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L에서 5시즌을 뛰며 최고의 활약을 보여준 데이비드 사이먼은 203cm의 키 때문에 다음 시즌부터는 KBL에서 뛸 수 없게 됐다. 연합뉴스
프로농구에서 활약 중인 A 선수는 외국인 선수 신장 제한을 둔 KBL 제도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가했다. KBL은 다음 시즌부터 단신 선수는 186cm 이하, 장신은 200cm 이하로 외국인 선수의 신장 제한을 시행한다. 즉 200cm 이상의 선수는 뛸 수가 없는 것. 그걸 빗대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에선 일부 농구팬이 ‘203cm의 르브론 제임스도 못 오는 이상한 KBL’이란 내용의 플래카드를 들고 침묵시위를 펼치기도 했다.
B 감독은 “규정이 매번 바뀌다보니 외국인선수 드래프트 할 때마다 에이전트들에게 KBL의 바뀐 규정을 설명하는 것도 창피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농구는 키가 큰 선수들이 유리한 종목이다. 키가 커야 할 수 있는 스포츠란 얘기다. 그런데 키가 크면 농구를 할 수 없다는 게 말이 되나. 국내 선수들의 기량을 성장 발전시키고 농구의 재미를 높이기 위함이라는 설명은 변명밖에 안 된다. 누가 그런 시대착오적인 발상을 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2m 이상의 장신 외국인 선수가 들어와서 농구의 재미가 반감이 됐다고 생각하는 것도 이상하다. KBL에서 뛰던 외국인 선수들이 이구동성으로 KBL을 조롱해도 KBL은 귀를 닫았는지 강행만 외친다. 웃지 못 할 코미디는 올 시즌 최고의 실력을 보이며 KBL에서 5시즌을 뛰었던 데이비드 사이먼(안양 KGC)이 203cm의 키로 다음 시즌부터 KBL에서 뛸 수 없게 됐다는 점이다. 너무 어이없어 말도 안 나올 지경이다.”
A 선수는 자신의 의견임을 전제로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방법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두 가지 모두 제한하지 말고 하나는 풀고 하나를 제한하는 게 어떨까 싶다. 즉 200cm 이상의 외국인 선수를 뽑지 못한다면 단신은 키 제한을 두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단신의 키 제한을 둔다면 200cm 이상의 키 제한을 푸는 것이다. 그래야 숨통이 트일 수 있다. 장신의 외국인 선수를 안 뽑는다고 해서 토종 빅맨이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이는 것도 아니다. 두 가지 다 잡으려다 아무 것도 아닌 KBL이 될 수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키 크고 잘하는 외국인 선수 영입이 왜 KBL의 흥행을 망치는 요인이라고 생각하나. 속이 답답하다 못해 터질 지경인데 KBL은 이런 현장의 반응을 관심조차 두지 않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KBL에 대한 여론은 악화되고 있다. 탁상 행정이 빚어낸 블랙 코미디를 연출한 이는 김영기 총재이다. 김 총재는 이번 시즌이 종료되면서 임기도 만료된다. KBL을 떠나며 엄청난 ‘폭탄’을 던지고 사라지는 셈이다. 차기 회장사는 울산 현대모비스에서 맡게 될 예정이다. 프로농구의 인기 하락과 맞물려 KBL의 외국인 선수 신장제한은 선수와 팬들의 공분을 사며 여전히 뜨거운 이슈를 만들고 있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