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일요신문배 어린이날 바둑대회’ 참가자 아이들이 할아버지나 아빠와 함께 ‘짝 바둑’에 열중하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일요신문] “손주 녀석이랑 바둑을 둬봤는데, 아주 대견하죠 뭐.” ‘제7회 일요신문배 전국 어린이 바둑대회’에 참가한 손자와 함께 이벤트 경기인 ‘짝 바둑’을 둔 이명은 씨(72)는 너털웃음을 지었다.
대회 시작을 알리는 징이 울린 지 4시간이 지난 오후 2시. 승부가 거듭되며 경기장 내 희비가 엇갈렸다. 탈락자가 속출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들 얼굴에 어쩔 수 없는 서운함이 묻어나는 가운데 허전한 마음을 달래줄 이벤트 경기 ‘짝 바둑’ 경기인 ‘환상의 짝궁’ 경기가 열렸다.
아빠나 할아버지 손을 잡고 바둑판 앞에 앉은 대회 참가자 아이들은 12명이었다. 팀을 이뤄 두는 ‘짝 바둑’은 어린이날 바둑대회 재미를 더했다. 아빠 옆에 앉아 신중한 얼굴로 바둑돌을 두는 고사리손을 바라보며 가족들은 흐뭇한 미소를 보냈다.
예선에서 떨어진 샛별부 1학년 김진우 군(7)은 함께 온 할아버지와 ‘짝 바둑’에 도전했다. 김 군은 “예선에서 떨어져 서운하지만 할어버지와 함께 바둑을 둬서 재밌었다”며 “내년 대회에 또 도전하겠다”고 답했다.
김 군 대회를 격려하기 위해 할아버지, 할머니, 아빠, 엄마, 동생, 삼촌까지 총출동했다. 김 군 어머니 이다혜 씨는 “아이들 실력이 굉장히 높았다”며 “첫 바둑 대회 참가여서 기대를 많이 했다가 져서 아이가 실망했는데 ‘짝 바둑’ 경기를 통해 기분 좋게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남편과 손자가 함께 바둑을 두는 모습을 지켜보던 김 군 할머니 오영례 씨는 “두 사람이 함께 앉아 있는 모습을 보니 아주 기특하고 흐뭇하다”며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고 보탰다. 오후 4시, 1050명 대회 참가자 아이들과 그 가족들로 붐비던 체육관은 눈에 띄게 한산해졌지만 살아남은 아이들의 우승을 향한 열의로 여전히 열기가 가득하다.
박현광 비즈한국 기자 mua123@bizhank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