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오후 ‘댓글조작 혐의’를 받는 김 아무개 씨(49·필명 ‘드루킹’)가 대표로 있는 경기 파주시 출판단지 느릅나무출판사. 박정훈 기자
드루킹은 김 의원에게 오사카 총영사 자리를 요구하면서 자신의 지인인 법무법인 광장의 A 변호사를 추천했다. ‘노컷뉴스’에 따르면 A 변호사는 광장이 지난 2011년 영입한 인물로 법조계에선 최고의 일본통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의 추천을 전달받은 백원우 청와대 민정비서관은 A 변호사를 3월 초에 직접 면접했다. 백 비서관은 조국 민정수석에게도 A 변호사 건을 구두로 보고했다고 한다.
김 의원이 김 씨에게 사실상 인사 협박을 당했는데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조사는커녕 김 씨 추천 인사를 면접했다는 건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드루킹이 오사카 총영사 자리를 원한 이유는 뭘까. 일단 세간에 알려진 이야기는 ‘일본침몰설’이다. 드루킹은 일본침몰을 예언했다. 침몰 후 드루킹은 일본의 이재민들을 개성으로 피난시켜 자신이 운영하는 특별지구를 만들 목적이었다고 한다. 음모론이나 예언을 섞은 황당한 주장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다른 시각으로 보는 시선이 많다. 오사카 총영사 자리가 ‘알짜’라는 게 대부분 정치권 관계자의 생각이다. 한 정치평론가는 “흔히 총영사 자리는 외교부 관료들이 가지만 예외적으로 정무적으로 갈 때가 있다. 듣기로는 총영사 자리가 권한은 많지만 책임은 적은 대표적인 알짜 자리라고 한다”며 “정치적인 책임은 대사가 지지 영사가 지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고 귀띔했다.
전직 총영사는 “정부를 대표해서 재외공관에 공관장으로 나가기 때문에 매우 명예로운 자리다. 재외국 공관은 대사관과 총영사관으로 나뉜다. 총영사관 중에서도 가장 큰 곳이 세 곳 꼽히는데, 그게 LA 총영사관, 상하이 총영사관, 이번에 논란이 된 오사카 총영사관이다”라며 “이 세 곳이 대사를 제외하고 총영사로 갈 때는 매우 큰 재외공관이다”라고 말했다.
논란이 되면서 2011년 오사카 총영사에 김석기 의원이 임명된 선례를 두고도 뒷말이 나오고 있다. 오사카 총영사가 ‘보은’하는 자리냐는 것이다. 김석기 의원은 서울 지방경찰청장 재직 당시 경찰청장으로 지명됐지만 용산 재개발 참사가 발생하면서 중도에 사퇴했다. 이 때문에 김 의원이 오사카 총영사에 임명되면서 당시에도 보은인사 논란이 일었다. 김 의원은 총선 출마를 위해 임명된 지 8개월 만에 사퇴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앞서의 전직 총영사는 “참여정부,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 모두 순혈주의가 강한 외교부를 개혁하기 위해 외부 수혈을 일정 비율 이상 해왔다. 모든 외부 인사를 ‘보은’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며 “총영사의 특성상 다른 외교관보다는 전문성이 많이 요구되진 않는 것 같다. 어느 정도의 전문성만 있다면 외부 영입을 나쁘다고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3대 총영사 중 한 곳이면서 대사처럼 높은 전문성과 책임이 요구되지 않는 자리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자기 사람을 꽂기 쉬워 탐낸 것 아니겠냐는 추론이다. 앞서의 정치평론가는 “드루킹이라는 사람이 일본 침몰을 믿고 그런 계획을 짰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오사카 총영사에 자기 사람을 꽂으면 얻을 수 있는 콩고물이 탐났던 것 아니겠나”고 설명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