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이 이번달 19일부터 25일까지 남북 정상회담을 앞둔 1주일 동안의 노동신문을 분석한 결과, 북한은 문재인 정부 및 청와대에 대해 어떤 비판도 내놓지 않았다. 오히려 26일, 남북 정상회담을 하루 앞두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통 큰 결단에 의한 민족사적 사변”이라며 큰 의미를 부여했다. 이는 지난 2000년과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당시, 평양 도착 전까지 정상회담 관련 보도를 거의 하지 않았던 것과 대비된다. 노동신문은 ‘겨레의 지향에 도전해 나서는 반통일적 망동‘이라는 제목의 논설을 통해서 “우리의 적극적인 대화평화노력에 의해 마련되는 민족사적 사변“이라며 ”북남 사이에 제기되는 모든 문제를 우리 민족끼리의 원칙에서 풀어나갈 때 극복 못 할 난관이 없으며 조국통일의 길은 그만큼 앞당겨지게 된다”고 강조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노동신문은 문재인 대통령 등에 대한 언급을 일체 삼갔다.
정상회담을 앞두고 불필요한 비판을 삼가고 있는 것인데, 반면 자유한국당은 여러 차례에 걸쳐 원색적인 비난을 받았다. 노동신문은 19일 ‘천추에 용납 못할 인민 탄압 행위’, 20일 ‘공범자의 황당한 나발질’, ‘시대흐름에서 밀려난 자들의 단말마적 발악’, 21일 ‘인민을 기만 우롱하는 정치협잡군들’ 등의 정세논설이나 단평을 통해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등을 비난했다.
‘노동신문’은 4차례에 걸쳐 자유한국당과 대표 홍준표에 대해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6·13 선거를 앞둔 상황도 반영했다. 21일에는 “지방자치체 선거가 다가오고 있는 지금 자유한국당 패거리들이 민심의 저항에 도전하면서 살 구멍을 찾으려고 발광하고 있다”며 “홍준표와 김문수, 리인제(이인제), 김태호를 비롯한 몇몇 대표적인 인물들을 놓고 보면 더러운 정체를 가리우기 위한 유치한 기만극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홍준표 대표를 직접 언급하며 공세도 퍼부었다. “원래부터 리명박, 박근혜 역대를 싸고 돌면서 갖은 죄악을 저지른 공범자”라고 언급했는데, 노동신문은 25일에도 “지방자치제선거가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의 일부 인물들이 보수야합, 선거연대를 꾀하고 있다”며 “그 어떤 리념(이념)이나 정책의 연대가 아닌 더러운 야합일 뿐“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북미 정상회담 역시 5월 말, 6월 초쯤 열릴 예정이지만, 미국 역시 비판을 피해 가지 못했다. 노동신문은 25일 ’협상을 통해 본 날강도의 정체‘라는 제목의 정세론해설을 통해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와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을 소재로 대미 경각심을 부추기는 모습이었다.
노동신문은 ”미국이 운운하는 남조선과의 ’동맹‘이란 저들의 탐욕을 실현하기 위한 지배와 약탈의 올가미다. 미국이 남조선당국과 벌려놓은 ’방위비분담금‘ 협상을 통해 다시금 입증됐다“며 “미국은 남조선을 패권전략과 탐욕 실현에 필요한 도구, 약탈과 착취의 대상으로밖에 보지 않는다, 아무리 남조선과의 ’동맹‘에 대해 떠들어대도 그것은 불평등한 남조선-미국 관계의 진면모를 가리기 위한 기만일 뿐이다”라고 강조했다.
남한 측이 미국에 속고 있다는 주장을 펼친 것인데, 또 같은 날 ‘해방 후 남조선을 피의 란무장으로 만든 살인악마’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서는 “미국은 남조선을 비법적(불법적)으로 강점한 후 저들의 식민지통치를 반대하여 투쟁하는 애국자들과 인민들을 무차별적으로 학살하는 만행을 저질렀다”며 “남조선에 더러운 군화발을 들여놓을 때부터 1950년 조선전쟁을 도발하기 전까지 무려 100만 명의 애국자들과 무고한 인민들을 학살하는 야수적 만행을 감행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국방부의 새로운 무기 도입도 경계했다. 국방부를 호전광(전쟁광)이라고 묘사한 노동신문은 19일과 24일 각각 ‘긴장을 고취하는 군사적 도발 소동’, ‘긴장을 고취하는 무력 증강 소동’의 이름으로 기사를 내고 “남조선이 F-35A 스텔스 전투기를 들이려 하고 있다, 정찰위성을 비롯한 군사장비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며 “이는 우리의 힘으로 대결하려는 시대착오적인 군사적 움직임이다, 남조선군부호전광들이 군사적 대결 소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 당장 걷어치워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 밖에 천안함 폭침이 한국 지난 정부들의 모략과 자작극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는데, 북한이 여러 관영 매체들을 동원해 ’천안함 폭침은 자작극‘이라고 주장을 펼친 게 4월 들어서만 다섯 번째다.
이 같은 북한 언론의 보도 흐름에 대해 한 대북 전문가는 “북한은 전통적으로 남한과 사이가 좋을 때나 나쁠 때나 남한 내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 일방적인 의견을 전달하며 남남 갈등을 유도했다”며 “천안함이나 6·13 지방선거처럼 필요하다 싶은 개별 사안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노동신문 등을 통해 일방적인 주장을 펼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치러지더라도 자유한국당과 보수 세력을 비판하고 청와대에 불리한 소식은 배제하는 노동신문의 논조는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환한 기자 brigh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