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제공 = MBC
# ‘휴게소 완판녀’ 이영자
이영자를 ‘대세’로 만들어놓은 ‘전지적 참견 시점’은 연예인과 그의 짝꿍인 매니저가 함께 보내는 일상을 관찰하는 내용의 예능프로그램이다. 3월초 정규 편성돼 토요일 밤 시간대에 방송하고 있다. 이를 통해 관찰 예능에 처음 도전한 이영자는 자신의 일상 등 평소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주면서 시선을 끈다. 방송에 나오지 않는 일상생활에서는 고향인 충청도 사투리를 구사하는 모습부터 다소 눈치가 없어 보이는 매니저와 함께 하는 생활이 만들어내는 웃음이 상당하다.
이영자의 인기가 증폭된 계기는 뜻밖에도 한국도로공사의 ‘발표’가 나온 뒤부터다. 이영자는 방송을 통해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자주 먹는 그만의 선호 음식을 소개하는 ‘휴게소 먹방’을 선보이고 있다. 먹는 일에 있어서 내공이 없다면 보이기 어려운 ‘전문가’의 모습은 그대로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당장 고속도로 휴게소로 달려가 그가 먹는 음식을 따라 먹어보고 싶게 만들면서 식욕을 당긴다. 이런 분위기 속에 한국도로공사는 방송 전후 매출 분석표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이영자가 언급한 휴게소 음식이 방송 이후 평균 200% 이상, 최대 5배 가까운 매출 상승을 보였다.
SNS에서는 이른바 ‘이영자 휴게소 먹방리스트’가 화제다. 휴게소 음식이 뻔하게 여겨지지만 이영자의 선택은 반전의 연속이다. 서산휴게소의 어리굴젓 백반, 횡성휴게소의 횡성한우 떡더덕 스테이크, 보성녹차휴게소 꼬막비빔밥, 강릉휴게소 초당두부 황태해장국과 알감자, 안성휴게소 소떡소떡 등이다. 이영자의 먹방은 특유의 감칠맛 나는 표정이 더해지면서 시청자에게 재미를 더한다. 음식의 맛을 표현하는 데도 탁월한 감각을 보인다. 요리사 이원일은 그런 이영자의 맛 표현에 감탄을 금치 못하면서 “고품격”이라고 평했다.
덕분에 ‘전지적 참견 시점’은 토요일 밤 11시대 방송하는 프로그램 가운데 동시간대 시청률 1위(7~8%)에 올라섰다. MBC 입장에서는 2017년 막을 내린 ‘마이 리틀 텔레비전’ 이후 ‘세모방:세상의 모든 방송’과 ‘오지의 마법사’ 등 줄줄이 부진을 면치 못하던 토요일 심야예능 시청률이 활기를 되찾는 상황이다. 이영자의 주가도 급상승하고 있다. 가장 먼저 움직이는 곳은 역시 광고계다. 화제성 높은 스타를 주목할 수밖에 없는 광고계에서는 이영자 섭외에 공을 들이고 있다.
# 찾는 곳 많지만 “인기 부질없다는 걸 안다”
이영자를 향한 관심은 전방위적으로도 확산된다. 여기저기서 그를 찾는 전화도 몰려든다. 인터뷰 요청이 쇄도하는 건 물론이다. 이영자와 20년 가까이 교류해온 한 연예계 관계자는 “이영자가 요즘 전화를 잘 받지 않는다”며 “자신에게 쏟아지는 관심을 감사하게 생각하지만 주목받는다고 해서 그 기회를 틈타 자신을 드러내는 일이 크게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오랜 경험으로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고 했다.
사진=MBC
이에 대한 이영자의 반응은 그의 성향을 그대로 드러낸다. 이영자는 “나에게 같이 밥을 먹자고 한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며 “미안하지만 이영애 씨가 3000번째 정도 된다”고 재치 있게 응수했다.
사실 이영자는 데뷔하자마자 바로 스타덤에 올랐다. 데뷔와 동시에 ‘영자의 전성시대’라는 코너를 진행하며 대중에 존재를 확실히 알렸다. 1990년대 초중반 개그 프로그램에서의 활약으로 전성기도 누렸다. 하지만 경력이 쌓이고 슬럼프를 겪는 과정에서 “인기는 부질없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했다.
이영자는 몇 년 전 한 토크쇼에 출연해 “젊었을 땐 시청률만 봤다”며 “마치 독불장군처럼 스태프도 보지 않고 남들의 이야기도 듣지 않고 모든 게 다 내 덕으로 여겼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시기 겪은 이른바 다이어트 파문 탓에 오랜 공백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자신을 찾는 곳이 없어 어려움을 겪던 시기다. 이런 경험을 통해 이영자는 “다 가졌다가 다 잃었을 때 알게 됐다. 내가 잘나서 잘된 거 아니구나. 착각에서 깨어나게 됐다”고 했다.
노련미까지 갖춘 이영자의 활약이 두드러지면서 일부에서는 벌써부터 그를 연말 연예대상 후보로 꼽고 있다. 지상파 3사 연예대상에서 아직까지 대상 트로피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이른 감이 있지만 이 같은 기대는 증폭되고 있다. ‘전지적 참견 시점’에 함께 출연하는 전현무는 “여성 예능인의 대상 수상이 기근이니 이영자가 물꼬를 터줬으면 한다”는 바람을 내보이기도 했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