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해보이는 듯한 선거에도 변수는 존재한다. 꾸준하던 여론조사도 언젠간 뒤집힌다. 수도권 지방선거 후보들은 안정적 1위를 달리고 있는듯 하지만, 이들을 위협하는 요소는 따로 존재하며 언제라도 터질 시한폭탄처럼 기다리고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박원순 서울시장, 김문수 자유한국당 소속 서울시장 후보, 안철수 바른미래당 후보. 박은숙 기자
서울시장선거는 올해 초부터 ‘더불어민주당 경선이 곧 본선’이라는 말이 돌 정도로 판세를 뻔하게 보는 시각이 우세했다. 실제 여론조사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은 50.9%로 절반에 달하는 지지율을 얻고 20.4%인 김문수 한국당 후보와 19.0%의 안철수 바른미래당 후보를 가볍게 제쳤다(조사의뢰는 뉴시스, 선거여론조사기관은 리서치뷰, 조사일시는 2018년 4월 13~14일, 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아무리 한국당 소속인 전직 대통령 두 명이 구속수감됐다 할지라도, 여론조사에 응답하지 않는 ‘샤이보수’를 감안하면 김문수 한국당 후보가 보수진영으로부터 얻을 득표율을 무시할 수는 없다. 또한, 안철수 후보는 시작은 민주당계열이었으나 민주당에서 탈당한 이후 국민의당을 창당, 새누리당에서 갈라져 나온 바른정당과 합당하며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중도’를 추구하며 보수에 가까운 노선을 걷고 있다.
때문에 이 두 사람이 단일화를 하면, 이명박-박근혜 정권에 실망한 보수 성향의 유권자와 전통 보수 지지층의 표를 끌어모아 광범위한 범보수의 의미 있는 득표율을 얻을 가능성이 있다.
위 여론조사에서 정당지지도를 봤을 때 민주당이 52.2%, 한국당이 18.2%, 바른미래당이 14.5% 순서다(이하 생략). 만약 안철수-김문수가 후보 단일화를 이뤄낼 경우 이들의 득표율은 얼마나 나올까. 우리나라 선거에서 유권자들은 인물보다는 정당을 보고 투표하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후보들이 얻을 득표율은 정당지지도와 얼추 비슷한 수치가 예상된다.
정당지지율을 단순 합산하면 30%를 조금 넘어서는데, 단일화를 했을 경우 단일화 후보가 안철수 후보가 되느냐, 김문수 후보가 되느냐에 따라 이탈표가 생길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20% 안팎의 득표율을 얻는다고 가정하면, 단일화 후에도 쉽지 않은 선거전이 예상된다. 현재 박원순 예비후보의 지지율 50.9%와 여전히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이재명 경기지사 후보(왼쪽)와 남경필 경기지사.
경기도지사선거 여론조사도 서울시장선거와 같이 1위와 2위의 격차가 크다. 여론조사(조사의뢰는 뉴시스, 선거여론조사기관은 리서치뷰, 조사일시는 2018년 4월 21~22일) 결과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56.8%의 지지율로 남경필 경기도지사(24.8%)의 2배가 넘는 수치를 얻었다(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두 사람 외에 나머지 후보들은 한 자릿수 지지율에 그치고 있어 선거는 양강구도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자들 중 81.8%는 이재명 후보를, 6.8%는 남경필 지사를 지지했고 한국당 지지자들 중 8.6%는 이재명 후보를, 83.1%는 남경필 지사를 지지했다.
여기서 선거는 바른미래당 지지자들의 향배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 여론조사에서 바른미래당 지지자들 중 32.8%는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고, 33.5%는 남경필 지사를 지지했다. 바른미래당 지지자들의 표심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는 셈이다.
1위를 독주하는 이재명 후보에게도 약점은 있다. 그는 현재 트위터에서 논란이 된 ‘혜경궁 김씨(@08__hhkim)’ 사태로 흠집이 났으며, 여기에 추가로 ‘일베 회원’ 의혹도 받았다. 그가 극우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인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에 가입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자, 이 후보 측은 “허위 사실 유포에 대응하기 위해 가입했다”고 해명했다.
이같이 이재명 후보와 그의 아내가 온라인에 작성한 것으로 추측되는 게시글이 연이어 터져 나오며 민주당 내에서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정청래 전 의원은 “(이재명 후보 관련 논란이) 큰 문제가 된 이상, 당 지도부에서 분명한 입장을 발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08__hhkim에 대한 수사는 경선 경쟁자였던 전해철 의원이 경기도선관위에 고발해 경찰에서 수사를 시작했지만, 현재 미국 트위터 본사에서 ‘정보공개 불가 방침’을 밝힌 상태다. 경찰은 구체적인 수사기법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08__hhkim 이용자의 신원을 확보하기 위해 수사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경찰의 수사 결과가 이재명 후보에게 위험한 결과가 될 수도, 또는 그 반대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
인천시장 선거 판도는? 친문 vs 친박 ‘눈길’ 민주당은 인천시장 후보로 박남춘 의원을 공천하기로 했으며, 최근 여론조사(리얼미터 자체조사, 2018년 4월 9~10일) 가상대결에선 1위가 박남춘 민주당 예비후보(49.8%), 유정복 한국당 현 인천시장(22.9%)이 2위로 나왔다(이하 생략). 또 다른 여론조사(조사의뢰자는 중앙일보, 조사기관은 중앙일보 조사연구팀, 조사일시는 2018년 4월 10일 13~21시, 11일 18~21시)에서도 박남춘 후보가 43.2%, 유정복 시장이 17.9%를 얻었는데, 문제는 ‘모름/무응답’으로 답한 응답자가 25.4%나 돼 선거 직전까지 가서야 판세가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두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박남춘 후보는 핵심 ‘친문(친문재인)’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민주당 지지자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선 ‘문재인 효과’가 필요한데, 당내서도 주류인 친문계의 박남춘 후보는 쉽게 표를 끌어모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유정복 시장은 ‘친박(친박근혜)’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돼 1심에서 24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은 상태에서 유정복 시장의 ‘친박 마케팅’은 득은 커녕 실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두 후보에게는 치명적인 논란의 요소 또는 다른 후보들의 위협적인 단일화 움직임이 크게 없기 때문에 선거 판세를 좌우할 큰 변수는 드러나지는 않는 상황이다. 다만, ‘비핵화’를 골자로 한 남북정상회담 성과로 박남춘 민주당 후보가 상승세를 탈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