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전적 지원보다 경쟁력 있는 생태계 만들어 보호해야
- 문재인 정부-여야, 소상공인 최대 정책은 진정성 있는 소통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2대 회장. 임준선 기자
소상공인연합회(이하 소상공연) 최승재 회장은 4월 16일 제 2대 회장으로 재임됐다. 700만 소상공인과 60여 개 협회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자리이지만 축하보다는 응원과 격려가 필요해보였다. 최 회장으로선 사실상 휴업상태인 국회와 대치하며 천막 농성과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협회 회원들이 눈에 밟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소상공인연합회는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특별법’을 외면하고 있는 국회를 향해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특별법’은 대기업의 무분별한 소상공인 업종 침탈을 막기 위한 소상공연이 강력히 촉구하고 있는 법안이다. 현행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른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에는 한계가 있다는 주장이다. 현재 중소기업 적합업종은 최초 지정된 73개 품목 중 2016년부터 적합업종 해제 품목이 발생되면서 지난해에만 제조업 49개 품목의 권고기간이 만료돼 현재 24개 품목만 적합업종으로 유지되고 있다. 동반성장위원회가 지난해 만료되는 49개의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대해 1년의 한시적 유예기간 설정을 결정했으나 이마저도 연장 만료일이 올해 6월 30일에 끝나게 된다.
‘일요신문’과의 인터뷰 후 최 회장은 “파탄 위기에 직면한 소상공인 경제에 우리 사회가 진정성 있게 바라봤으면 한다”라고 강조한 뒤 천막 농성장으로 발길을 재촉했다.
다음은 최승재 소상공연 회장과의 일문일답
– 소상공인연합회가 아직도 생소한 분들이 있다.
“소상공연은 업종별 단체들의 모임이다. 대표적으로 외식업과 미용사, 제과 등 각종협회와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권익을 대변하기위해 사단법인 형태로 만들어진 비영리 법인이다. 과거 중소기업 안에 범주되었으나 제조업 중심인 중소기업과 유통서비스 중심인 소상공인을 같이 묶어두어 여러 부작용이 생겼다. 중소기업들은 대기업과 협업과정에서 분쟁이 많았고, 소상공인은 대기업과 직접적인 거래 관계는 아닌 소비자관계이지만 해당 영역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런 만큼 소상공인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만든 단체에 공익성을 집에 넣은 셈이다. 이후 이익보다 권익을 위해 사회적-구조적으로 소외되는 부분, 영업행위 침해 등을 정책적으로 만들어나갔다. 말 그대로 700만 소상공인의 우선순위를 정책에 반영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단체라고 보시면 된다.”
– 소상공연의 회원 수 등 규모가 엄청나다. 가족들까지 합치면 2000만 명 쯤 된다고 들었다. 하지만 그동안 소상공연의 목소리가 크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다.
“우리가 어려워지면 지역경제가 어려워지고 주변의 지역경제에까지 영항을 미치기에 우리 단체가 길게 나와 시위하면 일반 노동자 단체들과 다르게 나라가 망한다. 우리의 이익을 위한 투쟁과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인정받는 곳이라 힘든 부분도 있다. 저도 2대 회장을 맡으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소상공인들의 입장을 관철시키는데 속도를 내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보기에 대기업과 노동자에 비교해서 소상공인이 임팩트가 약해 보였나보다. 목소리 크고 투쟁심이 있고 집단 행동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만 먼저 반영되는 것 같다. 소상공인들이 네트워크 기반과 목소리가 작다고 해서 소외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의 인터뷰 모습. 임준선 기자.
– 소상공연이 의례적으로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생계형 적합업종 특별법’의 문제가 무엇인가.
“2003년 우리나라에 고유업종제가 있었다. 미국-유럽도 비슷한 제도가 있다. 대기업의 독과점 폐해는 이미 잘 알려진데다 중소기업이 많아져야 나라 경제가 발전하기 때문에 일종의 산업구조 보호 차원의 제도이다. 과거 초창기 우리 경제는 수출을 위해 대기업 육성에 정부가 팔을 걷었다. 하지만 대기업들의 해외 수출 경쟁력이 떨어지자 소상공인 업종으로 침투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소상공인의 경쟁력이 오히려 약화된 측면이 있다. 통큰 치킨, 만원 피자 등 원가착취로 싼 가격 상품을 미끼로 주다 점차 시장을 확대한 뒤 가격을 오르는 나쁜 사례가 많이 드러났다. 소상공인은 한 업종에서 몇 십 년 동안 발전 시켜왔는데 단순히 자본력을 무기로 소상공인 시장을 손쉽게 노린 것이다. 또 대기업들은 이익을 극대하기 위해서 10명이 할일을 3명으로 줄이고 시스템을 바꾸고 있다. 당연히 일자리도 줄어든다. 무순한 700조의 R&D자금이 대기업에 쏠려있을 뿐 정작 시장엔 돈이 안돌고 있다. 이게 양극화로 이어져 자본의 쏠림이 미국의 대공황 진적과 비슷한 정도라는 비판도 있다. 한쪽은 계속 빚내서 써야하고 한쪽은 돈이 넘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도둑질해서 한 것은 아니지만 돈을 만드는 과정에서 사회적 책임이 중요하다. 대기업 냉장고 사줄 사람들이 망해버리면 냉장고회사도 어려워지는 것은 당연하지 않나. 경제 생태계를 국가가 지켜줘야 하는 이유다. 그동안은 정부 등에서 권고사항으로 상생 협약을 맺어 주었다. 강제성이 없는 권고사항이니 편법이 난무하고 잘 지켜지지 않는 부분이 있다. 이마저도 금년에 끝나는 상황이다. 소비자들이 외면 받지 않고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달라는 거다. 문제는 아무리 급하다고 해봤자 민생은 뒤로 한 채 정치이익을 위해 정치인들은 계속 싸우고 있다. 민생을 뒤로 하면 국회의 존재이유가 없어지는 것 아닌가. 최소한 안전 법안을 만들어 한꺼번에 절벽서 떨어뜨리는 일을 막아달라는 거다.”
– 끝으로 소상공인을 대변하여 정부와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소상공인 문제엔 무수한 난제가 많다. 무엇보다 대화할 수 있는 보조장치가 많이 마련되어야 한다. 정책에 대해 불만을 가진 의견을 겸허히 수용하고 보완해 해결한다면 문재인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공정경제를 이루는 한축이 될 것이다. 좋은 제도를 구축해 종합적으로 발전하는 것이지 일부만 발전하는 것은 옳지 않다. 예를 들어 노동자의 삶이 좋아져야 되는 것은 동의 한다. 불균형적인 부분이 그동안 있었다고 본다. 하지만 이런 문제 때문에 한꺼번에 사장과 노동자의 자리를 바꿀 수 는 없다. 각자의 역할이 있기에 서로 타협과 양보를 통해 종합적인 대책이 강구되어야만 한다. 또 정치권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 소상공인과 정치인들은 평상시 관계가 적다가 선거철만 되면 밀접한 관계가 된다. 회원이 많으니 표밭으로만 보는 것 같아 속상하다. 그러다보니 소상공인들의 정책에 혼란이 발생한다. 소상공인들은 인생이 걸린 현실인 만큼 ‘니 편 내 편’으로만 보지 말고 건전한 생태계를 만들어 건전한 사회구성원이 배출되도록 해야 한다는 말이다. 정치권이나 정부는 소상공인들에 대해 엄청나게 도와주는 것처럼 생색만 내지 말고 진정성이 드러나는 소통부터 나서야 한다. 소상공인들을 위한 최소한의 소통 장치가 지원 육성보다 시급하고 중요하다. 소상공인이 없는 소상공인 지원은 헛물만 켜는 것임을 알았으면 한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