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유한국당에서 더불어민주당으로 당적을 바꾸는 정치인들이 유독 눈에 띄고 있다. 사진은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과거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소속이었던 최청환 민주당 화성시의원 후보는 지난 1일 민주당 경기도당의 공천을 받았다. 그는 2014년에도 새누리당 당적으로 경기도의원에 출마하려 했으나, 실패한 경험이 있다.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최 후보의 명함이 SNS를 비롯한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새삼 화제가 됐다.
하나는 2014년 지방선거 때, 다른 하나는 올해 지방선거의 명함이다. 최 후보의 소속이 새누리당에서 민주당으로 달라졌는데, 문제는 최 후보가 새로 사진을 촬영해 명함을 만든 것이 아니라 넥타이 색깔과 명함 배경만 컴퓨터그래픽을 이용해 바꿨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네티즌들은 “최소한의 성의도 없다”, “진정성이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최 후보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당선을 위해 당적을 바꾼 것 아니냐’는 질문에 “저는 박사과정을 통해 4차산업을 공부했다. 다가올 미래를 판단해봤을 때 4차산업 정책은 집권을 해 봤던 한국당 또는 민주당에서 잘 펼칠 수 있을 것으로 저는 봤다”면서 “20대 총선 때 새누리당의 공천파동과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을 보며 새누리당에 실망한 것도 있다. (그래서 민주당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최 후보는 이어 “저는 새누리당에 25년 몸을 담아 왔는데, 그런 제가 유불리를 따지기 위해, 또는 공천 약속을 받고 민주당으로 옮겼겠느냐. 저만의 확신을 갖고 민주당으로 왔다”며 “명함은 실수였다. 공천 신청 때에는 예비후보용 사진으로 이전에 갖고 있던 명함 사진을 냈다. 공천이 되고 나면 그 후에 명함 사진을 추가적으로 제출해도 되는 줄 알았던 것이다. 또, 명함은 두 가지를 만들었는데 그 중 하나가 논란이 됐다. 이건 제 불찰”이라고 설명했다.
부산시 영도구에 시의원으로 출마 의사를 밝힌 고대영 민주당 예비후보자도 과거엔 새누리당 소속이었다. 그는 김형오 한나라당 의원실 보좌관과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실 수행비서를 지낸 인물로 부산 영도에서 오랜 지역구 활동을 해왔다. 2002년 즈음부터 보수정당에서 의정활동을 하다가 2006년과 2014년 영도구의원으로 당선됐다.
고 후보는 “처음 (의원실 보좌진으로)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만 해도 저는 정치에 관심이 없었는데 이후 제 정치적 정체성에 대한 확립이 왔다. 해고된 간호사들을 위해 구정 질문을 하곤 했는데, 당시 이를 본 사람들은 제가 민주당인 줄 알았다고 했다. 저는 오히려 진보적인 것을 대변해 왔다”면서 “새누리당에 있었지만 박근혜 정부의 무능, 부정부패, 헌법질서 파괴 등에 실망해서 바른정당으로 갔다. 이후 바른정당 의원들이 다시 새누리당(한국당)에 돌아가는 것을 보면서도 저는 자리를 지켰는데 지금의 바른미래당도 한국당과 합쳐질 것 같아서 탈당하고 민주당으로 입당했다”고 설명했다.
고 후보는 이어 “오히려 저는 제 지역구(청학2동, 동삼3동)가 아닌 다른 지역으로 출마 선언을 했다. 이 지역이 보수 성향이 워낙 강해 (민주당에서) 누가 공천을 받아도 떨어질 것 같았다”며 “결국 저는 (민주당을 위해) 제 지역구를 포기하고 험지인 이곳으로 온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수 후보의 지난 2013년 5월 페이스북 페이지 캡처.
민주당 부산시 기초의원 예비후보 중 황정수 후보는 현재 부산 연제구 가선거구에 추천을 받았으며, 상무위와 중앙당 의결을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그는 2014년 지방선거 때 새누리당에 공천을 신청한 바 있다. 황 후보는 2013년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페이스북 글을 인용해 “대한민국 박근혜 대통령!! 힘내세요! 사랑합니다”라고 덧붙인 적 있다. 때문에 민주당 지지자를 비롯한 일부 네티즌들은 “사람 좀 가려서 뽑아라”, “예비후보자 과거 조사 좀 하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보수성향이 강한 울산에서도 드러났다. 박태완 전 중구의회 의장은 지난 2014년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과 갈등을 빚고 탈당한 후 무소속으로 울산시의원 후보에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그러던 그가 지난해 8월 김지근 전 중구의회 의장과 이인화 전 중구 주민자치위원장 협의회장, 장태섭 전 중구바르게살기위원회 회장, 이채영 중구 우정동 체육회장, 이재훈 중구 성안동 체육부회장 등과 함께 민주당으로 입당했다. 보수 성향이던 이들과 함께 권리당원 1000명이 동반 입당해 당시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그렇게 민주당에 입당한 박태완·김지근 전 중구의회 의장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이름으로 출마한다. 박태완 전 의장은 중구청장 후보로, 김지근 전 의장은 중구 다선거구 후보로 출마한다.
박윤국 민주당 포천시장 후보자는 지난해 새누리당에서 탈당해 무소속으로 재보궐선거에 출마했으나 고배를 마셨다. 박 후보는 1995년 제1회 지방선거 때부터 민주자유당→자유민주연합→한나라당을 거쳐 보수정당에 몸을 담아 왔다가,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민주당 포천시장 후보로 전략공천을 받았다.
이밖에도 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초구청장을 지낸 진익철 후보는 이번 선거에 민주당 당적으로 출마하고, 2008년 한나라당을 탈당했던 김양호 현 삼척시장도 민주당 당적으로 재도전한다.
한편, 현재 민주당 소속인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한나라당 소속으로 16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선됐다. 이후 2003년에는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17대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고, 18·20대 총선에서 민주당 소속으로 당선된 뒤 지금까지 정치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그가 ‘철새’라는 비판을 받지 않는 것은 당시 한나라당 소속이던 시절에도 자신의 진보적인 소신과 정치적 철학을 바탕으로 의정활동을 꿋꿋하게 이어가는 모습을 유권자들에게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