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서울역사는 1925년 준공된 우리나라 최초의 돔 양식 건물이다. 지하 1층, 지상 2층의 석재가 혼합된 벽돌식 건물로 사적 284호로 지정돼 있다. 그러나 2004년 1월 새롭게 서울역이 건설되면서 이 건물은 방치되다시피 해 왔다. 출입문은 커다란 열쇠로 굳건히 잠겨 있었고 주변에는 노숙자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거의 흉물이나 마찬가지였던 셈이다.
이런 구 서울역사는 지난해 말부터 복합문화공간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패션쇼가 열리는가 하면, 아시아 대학생 청년 미술축제가 열리기도 했다. 이번 서울국제사진페스티벌도 그 일환이다. 귀퉁이가 떨어져 나간 계단과 깨어진 창문, 커다랗게 구멍 난 벽 등은 그 자체로 역사적 전시물이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2년 만에 다시 열린 서울국제사진페스티벌은 ‘인간풍경’이라는 주제로 1월15일까지 열린다. 유럽과 북미, 아시아 작가 50여 명의 작품 350여 점과 아마추어 사진가 1500여 명, 유명 배우와 가수 등의 작품 등을 선보인다.
▲ 허름한 구 서울역사가 멋진 전시관으로 바뀌었다. 아마추어 사진가들이 솜씨를 뽐내는 전시공간도 마련돼 있다. | ||
두 번째는 ‘타인을 느끼다’ 섹션.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속에서 생기는 다양한 세계와 감정을 보여준다. 루이스 시리즈로 유명한 수잔 앤드류의 작품과 최광호의 ‘장인어른의 죽음’ 등의 작품에 시선이 머문다.
세 번째는 ‘밖으로 나가다’ 섹션. 복잡한 환경과 시대에 살고 있는 다양한 인간의 모습을 그려낸다. 이슬람 여인들을 담은 랄라 에세이디, 죽은 듯 살기를 강요하는 세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이지마 카오루 등 사회적 문제를 끄집어내는 작가들의 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한편 이번 사진페스티벌에서는 매주 토요일마다 특별 행사가 함께한다. 사진을 찍은 작가가 안내자가 되어 사진을 찍은 동기와 내용, 제작과정에 대해 직접 설명하는 ‘작가 도슨트가 되다’ 프로그램과 렌즈가 없는 세계 최초의 바늘구멍사진기를 종이로 만들어 보는 체험 시간이 마련돼 있다. ‘도슨트’란 지식을 갖춘 안내인을 의미한다.
★길잡이: 서울 지하철 1·4호선 2번 출구 ★문의: 서울국제사진페스티벌(http://www.sipf.net) 02-2269-2613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