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스타필드와 신세계사이먼, 롯데월드몰 등 복합쇼핑몰과 프리미엄아울렛 등이 대규모유통업에 포함되지 않을 전망이다.사진=백소연 디자이너.
국회와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3일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 및 대규모유통업자 범위 확대 등을 골자로 하는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이 지난 3월 국회 정무위원회에 법안 발의를 놓고 심사를 벌였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부동산임대업자로 사업 중인 복합쇼핑몰과 프리미엄 아울렛 등으로 대규모유통업자 범위를 확대해 규제에 나설 계획이었다. 이 규제를 받으면 납품대금 감액, 정당한 사유 없는 반품과 판촉비 전가, 입점업체 매장을 임의로 이동시키는 행위, 계약기간 내 임대료 인상 등이 금지된다.
현재 대규모 유통업법은 연간 매출이 1000억 원 이상이거나 매장 면적이 3000㎡ 이상인 백화점, 대형마트 등 소매업자에만 적용된다. 공정위는 법 개정을 통해 이를 소매업자뿐 아니라 상품 판매에 실질적으로 관여하는 임대업자로까지 확대할 방침이었다.
이렇게 되면 현재 부동산개발 및 임대업으로 등록돼 있는 신세계 스타필드 하남, 신세계 여주·파주·부산 프리미엄아울렛, 롯데 이천 프리미엄아울렛, 롯데월드몰, 코엑스몰 등 상당수 복합쇼핑몰과 아울렛이 규제 대상에 포함되게 된다.
또한 대규모 유통업법에 불공정행위에 따른 피해액의 세 배를 물어내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도 도입할 계획이었다. 현행법은 손해액만큼만 배상하도록 하고 있다.
당초 국회에선 4월 임시국회에서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을 통과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국회가 여야 간 정치적 갈등으로 사실상 휴업 상태에 들어가자 각종 민생현안과 함께 이 개정안도 답보상태에 놓여 있다. 5월 국회서도 통과가 되지 않을 경우 사실상 이 개정안은 폐기 수순으로 방치될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국회에 계류 중인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이 자동 폐기될 전망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사진은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 관련 자료.
작년까지만 해도 대규모유통업계 등 대기업들을 상대로 소비자와 납품업자-임대업자들의 불공정 피해에 민감했던 정치권과 정부가 사실상 이들의 피해에 벌써 둔감해졌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이유다. 과거 국회 국정감사에선 신세계, 사이먼 등이 대규모유통업법 회피를 위해 부동산임대업으로 위장해 소비자와 입점업체에 대한 불공정거래행위 규제를 피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 롯데 등 프리미엄아울렛이 임대료와 매출 수수료를 핑계로 입점업체에게 편법적으로 수수료를 인상하는 것도 모자라 입점 자체에 관여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일부 아울렛에선 매출수수료가 교묘하게 임대료에 포함될 여지가 있는 만큼 공정위의 감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신세계와 롯데 등은 아울렛을 운영하면서 입점업체와 매출액을 산정해 임대료로 받고 있다”며 “미국 등에선 이 같은 방식이 일반적일 뿐만 아니라 현행법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정치권과 업계 전반에선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이 폐기될 경우 당분간 복합쇼핑몰과 아울렛 등이 규제 사각지대에 놓이게 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큰 틀에서 여야 이견이 없는 법안이었기 때문에 통과될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다. 국회 마비로 정작 법안이 통과될지 걱정스럽다. 국회가 대기업 눈치만 보면서 민생 보호 법안에 무관심으로 일관한다면 시위 등에 나설 계획이다. 개정안이 폐기될 경우 국회와 대기업 간 어떠한 로비가 있었는지에 대한 의혹도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회 관계자는 벌써부터 대기업 규제 관련 법안을 담당하는 국회 분과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실에 대기업들의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보호 법안 마련에 강한 의지를 보였던 정치권이 그들 스스로 규제법안 고사를 방치하고 있는 형국이다. 의원들끼리 눈치를 보고 있다”며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이 연기되거나 소멸되면 누가 득이 될지 다 알 것 아니냐. 대기업의 눈치가 아닌 국민들의 눈치를 봐야하는데 안타깝다”고 밝혔다.
한편, 국회 정무위 소속 모 의원실 관계자는 “개정안 심사부터 여야 간 입장과 관계가 민감한 사안이라며 심사내용과 결과에 조심스러운 부분은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본회의에 정상적으로 상정만 된다면 개정안이 좋은 내용을 많이 담고 있어 통과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며 법안 통과 가능성을 열어놨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