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혜연 9단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국바둑은 죽었다는 뜻의 근조(謹弔) 사진을 내걸고 최근 사태에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한국기원을 질타했다.
[일요신문] ‘지난 2009년 6월 김성룡 9단에게 성폭행 당했다’는 디아나 초단의 폭로로 시작된 바둑계 미투운동이 한국기원(총재 홍석현)과 프로기사 차원을 넘어 사회 각계로 확산되는 추세다.
최근 한국기원 소속 여자 프로기사들이 ‘바둑계 미투에 관해 피해자를 지지하고 사태 해결을 요구하는‘ 취지의 성명을 발표한 데 이어 명지대 바둑학과 졸업생, 재학생들도 ’조속한 미투 해결‘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명지대 바둑학과의 지지 서명은 5월 4일 현재 301명으로 서명자가 늘어났으며 계속해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런 가운데 4일 오후에는 바둑 명문 충암고도 ‘바둑계#ME TOO 운동을 지지’하는 성명을 내고 미투지지 운동에 동참했다. 이경석 충암고등학교 교장이 직접 발표한 미투 지지 성명은 다음과 같다.
바둑계 # ME TOO 운동을 지지합니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미투운동을 목도하면서 우리 사회가 한 번은 겪어야 할 성장통을 겪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중등학교는 물론이고, 대학에 이르기까지, 나아가 기존의 남성 중심의 다양한 조직에 이르기까지 미투운동이 들불처럼 일어나고 있습니다. 바둑계도 예외가 아니라는 사실에 충격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더구나 한국 프로바둑계는 충암 출신의 기사들이 절대다수를 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우리는 한국프로바둑의 산실인 충암인으로서 바둑계의 미투운동을 도외시할 수 없다는데 의견을 같이합니다. 외국인으로서 한국에서 도움을 요청할 곳이 없었음을, 그래서 그동안의 상처와 슬픔을 감내해야 했을 디아나와 연대합니다. 디아나 프로의 상처, 좌절감, 아픔에 공감합니다.
우리 충암고등학교는 교장과 총학생회의 이름으로 디아나와 연대함을 선포하며, 프로바둑계의 #Me TOO 운동을 적극 지지합니다. 나아가 우리 사회에서 더 이상 지위와 권력을 이용한 성폭력이 사라지기를 희망합니다.
2018년 05월 04일
# 충암중학교 및 충암고등학교 서명자 명단(가나다 순)
충암 출신 프로기사 : 김승준 김신영 김영삼 박지훈(小) 백대현 유재성 조혜연 최동은 최문용 한상조
충암 졸업생: 김대휘 김민석 문찬웅 라원주 신재원 신재훈 이승엽 전종혁 정훈현
최근 바둑계 미투운동에 활발한 참여를 보이고 있는 조혜연 9단. 여자프로기사 모임, 명지대 바둑학과, 충암학원에 이어 여성바둑연맹과 대학바둑연맹도 미투지지 운동에 동참할 것으로 예상돼 사태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성폭행 가해 혐의를 받고 있는 김성룡 9단은 여전히 행방을 감춘 채 묵묵부답이고 소속 단체 한국기원은 ‘윤리위원회를 구성해 파악 중이니 결과를 기다려 달라’는 말만 되뇌일 뿐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아 팬들의 비난은 가중되고 있다.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국바둑은 죽었다는 뜻의 근조(謹弔) 사진을 내건 조혜연 9단은 “한국기원은 사건 직후 윤리위원회를 열어 대처하겠다고 발표했지만, 피해자 디아나에게는 3주가 지나도록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반면 가해자로 지목된 김성룡 9단은 잠적해 지금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고, 사태를 수습해야 할 한국기원 집행부는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이유를 대며 김성룡을 옹호하고 있다”면서 “한국기원은 윤리위원회가 파악 중이라며 미적거릴 것이 아니라 속히 징계위원회를 열어 가해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바둑계 한 관계자는 “한국기원은 최근 사회 각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미투운동에 동참하는 것이 아니라 이번 사태가 정말 성폭행이 있었느냐는 진실 공방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이런 반응은 다른 분야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대처로 ‘중립’이란 명분 아래 가해자를 감싸고 돈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는 행보다. 듣기론 여성바둑연맹과 대학바둑연맹도 미투지지 성명을 준비하고 있다는데, 자칫 미투운동을 두고 바둑계 편 가르기 양상이 나타나지 않을까 두렵다. 한국기원의 발 빠른 대처가 시급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유경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