 바로 피로 들어가면서 냄새가 유발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생선냄새증후군 환자들은 몸에서 나는 냄새 때문에 일상생활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느낀다. 2017년 11월 23일 I 커뮤니티의 한 회원은 “유치원 때부터 주변 애들이 냄새난다고 피해 다녔고, 초등학교 시절 애들이 수업시간에 손들고 ‘쟤, 냄새나요’라고 말했다”며 “왕따를 당해 집에 와서 매일 울었다. 고등학교 입학 첫날, 주변 애들이 찡그리면서 쳐다봤다. 대학교 때도 대인기피증이 와서 힘들었다”고 전했다.
생선냄새증후군 환자들의 커뮤니티에서도 심각한 사연을 엿볼 수 있다. S 커뮤니티의 한 회원은 2014년 7월 19일 “노력해도 냄새가 없어지지 않는다. 쓰레기, 음식물쓰레기가 몸에서 난다. 스트레스가 너무 심하다”고 밝혔다. 2013년 2월 17일 다른 회원도 “대학 2년 시절부터 냄새가 시작됐다. 밤에 잠잘 때 이불을 덮으면 이불 속에서 매콤하고 자극적인 가스가 올라온다. 점점 더 심해져서 길거리에서 마주 오는 사람이 재채기를 할 정도다”고 괴로움을 호소했다.
단순히 ‘냄새’뿐만이 아니다. 생선냄새증후군 환자들은 정신질환도 함께 겪는다. 변기원 원장은 “오염된 피가 소장을 통해 뇌 쪽으로 들어가면 자율신경계가 교란된다. 생선냄새증후군 환자들이 우울증, 강박 장애 등 정신질환을 호소하는 까닭이다”며 “어떤 환자는 냄새 때문에 액취증이 아닌데도 액취증 수술을 했다. 냄새가 난다며 자궁을 드러낸 여성도 있었다. 환자들이 증상을 더욱 확대해석하면서 악순환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생선냄새증후군 질환자들은 일상생활을 이어가기조차 힘들 정도로 정신적인 고통에 시달리기도 한다. 청와대 청원자 A 씨가 자신과 같은 생선냄새증후군 환자들에게 장애등급 판정을 인정해야한다고 주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A 씨는 “20년을 기다린 끝에 생선냄새증후군을 확진 받았지만 장애등록도 안 된다. 의사의 확진을 받았는데도 국민연금공단에서는 장애인에 해당이 안 된다고 한다. 직장생활을 정상인처럼 할 수 없는데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질병관리본부 전경. 연합뉴스
실제로 생선냄새증후군과 같은 희귀난치성 질환은 현행법상 장애등급 판정을 받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장애인복지법 시행령은 지체장애인, 뇌병변장애인 등 장애 유형을 현재 총 15개로 구분하고 있다. 장애인복지법 시행규칙은 장애의 정도를 기준으로 해 1급부터 6급까지 장애등급에 대해 명시하고 있다. 생선질환증후군은 15가지 유형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장애인복지법의 도움을 얻기 힘들다.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과 관계자도 “희귀성 질환은 판단 대상이 아니다. 장애인 복지법 시행령에 규정된 15개 장애 유형은 특정한 질환을 장애로 인정하지 않는다. 희귀질환이 너무 많아 전부 장애로 인정하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공단 장애심사센터 관계자도 “희귀난치성 질환은 15개 장애 유형에 해당되지 않는다. 원칙적으로 장애등급을 받기 어렵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생선질환증후군 환자들에게도 국가의 도움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변기원 원장은 “희귀 질환의 특성상 장애 등급을 준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얘기일 수도 있지만 생선냄새증후군은 다른 희귀질환과 좀 다르다”며 “단순히 냄새뿐만이 아니라 자율신경계 교란으로 정신질환이 함께 오기 때문에 일상생활이 어렵다. 장애 진단을 받을 정도임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보건 당국이 장애인복지법을 전향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신 판례는 장애인복지법의 ‘맹점’을 지적하고 있다. 서울고등법원은 2016년 8월 19일 틱 장애를 앓고 있는 B 씨가 양평군수를 상대로 낸 장애인등록신청 반려처분 취소소송에서 “B 씨는 틱 장애 증상으로 일상생활에서 그 제약의 정도가 심한 편”이라며 “그런데도 장애인복지법 시행령은 틱 장애의 경중을 묻지 않고 등록 대상에서 제외했다”면서 원고 승소로 판단했다. 15개 장애 유형에 해당하지 않으면, ‘장애등급’을 받을 수 없는 장애인복지법을 향해 일종의 메시지를 보낸 셈이다.
또 생선냄새증후군 환자들은 희귀난치성 질환자들이 혜택을 받는 ‘산정특례’ 제도에도 제외된다. ‘산정특례’는 값비싼 의료비 때문에 고통을 겪는 희귀난치성 질환자들을 위해 보건복지부가 본인 부담 진료비를 경감해 주는 제도다. 하지만 보건복지부 고시 제2017-171호에 명시된 “희귀난치성질환자 산정특례 대상”엔 ‘생선냄새증후군’은 빠져 있다. 생선냄새증후군 환자들은 ‘법 사각지대’에 놓인 셈이다.
산정특례에 대한 심사를 담당해 온 국민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산정특례는 진료비가 많이 발생했을 때 계속적인 치료가 필요한 사람을 위해 시행하는 제도다”며 “만약에 냄새만 나고 계속적인 치료가 어려울 경우에는 산정특례 대상에 포함될 수 없다. 냄새는 나지만 어떤 약을 투여해도 치료가 불가능한 경우에 혜택을 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보건 당국이 생선냄새증후군 등 국소희귀질환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일요신문’ 취재 결과, 보건 당국은 현재 생선냄새증후군 환자 현황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질병관리본부 산하 국립보건연구원 관계자는 “유병인구 파악이 어렵다. 희귀질환은 1000여 개가 넘기 때문에 질환별 통계가 정확치 않다. 산정특례에 등록된 희귀질환의 경우에만 파악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도 여전히 원칙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과 관계자는 “희귀난치성 질환 때문에 어려움이 있다고 하는 민원은 수도 없이 많다. 온몸에 털이 없다고 하는 환자 등 희귀난치성 질환은 약 2000개 이상이다”며 “희귀난치성 질환을 일일이 제도상으로 수용하기 어렵다. 인정하면 끝나는 것이 아니다. 재정과 서비스가 수반된다”고 말했다.
생선질환증후군 등 극소희귀질환자들은 보건 당국의 무관심과 ‘법의 사각지대’ 속에서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최선재 기자 s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