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천공항 화장실에서 수억원 상당의 금괴가 발견되었다. 사진은 사건과 무관하다. 사진=일요신문 DB
인천공항 제1 터미널 3층 출국장 면세구역 화장실. 매일 이곳을 청소하던 환경미화원은 4월 28일 쓰레기통에서 1kg짜리 금괴 7개를 발견했다. 이 금괴의 시중 가격은 무려 3억 5000만 원. 인천세관은 즉시 사건 조사에 들어갔고 그 결과 이 금괴의 반입경로가 드러났다. 한국인 A 씨가 홍콩에서 한국으로 금괴를 가지고 왔고 이를 B 씨가 넘겨받아 일본으로 가져가려던 도중 쓰레기통에 버린 것. 인천공항 세관은 일단 이 금괴를 주인이 따로 있는 ‘분실물’로 보고 있지만 밀수 행위 등 관세법에 위반되는 사항이 있는지 조사를 진행 중이다.
수억 원에 달하는 거액을 누가 가지고 다니나 싶지만, 거액의 현금이 분실되는 사건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제주국제공항에서도 70대 노부부가 3억 7000만 원을 분실했다가 되찾는 일이 발생했다. 4월 18일 오후 3시경, 제주국제공항 자치경찰단 앞으로 렌터카 주차장 부근에서 수억 원이 든 여행가방이 분실됐다는 사건이 접수됐다. 다행히 공항 자치경찰단의 빠른 대응으로 현금과 수표는 조금도 분실되지 않고 노부부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지나치게 큰 규모의 현금은 범죄에 연루되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노부부가 가지고 있었던 현금과 수표는 제주도에서 아파트를 사기 위한 자금이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제주공항 자치경찰단의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분실 건은 유실물 센터에서 처리하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신고자가 바로 경찰 쪽에 도움을 구하셨고 워낙 금액이 크다 보니 전 직원들을 동원했고 분실자의 동선을 쫓아 찾았다”며 “인터넷뱅킹, 폰뱅킹 등의 경우 일일이체 한도가 있고 특히 이러한 방법에 익숙하지 않은 노인분들이 상황에 따라 이러한 거액의 현금을 소지하는 때도 있는 것 같다. 몇 년 전에도 공항 내에서 일억 원가량의 현금과 수표가 분실된 일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처럼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에 달하는 고가의 유실물은 유실물 센터가 아닌 경찰에서 직접 처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경찰 유실물 센터의 한 관계자는 “몇 백만 원 상당의 귀금속이나 현금은 종종 센터로 접수되는 때도 있지만 수천만 원 이상의 분실물을 접한 적은 아직 없다”며 “몇백만 원 정도의 분실물의 경우 되찾는 경우가 많지 않지만, 훨씬 더 고가의 분실물이면 경찰에 사건이 접수되어 오히려 대부분 되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규모가 큰 분실사건이 발생했을 때 주목받는 것 중 하나는 단연 ‘보상금’이다. 분실자가 알아서 적당히 사례한다면 문제가 없지만, 보상금을 전혀 지급하지 않거나 터무니없이 낮은 보상금을 제시하는 때도 적지않다.
지난 2015년 말 60대 여성 김 아무개 씨는 부산역에서 현금 70만 원과 1억 원 상당의 수표 5장이 든 여행 가방을 잃어버렸다. 다행히 가방은 60대 여성 이 아무개 씨에게 발견되어 6일 만에 주인의 품으로 돌아가며 훈훈한 미담으로 마무리되는 듯했다. 하지만 이후 보상금을 두고 문제가 발생했다. 이 씨는 보상금으로 1억 원의 10%인 1000만 원을 원했지만 김 씨는 현금 70만 원에 관해서만 사례하겠다고 밝히며 분쟁이 발생한 것.
보상금 지급 여부가 개인의 호의에 의한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으나 습득자는 법적으로 분실자에게 보상금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 유실물법 제4조에 따르면 분실자는 습득자에게 물건 가액의 100분의 5 이상 100분의 20 이하의 범위에서 보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단 물건을 반환한 뒤 1개월이 지난다면 습득자는 분실자에게 보상금을 청구할 수 없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가치가 명확한 현금이 아니라면 유실물법에서 규정한 보상기준을 적용하는 데에 다양한 변수가 따른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거액의 분실물에 자주 등장하는 수표의 경우 지금까지의 판례에 따르면 액면가의 20분의 1 정도의 가치를 기준으로 보상금을 책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김광석 법무법인 송현 변호사는 “수표는 제권판결을 통해 얼마든지 무효로 할 수 있고 고액수표의 경우 신분확인 절차도 있으므로 현금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례”라며 “앞의 이유로 분실된 수표의 경우 액면가의 1% 정도를 보상금으로 지급하면 일반적으로 충분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습득자가 고가의 분실물을 주인에게 되돌려줬다 하더라도 보상금을 청구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이번에 인천공항에서 7개의 금괴를 발견한 환경미화원의 경우도 인천공항 고용직원으로서 주 업무가 환경미화이기 때문에 별도의 보상금이 지급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다. 공공기관에서 분실물을 습득했거나 습득한 물건이 장물인 경우에도 보상금을 청구할 수 없다. 앞의 제주공항 자치경찰단 관계자는 “두 부부가 경찰에게 소정의 보상금을 지급하고 싶다고 하셨지만, 마음만 받겠다고 정중히 거절했다”고 밝혔다.
분실물을 취득한 경우 빠르게 경찰에 신고하지 않으면 보상금이 아니라 도리어 법적인 처벌을 받게 될 수도 있다. 실제로 온라인상에는 오전에 습득한 물건을 저녁에 신고하게 된 습득자가 법적 책임을 지게 된 억울한 사연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습득한 물건은 타인에게 돌려주지 않으면 형법상 ‘점유물이탈 횡령죄’가 성립된다. 단 경찰에 접수된 분실물을 6개월이 지나도록 주인이 찾아가지 않는다면 소유권은 습득자에게 돌아간다.
김광석 변호사는 “결국 습득자가 유실물을 주인에게 돌려줄 의사가 있었는지 아닌지가 가장 중요한데 오래 물건을 가지고 있을수록 본인이 취득할 의사가 컸다고 보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혜리 기자 ssssch3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