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열린 준결승전에서는 ‘절예(Fine Art)’가 ‘톈산(TS Go)’을, ‘봉황(Phoenix Go)’이 ‘릴라제로(Leela Zero)’를 잡고 결승에 올랐었다. 3·4위전에서는 4강 진출팀 중 유일한 비 중국팀 벨기에의 릴라제로가 텐산에게 승리를 거두고 3위에 올랐다.
예선에서 돌바람(오른쪽)과 절예가 대국하고 있다. 절예가 11집반승을 거뒀다.
무명 봉황의 승리는 깜짝 우승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도 그럴 것이 그동안 중국의 AI바둑은 절예가 압도적이었기 때문. ‘알파고에게도 밀리지 않는다’고 중국이 자랑했던 절예는 가장 최근에 열린 AI바둑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또 얼마 전 중국기원에서 중국기사들의 실력향상을 위해 절예를 도입했을 정도여서 이번 대회가 절예를 위한 대회가 아니냐는 말이 나돌 정도였는데 이를 봉황이 멋지게 꺾어버리면서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하지만 사정을 알고 보니 봉황의 우승에는 이유가 있었다. 봉황 역시 절예를 개발한 중국 텐센트사가 개발한 작품이었던 것. 텐센트는 중국에서 가장 많은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는 모바일 메신저 ‘위챗’을 만든 회사로 한국으로 치면 ‘카카오톡’ 팀이 바둑 프로그램을 개발했다고 보면 이해가 빠르다.
하지만 봉황이 절예와 한 가지 다른 점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출발점이 달랐다는 점이다. 절예를 비롯해 일본 ‘딥젠고’. 한국의 ‘돌바람’ 등 최근 등장한 바둑AI들이 대부분 ‘알파고리(이세돌 9단과 처음 대결을 벌였던 알파고 첫 버전)’나 알파고 마스터(이세돌과의 대결 이후 타이젬, 한큐바둑 등에 나타나 프로를 상대로 60전 전승을 거뒀던 AI)’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것과 달리, 봉황은 ‘알파고 제로’를 베이스로 탄생했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알파고리와 알파고 마스터가 수천만 개의 인간의 기보를 분석해 실력을 쌓아올린 것과는 다르게 알파고 제로는 인간의 기보가 아닌 AI와 AI의 대결을 통해 성장했다. 구글은 이를 논문으로 발표했는데 텐센트가 알파고 제로의 논문을 참조해 만든 것이 바로 봉황이었던 것. 인공지능은 어느새 인간의 힘을 빌리지 않는 편이 오히려 더 빠른 성장을 보이는 시기에 돌입한 것이다.
한편, 한국은 이번 대회 예선에 ‘돌바람’과 ‘바둑이’가 출전했으나 둘 다 2승 3패, 5위에 머물러 4위까지 기회가 주어지는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하지만 ‘바둑이’는 개발된 지 불과 4개월 만에 첫 세계대회 출전에 5위의 성과를 거둬, 앞으로의 활약이 기대된다.
베리 지노믹스컵 2018 세계 AI바둑 토너먼트는 중국바둑협회, 푸저우시가 주관했다. 우승상금은 10만 위안(약 1700만 원), 준우승은 7만 위안(약 1200만 원), 3위 5만 위안(약 850만 원), 4위 2만 위안(약 340만 원), 5위부터 10위까지는 1만 위안(약 170만 원)이 수여됐다.
유경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