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일 정세균 국회의장과 교섭단체 4당 원내대표가 정례회동에 참석했다.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리얼미터가 지난 4월 23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의 지지율은 53.1%였고, 자유한국당(한국당)은 22.0%, 바른미래당 5.8%, 정의당 3.9%, 민주평화당(민평당) 3.3% 순이었다(이번 여론조사는 CBS 의뢰로 지난 16~20일 전국 성인 2502명을 대상으로 실시했으며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0%포인트다. 이번 조사 개요와 결과는 리얼미터 홈페이지 혹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하면 된다).
민주당을 제외하곤 선거 전망이 매우 어둡지만 각 당 지도부는 자강론을 내세우며 ‘마이웨이’를 외치고 있다. 한 야당 지방선거 출마자는 “우리는 실험용 쥐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다자구도로 선거를 치러도 승산이 있는지 없는지 한번 실험해보는 것 같다”면서 “우리 당 지지율이 좀처럼 오르지 않고 있는데 당 지도부는 느긋하기만 하다. 지방선거 결과 나오면 국회의원들이 그제서야 뜨끔할 거다. 자기들 선거(차기 총선)에서는 온갖 이합집산 다 할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지방선거 이후 특히 바른미래당과 민평당이 존립 기로에 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들 앞에는 세 가지 갈림길이 놓여있다.
첫 번째는 자연소멸이다. 전직 한국당 의원은 “역대 선거 때마다 신생정당이 출사표를 던졌지만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자연 소멸되는 단계를 밟아왔다”면서 “이번에도 결국 과거 사례가 반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바른미래당과 합당하기 전 바른정당 사수파는 “절대로 한국당과 연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보수의 정의당이 되는 것도 각오하겠다”고 밝혔다. 전직 의원은 두 정당이 정의당처럼 소수라도 명맥을 유지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민평당의 경우에는 그래도 호남이라는 지역기반이 있고, 호남에서는 민주당과 일대일 구도를 가져갈 수 있으니 생존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본다. 호남 현역 국회의원 상당수가 민평당 소속이라 조직력도 탄탄하다”면서 “한동안 호남판 자민련처럼 유지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바른미래당에 대해서는 “한국당과 연대하지 않으면 보수의 정의당도 어렵다. 정의당이 몇 석이라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선거 때마다 민주당과 연대했기 때문”이라며 “바른미래당은 지역기반도 없다. 민평당보다 당 지지율은 높지만 살아남기 더 어려운 구조”라고 분석했다.
바른미래당의 한 관계자는 “유승민 대표가 한국당과 연대 이야기를 꺼냈다가 엄청나게 비판을 받지 않았나. 이후 당내에서 연대 이야기는 꺼내기 힘든 분위기”라며 “한국당도 연대에 소극적인 것은 마찬가지다. 한국당은 일부 지역에서 지더라도 지방선거를 계기로 우리 당의 싹을 밟겠다는 전략인 것으로 알고 있다. 대기업이 손해 보면서도 가격을 낮게 책정해 중소기업을 제거하고 시장을 독점하는 그런 방식”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 경우의 수는 소수 야당의 이합집산이다. 정치평론가인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지방선거에서 야당이 참패한다고 해서 곧바로 정계개편이 일어나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차기 총선 전에는 정당 간 이합집산이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정당 간 이합집산의 경우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연대, 민주당과 민평당의 연대를 예측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최 교수는 “민평당의 경우는 민주당과 당 정체성 차이가 거의 없어 향후 민주당과 통합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겠지만 문제는 바른미래당”이라고 했다.
최 교수는 “바른미래당은 국민의당 출신이 상당수다. 국민의당 출신 의원들은 절대로 한국당과 연대할 수 없다. 정체성도 맞지 않고 호남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도 많다”면서 “만약 한국당과 합친다면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과정에서 민평당이 떨어져 나왔듯이 또 한 번 대규모 탈당 사태를 맞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 교수는 “바른미래당은 선거 이후 제3지대 통합을 시도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본다. 제3지대에서 개혁보수까지 아우르는 새로운 정당을 만들겠다는 시나리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 민평당 지역위원장은 “당원들도 민주당과의 연대, 합당을 지지하는 분들이 많이 계신다”면서 “당 지도부가 그런 결정을 한다면 반대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반대로 이기인 바른미래당 성남시의원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제가 낙선한다고 해도 한국당과 연대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 한다”면서 연대에 대한 극명한 시각차를 보였다.
앞서의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솔직히 말해 이번 선거에서 바른미래당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겠느냐”면서 “당 내부에서는 당선과 상관없이 서울시장 선거에서 안철수 후보가 한국당 후보를 제치고 2등을 차지할 수 있느냐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방선거에서 2등은 차지해야 바른미래당을 중심으로 한 제3지대 통합 명분이 생긴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경우의 수는 바른미래당과 민평당 모두 지방선거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얻어내 다당제가 정착되는 것이다. 문태환 민평당 광주시의원은 “과거 국민의당도 실패할 거라고 했지만 총선 때 의외의 돌풍을 일으키지 않았나. 여론조사 지지율은 낮지만 소수 야당이 좋은 성적을 얻어낼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본다. 지역의 실제 분위기는 여론조사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지상욱 바른미래당 정책위의장도 “우리 당이 꼭 지방선거에서 참패할 것이라는 가정은 옳지 않다”면서 “여론조사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꾸준하게 활동하면 유권자들이 언젠가는 우리 당을 선택해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바른미래당 지방선거 출마 예정자는 “당 지도부가 근거 없는 낙관론으로 안이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바른미래당이 거대 여야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으려면 기존 정당들과 확실하게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지금까지 뭘 했는지 생각나는 것이 없다. 당 지도부가 아이디어도 없고 노력도 안하는 거 같아 출마자 입장에선 답답하다”고 말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