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수미 더불어민주당 성남시장 후보가 지난 2016년 국회에서 필리버스터 국내 최장 기록을 세운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은 후보 운전기사 역할을 했던 최 아무개 씨는 지난 2017년 9월 불법주정차단속을 하는 성남시청 임기제 공무원으로 채용됐다. 그러나 최 씨는 주정차단속요원으로 채용됐음에도 실제로는 성남시청 대중교통과 버스행정팀에서 버스민원처리를 담당하는 내근 사무직으로 근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 씨는 성남시청 홈페이지에도 버스민원처리 담당 주무관으로 이름이 올라와 있었다.
최 씨는 지난 4월 기자회견을 열고 “2016년 6월부터 2017년 5월까지 은 후보의 운전기사로 일했다”면서 “월급 200만 원과 차량유지비 등을 성남시에 있는 한 업체에서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 업체는 코마트레이드라는 회사로 대표는 성남의 폭력조직 ‘국제마피아파’ 출신 사업가이며, 불법 스포츠토토 사이트를 운영하며 140억 원을 탈세한 혐의 등으로 1년 가까이 도피 생활을 하다가 작년 말 검찰에 붙잡혀 구속됐다.
은 후보 측은 이 같은 의혹에 대해 “당시 최 씨가 자원봉사 차원에서 은 후보를 도운 것으로 알고 있었다”며 “특정 회사가 급여를 지급했다는 사실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최 씨는 운전기사를 그만둔 직후인 2017년 7월 7일 성남시청 불법주정차단속 임기제 공무원 모집 채용공고에 응시했다. 당시 채용공고에는 106명이 지원해 16명이 채용됐다. 경쟁률은 6:1가량이었다. 1차 서류전형에서는 제출서류 미비 등으로 단 3명이 탈락했고, 2차 면접시험을 통해 최종합격자가 모두 결정됐다. 필기시험 등은 따로 없었다.
채용공고문에 명시된 직무내용은 ‘버스질서 위반 단속’ ‘관외택시 등 질서위반 단속’ ‘불법 주·정차 단속’ 등이다. 버스민원처리와 관련한 내용은 없다.
제보자는 “버스민원처리는 내근 사무직으로 현장에서 단속을 하는 단속요원과는 업무 강도에서 큰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단속요원은 추운 겨울이나 더운 여름에 현장을 다녀야 하고 단속과정에서 욕설 등에 시달리기도 한다”면서 “특혜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는 정황”이라고 주장했다.
제보자는 또 “버스민원처리 업무를 맡으려면 최소한의 행정적 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주차단속요원을 채용하면서 그런 능력을 검증했는지 의문”이라면서 “버스민원처리를 맡을 사무직 임기제 공무원이 필요했다면 그에 따른 공고를 내서 따로 채용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성남시청 버스행정팀 관계자는 “최 씨가 어떤 방식으로 채용됐는지는 모른다”면서 “최 씨는 내근하면서 버스 관련 민원을 접수하고 처리하는 업무를 맡았다”고 말했다.
성남시청 측은 “최 씨처럼 주차단속요원으로 채용된 후 필요에 따라 사무직에 배치된 인원이 더 있다”면서 특혜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성남시청 측은 “기자에게 연락오기 전까지는 최 씨가 우리 시청에 근무하고 있다는 사실도 몰랐다. 모든 채용은 인사위원회를 거치기 때문에 특혜가 있을 수가 없다. 최 씨가 받은 급여도 매우 적은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은수미 후보 측도 “최 씨가 시청에 근무하고 있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주차단속요원으로 채용된 후 사무직으로 이동했다는 사실은 모르고 있었다”면서 “은 후보는 이재명 전 성남시장과 별다른 친분관계도 없다. 우리와는 전혀 관계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최 씨는 2년 임기로 채용됐고 추후 임기연장도 가능했지만 지난 4월 30일 자로 사직서를 내고 더 이상 시청에 출근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
은수미 지원한 코마트레이드는 어떤 회사? 은수미 더불어민주당 성남시장 후보가 20대 총선 낙선 후 약 1년간 코마트레이드로부터 운전기사와 차량을 제공받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코마트레이드 이 아무개 대표는 은 후보와 매우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다. 지난 2015년에는 다음해 총선 출마를 앞두고 있던 은수미 후보 지지의사를 밝히고, 은 후보 출마기념회 등에 참석하며 홍보활동을 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자유한국당은 은 후보를 지원한 코마트레이드가 은 후보뿐만 아니라 이재명 전 성남시장과도 긴밀한 관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코마트레이드가 성남시와 다양한 공개 협약을 체결하고 지역사회공헌 활동을 전개해왔다는 것이다. 지난 2016년 코마트레이드는 성남시민프로축구단(성남FC-구단주 이재명)과 후원 협약을 맺었고, 성남시와 복지시설 환경개선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코마트레이드는 이 전 시장이 은행장을 맡고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상임이사로 있었던 ‘주빌리은행’에도 기부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전 성남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코마트레이드 이 아무개 대표를 언급하며 “성남 100만 시민을 대표해 감사드린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 전 시장 측은 “해당 기업 대표가 조폭 출신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면서 “해당 기업이 성남에 기반을 두고 있어 지역사회공헌 활동에 감사 표시를 한 적은 있지만 이는 지방자치단체장으로서 지극히 자연스러운 활동”이라고 주장했다.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해 있던 코마트레이드는 중국 스마트폰 업체 샤오미의 국내 총판을 맡아 한동안 우수기업으로 손꼽혔다. 그러나 2016년 말경부터 경영악화를 이유로 직원들의 임금과 거래대금 등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해 문제가 됐다. 채용사이트에 남아있는 코마트레이드 전직 직원들의 후기에 따르면 “코마는 ‘코리아 마피아’의 줄임말로 알고 있다”면서 “임금체불이 심각하지만 임원진들은 도망 다니기 바쁘다”고 했다. 또 다른 전직 직원은 “월급을 현금뭉치로 줘서 이상했는데 3개월이 지나니까 월급이 밀리기 시작했다”면서 “경영진이 다들 지역 깡패라 말하기도 무서웠다”고 적었다. 코마트레이드는 이후 더판다테크로 사명을 바꾸고 현재도 샤오미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