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약 428조 원의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모습. 박은숙 기자
2008년 착공한 월미은하레일은 대표적인 혈세 낭비 사례다. 월미도와 인천역을 잇는 월미은하레일은 대중교통용이 아닌 사실상 관광용 노선에 불과했다. 문제는 약 870억 원의 엄청난 예산이 투입됐고 여기서 더 나가 부실공사로 제대로 운행조차 하지 못했다.
결국 2010년 인천교통공사에서는 사업 백지화를 발표했다. 사업 취소 후 코레일관광개발이 운영권을 취득했다. 코레일 측은 부실 공사에 대한 안전 검증 용역을 해보고 사업 존폐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는데 2013년 검증 결과 모든 분야에서 이상이 발견되면서 정상 운행이 불가능하다고 결론 났다.
대규모 토목 사업은 국민에게 꼭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수요 예측을 잘못할 경우 애물단지가 된다. 대표적인 경우가 공항이다. 건설할 때부터 엄청난 액수의 예산이 투입되고 운영비도 많이 들기 때문이다. 수요 예측을 잘 못해서 만들어졌다간 계속 빚만 낳는 거위로 전락한다.
2002년 개항된 양양국제공항이 대표적인 사례다. 중국과 일본 관광객을 노리고 약 3500억 원이 투입돼 만들어진 양양국제공항은 유령 공항으로 전락했다. 2002년 개항 이후 2015년까지 1091억 원의 적자를 냈다. 2015년 잠시 중국 관광객 유입 기대감이 돌기도 했지만 ‘사드 배치 충격’ 이후 기대감마저 사라졌다.
김제공항 부지는 어쩌면 사정이 더 나을 수도 있다. 운영비는 들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2002년 480억 원을 들여 부지매입한 김제공항은 경제성 없는 공항이라는 비판이 계속됐다. 이에 감사원이 타당성 검토에 돌입했고 검토 결과 경제적 타당성이 떨어진다고 나와 백지화됐다. 약 500억 원을 들인 부지는 현재 방치 상태다.
건설 이외에도 치적 사업으로 인한 예산 낭비 사례는 많다. 전남 함평군의 순금 황금박쥐가 그런 사례다. 2008년 함평군은 함평의 야산 동굴에 162마리의 황금박쥐가 발견된 점을 착안해 순금 162kg 황금박쥐 조형물을 만들었다.
예산 약 30억 원이 투입된 황금박쥐는 관광객 유치를 목적으로 했다지만 지역 축제 기간 외에는 세상 밖으로 나올 수도 없다. 관람객도 없거니와 ‘귀한 몸’ 황금박쥐를 관리할 인력도 없다는 이유다. 또한 매년 순금 황금박쥐의 보험료로 예산 2000만 원이 지출되고 있다.
선심성 정책도 대표적인 예산 낭비 사례 중 하나다. 최근 논란이 됐던 서울시의 미세먼지 대책도 이 중 하나다. 지난해 11월부터 서울시는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가 나쁨 수준인 50㎍/㎥을 넘으면 출퇴근 대중교통을 무료로 탑승할 수 있도록 했다.
서울시는 대중교통 무료 예산으로 250억 원을 책정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1월에만 3번 나쁨 이상이 나타났다. 이에 하루에만 50억 원이 투입되는 대중교통 무료 정책은 절반 이상 예산을 1월에 소모하게 됐다. 결국 2월 서울시는 무료 대중교통 정책을 폐기하기로 했다.
매일 50억 원 이상을 소모했음에도 도로 통행량은 1.7% 정도밖에 줄이지 못해 실패한 정책으로 꼽힌다. 당시에도 ‘일시적인 대중교통 무료 정책보다는 노후 경유차에 저감장치 등에 예산을 써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단 3일 만에 대부분의 예산이 소모됐다.
수십 년째 돌림노래처럼 예산 낭비 실태를 지적함에도 바뀌지 않는 이유는 뭘까. 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관계자는 “거대 인프라 구축 외에도 멀쩡한 도로를 갈아 엎는 이유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예산이 남으면 도로 예산을 돌려 보내야 하는 구조 자체에 있다. 그냥 돌려 보내느니 애꿎은 도로라도 엎는 게 낫기 때문이다”라며 “행정자치부는 지방교부세 산정 시 세입, 세출의 효율화나 자치단체 자체적 노력의 결과를 인센티브 및 페널티로 반영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단체장 급에게나 중요하지 공무원 각자에게는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문재인 정부도 예산낭비 굴레를 끊기 위해 주민과 전문가가 직접 참여해 자치단체의 효율적 예산 집행을 돕는 ‘국민감시단’을 출범시킨 바 있다. ‘예산바로쓰기 국민감시단’은 무보수 명예직으로 자치단체의 예산낭비 신고와 필요시 현장조사 공동참여 등 활동을 하게 될 예정이다. 감시단 대표인 최재원 변호사는 “지방자치를 실시한 지 20년이 지난 현 시점에도 여전히 하루가 멀다 하고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예산낭비 뉴스를 보며 절박한 심정으로 이번에 참여했다”라며 “앞으로 중복예산, 과다 예산, 선심성 예산 등 새는 예산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지방의원도 결국 정치에 대한 관심, 비판과 견제 등 원론적인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수도권 한 지방의원은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낭비는 결국 지방의회 혹은 의원 각자가 살펴봐야 할 몫인데 그게 잘 안되고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지방의원이 철저히 감시하고 유권자는 표로 심판하는 수밖에 없다”며 “예산 감시단을 두고 수의계약은 최대한 배제하고 불가피한 수의계약은 철저히 검증하고, 내부 제보를 적극적으로 받는 방법 정도가 보완책일 것 같다. 또한 예산 사용 실태를 주민들이 쉽게 볼 수 있게 만들어 원활한 감시를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