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치킨업체인 ‘교촌치킨’이 5월부터 배달 서비스 유료화 정책을 시작했다. 백소연 디자이너
국내 1위 치킨업체인 ‘교촌치킨’이 5월부터 전국 가맹점에서 배달 서비스 유료화 정책을 시작했다. 교촌치킨 관계자는 “배달 운용 비용의 증가가 가맹점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주된 요인으로 판단해 추진하게 됐다”고 전했다.
치킨업계에선 주문 건당 배달대행업체 수수료와 배달 앱 수수료 등이 빠져 나가면서 가맹점 이익률이 하락하고 있어, 가맹점의 이익을 위해선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가격 인상 이후 예상되는 판매 감소 우려에도 불구하고 배달료 부과 등의 방법으로 가격을 올린 이유도 여기에 있다.
거기에 정부와 소비자들의 압박도 작용했다. 실제 지난해 ‘BBQ’는 치킨 가격을 1만 6000원에서 1만 8000원으로 올렸다가 정부의 강한 압박과 소비자들의 불매 운동으로 가격 인상을 철회한 바 있다. 치킨 값을 올리지 못하자 대신 배달 서비스 유료화를 선택한 셈이다.
한 프렌차이즈업체 관계자는 “배달료 부과는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최저임금도 올랐고 원부자재 가격, 임대료 등이 모두 올라 부담이 커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일손이 모자라 배달대행업체를 이용했다”면서 “배달료 부과가 어쩔 수 없긴 하지만 판매량이 감소할까봐 걱정했다. 아직까지 판매량이 크게 줄었다거나 하는 것은 느끼지 못 했다”고 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사실상 치킨 값이 오른 것이라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김 아무 개 씨는 “인건비 상승에 따른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다. 치킨 값이 오른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는 명백한 꼼수”라고 지적했다. 서 아무개 씨는 “안 그래도 비싼데 우리 같은 서민들은 치킨 먹기 더 힘들어졌다. 이제 치킨이 먹고 싶을 땐 ‘직접 가서 포장을 해 와야 하나’라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이처럼 높아진 인건비 때문에 자체 배달 종사원을 줄이고 배달대행업체를 쓰고 있는 외식업체가 많아지고 있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의 ‘외식업 배달현황 및 문제점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체 외식업체의 배달대행업체 이용 비중은 4.2%로, 이들의 월평균 지급 금액은 47만 7772원으로 조사됐다. 또 배달 종사자를 직접 고용 형태가 아닌 배달대행서비스를 통한 배달이 이루어지고 있는 업체는 26.2%인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는 피자·햄버거·샌드위치 등 유사 음식점업(27.2%)과 치킨 전문점(17.9%)의 배달대행 이용 비율이 높았다.
이에 대해 한국외식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예전에는 음식점별로 종업원을 자체적으로 고용해 배달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새는 인건비와 보험료 부담 등으로 인해 배달 대행업체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배달 대행료가 대폭 오르면서 이에 대한 부담마저 증가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1.5km당 평균 3000원이던 배달 대행료는 올해부터 3500원으로 약 15% 올랐다. 한 음식점 관계자는 “인건비가 워낙 비싸니 안 바쁜 날에는 사장이 직접 배달을 뛴다. 바쁜 날에만 배달대행업체를 이용한다”면서 “최근 배달 대행료가 올라 음식 가격을 올려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에 있는 한 배달 전문 음식점 또한 최근 음식 가격을 1000원~2000원 가량 인상했다. 음식점 관계자는 “배달 종사원을 직접 고용하는 것보다 여러 가지 면에서 부담이 줄어들었지만 배달대행업체 수수료가 높은 편이라 음식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그만큼 배달 종사자 규모도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7월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음식업 배달종사자는 2만여 명으로 이 가운데 직접 고용이 아닌 배달대행업체 소속은 절반인 1만여 명으로 추산됐다.
일각에선 배달대행업체에 소속된 종사자의 수익구조와 사고 후 단계에서의 문제점 등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지난해 3월 이륜차 배달종사자 재해예방을 위한 대책이 수립됐지만 아직까지 배달종사자에 대한 재해예방 관련 법령과 제도, 정책 등이 미비하고 이륜차 재해예방 가이드라인과 업무협약 등으로만 심각성을 알리고 있는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경민 기자 mercur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