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젊은 지도자다. 그의 ‘외교 로드맵’ 역시 주목받고 있다. 연합뉴스
사실 김정은 위원장의 ‘외교 로드맵’ 중 절대적 최우선 과제는 그동안 소원했던 관계를 넘어 ‘단절’의 단계까지 치달았던 중국과의 관계 회복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김 위원장은 남북과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진행한 북중 정상회담을 통해 이미 많은 것을 얻어냈다.
무엇보다 북중 정상회담 자체가 남북과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반작용’적 성격으로 성사됐다는 점에서 김 위원장의 외교적 성과는 더욱 빛을 보고 있다.
북한 내부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12월 북-중 양국은 이미 김 위원장의 방중 가능성을 두고 일종의 ‘줄다리기’를 진행해 왔다고 한다. 당시만 해도 중국은 ‘군사동맹 강화’ ‘경제적 지원’ ‘중국으로의 인력수출 확대’ 등 북한의 요구에 대해 북한의 6자회담 복귀 및 핵개발 동결 조치 등 ‘행동’을 조건으로 내걸며 즉각적인 만남을 주저했다. 오히려 강도 높은 대북제재로 국제사회의 행보에 발맞춰온 상황이었다.
특히,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국제적 제재 대상인 김 위원장의 외교 데뷔 무대를 자신이 직접 마련한다는 것에 대해 상당한 부담감을 갖고 있었다는 후문이다. 다만 중국 내부에서도 ‘중국이 확실하게 북한을 컨트롤한다는 모습을 강조해야 한다’는 이른바 ‘속도 조절’에 대한 일각의 목소리 역시 존재해 왔다. 중국 고위층 내부에 자리한 전통적인 친북 성향의 인사들이 그 주인공이다.
그러던 와중에 남북 정상회담 성사 및 북미 정상회담까지 예고되는 상황이 도래하자 앞서 중국 내 이 ‘일각의 목소리’는 더욱 커져 나갔다. 균형을 맞추기 위한 북중 정상회담 필요성이 중국 내에서 설득력을 얻었고, 결국 김 위원장의 극적인 외교무대 데뷔가 중국에서 성사됐다는 설명이다.
김정은 위원장과 북한 지도부 입장에서 북중 관계 정상화를 위해 남북 및 북미 회담 성사를 집요하게 ‘지렛대’로 활용했고, 결국 소기의 성과를 일궈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략과 과정들은 북한 핵심 지도부의 전략회의에서 세부적으로 논의된 것이 확실하다. 어떤 의미에서 본다면, 김 위원장은 그 누구보다 완벽한 ‘외교 데뷔전’을 치른 셈이다. 북중 관계 회복은 중국의 점진적인 대북 제재 해제 및 경제적 지원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미국 국무장관으로 지명된 마이크 폼페이오 CIA 국장은 북한을 비밀리에 방문한 것으로 확인된다. 연합뉴스
또한 김정은 위원장은 앞서의 방중과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 성사 등 외교적 성과를 내부 영향력 확대로 연결하기 위해 부단히 선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김정은이란 자국 지도자가 당당한 행보를 걷고 있다는 것 자체가 내부적으론 너무나 좋은 선전인 셈이다. 특히 적국 미국의 정상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이 실제 성사된다면, 그 선전 효과는 정점에 오를 것이 확실하다. 이러한 점 역시 김 위원장이 외교적 성과를 통해 얻은 엄청난 이득이다.
여기까지만 해도 김 위원장이 얻은 성과는 최소한 ‘절반의 성공’에 다다랐다는 평가다. 이러한 성과, 그리고 앞으로 더 얻어낼 성과의 밑천은 결국 북한이 보유한 ‘핵’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앞서 제7기 제3차 전원회의를 통해 ‘풍계리 핵 실험장 폐기’ ‘핵 및 ICBM(장거리탄도미사일) 실험 동결’ 등을 공개적으로 선언하며 그간 ‘경제 및 핵개발 병진노선’에서의 탈피를 꾀하고 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궁극적인 타국으로의 핵 이전 및 핵 폐기에 대해선 단호히 ‘선’을 그은 상황이다. 최종적인 북미 간 협상의 밑천으로 ‘핵’을 철저하게 이용하겠다는 심산이다.
일단 김 위원장은 내부적으로 ‘금융제재의 해소 및 경제적 지원’ ‘한미군사훈련 중단’ ‘북미 간 평화협정(종전선언)을 통한 북미 간 정상국가 외교 관계 수립’ 등을 외교적 목표로 두고 있다.
현재도 북미 양측 간에 회담을 앞두고 치열한 외교전과 교섭이 물밑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필자가 북한 내부 관계자에 확인한 바에 따르면, 결국은 즉각적인 경제적 대북 지원이 핵심 논의 사안으로 오가고 있다는 전언이다.
여기에 김 위원장은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한국의 입장 및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러시아 스캔들’ ‘미투 스캔들’ 등 악재를 안고 있는 미국의 입장을 자국의 ‘외교 로드맵’에 주요 상수로 올려 놓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김 위원장이 전원회의에서도 ‘선’을 그었듯 궁극적인 핵 폐기가 아닌, 핵 동결 수준의 협상을 바라며 ‘외교 로드맵’을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서른넷’ 젊은 지도자 김정은의 ‘외교’는 이미 상당한 성과를 낸 상황에서 과연 나머지 ‘로드맵’을 얼마 만큼 더 진전시킬지, 또한 한국과 미국은 난제로 꼽히는 완전한 핵 폐기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좀 더 지켜볼 대목이다.
이윤걸 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 대표
정리=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