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결과에 따른 팬들의 반응이 굉장하다는 걸 느꼈다. 연패할 때는 절망적이었던 분위기가 연승하면서 축제 분위기로 바뀌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경기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연승이 언제 연패로 나타날지 모르는 것이고, 상위권에 올랐던 성적이 또 언제 추락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선수들한테도, 구단 관계자들한테도 평정심을 잃지 말자고 부탁했다. 지금은 분위기를 타기보다 야구에 더 집중해야만 한다. 아직은 갈 길이 멀다.”
한 감독은 한화 이글스의 현실을 냉정히 돌아봤다.
“아직도 팀 정비가 잘 되지 않았다. 전력이 다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성적이 조금 올랐다고 기뻐할 수만은 없지 않은가. 그걸 잘 알기 때문에 선수단이 들뜨는 게 걱정됐다. 이제 겨우 시즌 초반이기 때문에 냉정함을 유지한 채 밀고 나가야 한다.”
한화 이글스 열성팬을 끓어오르게 만든 ‘용덕매직’ 한용덕 감독. 그러나 그는 “아직 갈길이 멀다”며 “분위기를 타기보다 야구에만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한 감독은 시즌 초 연패의 늪에 빠졌을 때 이전 김성근 전 감독이 받았던 비난의 화살을 한몸에 받았다. 그는 그 상황을 떠올리며 “감독 자리가 그냥 자리가 아니구나 싶었다. 수석 코치 할 때 누구보다 지근거리에서 감독을 보좌했고,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감독이 돼 직접 팀을 이끄는 건 새로운 차원이었다. 나를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설명했다.
한 감독은 자신이 경험한 시행착오에 대한 얘기도 털어 놓았다.
“내가 이 팀을 맡았을 때 중심은 ‘육성’이었다. 기존 선수들 중 투수층은 과부화가 걸렸고 노쇠화가 되면서 선수들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그래서 젊은 선수들을 폭넓게 활용할 계획이었는데 상황이 꼬이기만 했다. 3월 30일부터 4월 1일까지 SK한테 큰 점수 차로 스윕을 당하면서 현실을 직시했다. 젊은 선수들의 경쟁을 부추기는 것도 필요하지만 너무 경쟁 구도로 몰아가면 선수들이 불안해 한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그 후 조금씩 수정 보완했다.”
한 감독은 한화 이글스가 강팀이 되려면 수비를 더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경기에서 수비 실책으로 경기가 넘어가는 장면들이 나타나면서 수비의 문제점을 뼈저리게 느끼는 중이었다.
“내야 수비가 우왕좌왕하다 보면 투수가 불안해서 제대로 공을 던지기 어렵다. 두산의 키스톤 콤비인 김재호-오재원의 수비를 보면 여유가 느껴진다. 수비적인 판단 능력이 뛰어난 선수들이기 때문이다. 호수비가 나오면 마운드는 더욱 힘을 낼 수밖에 없다. 지금은 그 어떤 것보다 수비를 보완하는 게 시급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성적이 좋을 때는 빙그레 이글스 레전드들이 모여 감독, 코치(장종훈 송진우)를 구성하고 있는 상황에 칭찬 일색이다. 성적이 좋지 않을 때는 레전드들도 어쩔 수 없다는 비난이 쏟아진다. 한 감독은 감수해야 할 부분이라고 받아들였다.
“모두 이글스를 좀 더 좋은 팀으로 만들기 위해 모인 스태프들이다. 처음부터 욕먹을 각오 하고 시작했기 때문에 칭찬과 비난에 마음을 쓰진 않는다.”
지난달 31일 SK전에서 손목에 공을 맞아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던 김태균이 4월 19일 잠실 두산전에 복귀했다. 데뷔 이후 중심 타자로 나섰던 김태균은 이날 6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했다. 한 감독은 앞으로 김태균을 중심 타자가 아닌 5, 6번에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내가 보기에 김태균은 파워히터가 아닌 교타자라고 생각한다. 태균이의 정교함을 살리기 위해선 중심 타선보다 뒤에 가 있는 게 부담도 덜하고 장점을 잘 살릴 수 있다고 봤다. 당분간 김태균은 주로 6번을 맡게 될 것 같다.”
한 감독은 스프링캠프 때부터 수염을 기르고 있다. 덥수룩한 수염 때문에 받은 인사마다 “수염 언제 잘라요?”이다. 그는 선수단 분위기를 바꿔 보고 싶어서 수염을 길렀는데 아직 수염을 깎을 생각이 없다고 말한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