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중앙TV가 8일 오후 녹화 중계한 ‘건군절’ 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쌍안경으로 행사장 쪽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4월 넷째 주’는 한반도에 있어서 매우 특별한 한 주로 남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역사에는 2018년 4월 27일이 제3차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된 ‘평화의 날’로 기억될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이 ‘평화의 날’ 이틀 전인 4월 25일은 북한의 전통적인 ‘건군절’이 자리한다.
북한은 올 들어 기존 4월 25일이었던 ‘건군절’을 두 달여 앞선 2월 8일로 당겨 치렀다.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 및 전야제 행사 등에 맞춰 ‘건군절 열병식’의 선전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됐다.
그 이전까지 북한은 원래 4월 25일을 전통적인 ‘건군절’로 취급했다. 북한군은 1932년 4월 25일, 김일성 주석이 창설했다고 주장하는 ‘항일유격대’를 시초로 보고 이날을 ‘건군절’(정확히는 1978년부터)로 기념해 왔다. ‘평화의 날’과 동족상잔의 비극을 야기한 북한군의 창설일이 이틀을 사이에 두고 나란히 자리하게 된 셈이다.
북한은 ‘당’이 최우선인 1당 독재국가다. ‘무력의 총체’인 군부 역시 당의 지배를 받는다. 그런 북한의 군부는 1990년 중반 들이닥친 ‘고난의 행군’을 겪으며 오히려 조직과 지위가 비대해졌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위기극복의 비책으로 국방을 넘어 사회와 경제, 산업 등 전 분야에 걸쳐 ‘군’을 앞세웠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한때 학계와 국제사회에서는 비대한 군부가 전통적인 ‘당적 지도’에서 벗어나 실권을 쥐기 시작했다는 설익은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물론 김정은 시대 들어 당 인사인 최룡해가 군부 핵심인 총정치국장으로 발탁되며 이 같은 주장은 다소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북한 군부의 위치와 배경은 높게 평가됐다.
시계를 잠시 2년 전인 2016년 5월 제7차 당대회 때로 돌려보자. 당시 김정은 위원장은 ‘핵-경제 병진노선’을 항구적 노선으로 재차 강조하며 군부에 힘을 실어줬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군부의 핵을 비롯한 ‘무력’은 북한의 중요한 자산으로 강조됐다.
‘항구적 노선’으로 강조했던 ‘핵-경제 병진노선’이 ‘전원회의’를 기점으로 불과 2년 만에 후퇴한 상황으로 다다랐다. 그것도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핵 동결’과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의사를 밝혔으며, 나아가 미국 폼페이오 CIA국장에게 강화된 핵사찰을 받을 수도 있다는 의사를 전달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분계선을 넘고 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그렇다면 북한 군부는 이 같은 급변하는 상황에 대해 혼란스러워하지 않을까. 그것을 넘어 최고지도자의 ‘변심’에 불만을 갖고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이에 대해 “(군부가) 불만이 상당히 많을 수밖에 없다”라며 “김정은은 결국 군부에게 ‘당분간 주무시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셈이다. 어차피 선군을 앞세운 때는 저물었다. 군부로서는 당장 예산 및 인원 감축과 대우 하락에 대해 우려할 것이다. 이 현상은 급속도로 가파르게 나타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안 소장은 “(핵-경제 병진노선에서 벗어나) 경제 우선 정책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군의 노동력을 활용해 도로와 항만, 철도 건설에 활용할 수는 있다”라면서도 “하지만 ‘평화체제’만 선다면 북한 입장에서도 ‘군복 입은 노동자’보단 ‘군복 벗은 노동자’를 활용하기 원할 것이다. 김정은도 군에 의지하는 체제에 부담스러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군부의 독자적인 ‘액션’ 가능성에 대해선 다소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 부분을 살피기 위해선 김정은 시대 들어 단행된 군부 인사 과정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북한 군부 인사는 혼란 그 자체였다. 이전 김정일 시대 장기 집권 자리였던 ‘총정치국장’ ‘인민무력부장’ ‘총참모장’ 등 요직은 날이면 날마다 지속적으로 인사가 이뤄졌고, 리영호, 현영철 등 그 일부는 처형 및 숙청 과정을 거치기도 했다. 한때 ‘계급장 놀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무수히 많은 군부 인사들의 인사 과정에서 계급 강등과 승진이 반복되기도 했다.
이윤걸 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 대표는 “김정은 시대 북한 군부에선 ‘3년 이상’ 직을 유지하기 어려울 지경이었다”라며 “군부 입장에선 불안하고 혼란스러웠겠지만, 이 과정을 거쳐 김정은의 장악력과 시스템이 잡혔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대표는 군부 내 ‘강경파’ 존재 가능성에 대해 “앞서의 과정을 거쳐 ‘예스맨’만 살아남았을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현재는 김정은 사람들로 다 바뀌었다. 또 근본적으로 어차피 김정은의 ‘호위사령부’가 군을 직접 통제하고 감시하기에 액션이 나올 리 없다”고 덧붙였다.
안찬일 소장 역시 “군부 내 강경 세력으로 리용호, 현영철 등은 다 솎아 냈다”라며 “그나마 있던 김영철을 통전부장으로 임명해 김정은 지근거리에 두고 활용하지 않나. 액션 취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안 소장은 ‘속도론’을 덧붙였다. 그는 조심스레 “군부의 불만은 사실이다. ‘쿠데타’의 잠재력 자체는 쌓이고 있는 것”이라며 “만약 김정은이 군부에 대해 지나치게 급격하게 축소하거나 위치를 강등시킨다면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 그 전환기가 핵심”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북한 군부는 최고지도자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협상 과정을 유심히 지켜볼 것이다. 그 윤곽은 결국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북미정상회담에 가서야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한완상 전 교육부총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남북정상회담도 중요하지만, 결국 북미정상회담까지 가봐야 안다”라며 “그때 가서야 좀 더 많은 얘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북미정상회담 장소로 ‘싱가포르’ 유력한 까닭 사업적 관계, 지리적 이점, 중국 입맛에도 딱! 북미 회담을 앞두고 있는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연합뉴스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이제 세계의 눈이 북미 정상회담으로 모아지고 있다. 북미 두 나라는 현재 5월 말과 6월 초 사이를 두고 적당한 회담 시기와 장소를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4월 26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날짜 3~4개와 장소 5곳을 검토하고 있다”라며 “후보지가 좁혀질 것”이라고 답했다. 일단 후보지로 떠오르고 있는 곳은 중립국 스위스 제네바, 북한 평양에 대사관을 상주하고 있는 스웨덴, 회담 개최지 제공 의사를 밝힌 몽골, 북미 간 지리적 이점이 높은 미국령 괌 등이다. 하지만 필자가 북한 내부 관계자 등 여러 경로로 정보를 파악한 결과, 현재로서는 싱가포르가 가장 유력한 것으로 보인다. 일단 싱가포르는 이전부터 사업적 관계에 있어 북한과 가까운 곳으로 확인된다. 물론 같은 아시아에 위치한 지리적 이점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중국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했을 때 싱가포르는 최적지다. 익히 알려졌다시피 싱가포르는 화교 경제 및 정치적 영향력이 매우 높은 곳이기 때문에 중국의 입맛에 맞는 곳이라 할 수 있다. 미국 입장에서도 싱가포르는 충분히 고려해 볼 만한 곳이다. 미국 트럼프 정부는 현재 동남아 지역의 영향력 확대, 특히 중국 견제 등을 위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복귀를 진지하게 논하고 있는 시점이다. 동남아의 중심지역이기도 한 싱가포르에서 북미 회담을 개최한다면 미국에도 나쁘지 않은 선택일 수 있다. 이윤걸 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 대표 정리=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