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벤져스3’가 뭔데?
마블코믹스를 원작으로 둔 히어로들의 이야기를 그린 마블스튜디오는 올해 창립 10주년을 맞았다. ‘어벤져스3’는 그 기념작이다. ‘아이언맨’을 시작으로 ‘헐크’, ‘캡틴 아메리카’, ‘스파이더맨’, ‘블랙 팬서’, ‘닥터 스트레인지’를 비롯해 그들이 한꺼번에 등장하는 ‘어벤져스’ 시리즈까지 10년간 총 18편이 개봉됐다. 국내에서 모은 누적 관객만 8400만 명. 산술적으로 한국인 1인 당 마블 영화 2편은 봤다는 의미다. ‘어벤져스3’는 그동안 마블스튜디오가 소개한 히어로들이 총출동하고 역대 최강의 빌런(악당)인 타노스와의 대결을 다룬 만큼 1000만 관객은 떼어 놓은 당상이라는 말이 일찌감치 나오고 있다.
# 히어로가 정말 죽나?
‘어벤져스3’의 개봉을 앞두고 팬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대목이다. 이미 마블스튜디오가 몇몇 히어로의 죽음을 예고했고, 각 히어로를 연기하는 배우 중 몇 명은 이미 이 작품을 끝으로 마블스튜디오와 출연 계약이 만료되는 것으로 알려져 죽음을 맞으며 하차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많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어벤져스3’에서는 여러 히어로가 죽는다. 게다가 그 방법 역시 충격적이다. 영화 초반과 후반부에 관객은 놀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대상자가 누구인지는 밝힐 수 없다. 마블스튜디오는 이런 스포일러를 경계하기 위해 개봉일 직전 언론시사회를 열고, 관객들에게 ‘스포일러 금지’를 수차례 당부했다. 히어로의 죽음은 영화를 통해 직접 눈으로 확인하라. 그래야 쾌감이 크다.
# 타노스는 정말 역대 최강 악당인가?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그렇다’다. 그는 마블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인피니티 스톤을 차지하기 위해 사력을 다한다. 특히 인피니티 스톤의 힘을 극대화할 수 있는 무기인 건틀렛을 왼손에 착용한 채 가공할 파워를 뽐낸다. 인피니티 스톤의 개수가 늘어갈수록 강력해지는 타노스의 힘 앞에 무력해지는 히어로들의 모습이 ‘어벤져스3’의 관전포인트다.
하지만 타노스는 ‘최강의 악당’일지언정 ‘최악의 악당’은 아니라 볼 수도 있다. 그는 나름의 철학과 사상을 가진 인물이다. 단순한 우주정복이 목적이 아니다. 모두의 멸망을 막기 위해 일부의 희생은 감수해야 한다는 타노스의 생각은 일견 수긍이 가는 부분도 있다. 그런 면에서 타노스는 악인임에도 매력적인 캐릭터다.
# 히어로들의 역할 분담은 적절한가?
‘어벤져스3’에는 히어로 23명이 등장한다.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헐크, 토르 등 혼자서도 능히 영화 한 편을 책임지는 이들을 한데 모았다. 적절한 출연 분량 조절과 자연스러운 이합집산이 필수다. 자칫 특정 캐릭터로 무게중심이 쏠리면 다른 캐릭터의 팬들로부터 항의를 받을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어벤져스3’는 힘을 안배하는 데 성공했다. 각자의 역할이 분명하고, 각자의 능력치를 최대한 활용해 타노스를 상대해나간다. 그들이 다시 만나고 힘을 합치게 되는 과정도 부드럽게 연결됐다. 10년 동안 쌓아온 스토리는 탄탄했고, 이를 적절하게 활용한 제작진 역시 고수였다.
# 전편을 몰라도 볼 수 있나?
앞서 언급했듯 ‘어벤져스3’는 그동안 제작됐던 마블스튜디오 작품을 총정리하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영화 러닝타임만 149분에 이른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모든 이야기를 담기는 촉박했다.
결과적으로 기존 시리즈를 보지 않았다면 ‘어벤져스3’를 100% 만끽하기는 어렵다. 각 캐릭터가 가진 성격과 그들이 주고받는 농담의 배경에는 전작들을 본 관객들만 알 수 있는 내용이 적지 않다. 예를 들어 블랙위도우와 헐크의 미묘한 감정 교류, 토르와 록키 형제의 애증, 가디언즈오브갤럭시 멤버들의 실없는 농담 등은 ‘어벤져스3’만 본 관객들서는 이해하기 힘든 대목일 수 있다.
# 이렇게 ‘어벤져스’ 시리즈가 끝나나?
‘어벤져스3’는 그동안 선보인 영화들의 ‘완결편’이라 할 수 있다. 가장 센 적이 등장했으니 더 끄집어 낼 이야기가 없지 않을 거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렇게 끝낼 마블스튜디오가 아니다. 몇몇 히어로가 최후를 맞지만 이 영화는 또 다른 가능성을 열어 둔다. 특히 시간을 되돌려 죽은 이까지 살려내는 ‘타임 스톤’이 있다는 것도 변수라 할 수 있다.
게다가 마블 영화의 전매특허인 쿠키 영상을 보면 새로운 히어로의 등장을 예고한다. 이 히어로를 주인공 삼은 영화는 2019년 개봉을 목표로 이미 촬영이 진행되고 있다. 결국 ‘어벤져스3’는 마블스튜디오 10년을 정리하는 영화일 뿐, 전 시리즈의 종료를 의미하지 않는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