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개혁위원회가 권고한 정보경찰 개혁안에 경찰 내부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이철성 경찰청장이 2017년 6월 서울 경찰청에서 열린 경찰개혁위원회 발족식에 참석하고 있다. 고성준 기자
정부 조직 중 가장 인원이 많은 13만 명의 경찰인력 중 정보 수집을 담당하는 인원은 3300여 명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 가운데 외근활동을 하며 실제 정보수집 활동을 하는 직원은 절반이 조금 넘고, 나머지 인원은 수집된 정보를 모아 수정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맡는다. 또 정보경찰 가운데 절반 이상이 수도권 지역에서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절대적 인원으로 보면 정보경찰 수가 전체 인원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큰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전국 일선 경찰서를 통해 각 구의 동 단위 수준에서부터 정보활동이 차곡차곡 이뤄지기 때문에 그 정보망은 거미줄처럼 뻗어있다. 또 지구대에서 접수되는 각종 사건사고와 정보가 위로 모이면 다른 어떤 정부조직보다도 넓고 상세한 정보가 수집된다. 일례로 고위 공직자나 검사 등 개인의 음주운전, 교통사고 등 일상 정보도 수집돼 위로 모이게 된다. 한 경찰 관계자는 “밑바닥 정보부터 모이는 곳이 경찰 정보기 때문에 검찰이나 여타 공무원들이 경찰 정보력 힘 빼기에 동조하는 경향이 있다”고 귀띔했다.
경찰이 경찰개혁위원회의 권고안을 수용하기로 했지만 수사권 조정 방향에 따라 정보국 개혁 수준이 달라질 것이라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정보국의 조직 명칭을 바꾸거나 인원을 축소하는 정도의 변화는 생기겠지만 결국 기존에 맡아왔던 분야의 정보활동을 중단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일선 정보경찰들의 입장이다. 더군다나 공공기관 및 산하 기관의 복무점검 및 인사검증을 해야 하는 정부 입장에서도 경찰의 폭넓은 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정보경찰 조직에 큰 변화가 일어나기는 쉽지 않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경찰개혁위원회 권고안에 따르면 경찰청 정보국 기능은 ‘치안정보의 수집·작성·배포’에서 ‘공공안녕의 위험성에 대한 예방 및 대응’으로 재편된다. ‘치안정보’의 개념이 불명확해 무분별한 정보 수집의 근거가 됐던 만큼, 그 수집 범위를 ‘공공안녕에 대한 위험’에 한정하자는 것. 또 권고안에는 정당, 언론사, 시민단체, 대학 등 민간 조직에 대한 정보경찰의 상시 출입을 중단하고 정보국 직원들이 거처로 사용하던 정보 분실을 없애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일단 경찰은 정보경찰 개혁에 대한 권고안을 수용함으로써 민간 조직에 대한 ‘상시출입’을 중단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정보활동을 중단한 것은 아니다. 개혁위 권고 상황에 대해 이철성 경찰청장은 “정보경찰에 대한 조직 진단과 직무 분석을 실시해 그 결과를 토대로 국가정보체계 개편과 연계해 인력 조정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 내부에서는 수사권 조정이 입맛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정보경찰마저 빼앗기면 안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팽배하다. 이런 탓에 수사권 조정 결과에 따라 정보경찰에 대한 개혁 수위가 정해질 것이라고 전망된다. 경찰이 개혁위의 권고안을 수용한다고 해도 이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기존의 정보국 활동을 유지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개혁위는 법적 근거를 갖는 기구가 아니어서 권고 내용에 대한 구속력도 없다. 민간 조직에 대한 정보활동 역시 ‘상시 출입’에 방점을 찍으면 상시 출입하던 것만 중단할 뿐, 정보 수집 자체를 멈추는 것은 아니다. 정보국 폐지 역시 명칭 변경이나 조직 개편, 인원 축소 등 방안을 활용해 정보활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할 수 있다.
경찰로서는 조직의 힘의 원천이었던 정보력을 내려놓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여타 정부기관이 비공식적으로 정당 출입이나 각종 정보활동을 이어가는데 경찰만 뭇매를 맞는 것도 억울한 부분이다. 내부에서 정보경찰 축소에 대해 의견이 하나로 모아지지 않는 것도 넘어야 할 산이다. 통상 진급이 빠른 정보국에 대해 내부에서도 불만이 있어, 정보경찰 폐지에 대한 찬성의 목소리도 일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앞의 경찰 관계자는 “내부 승진이나 여러 가지 문제로 일부 정보경찰 축소에 찬성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조직 차원에서 이 같은 분위기가 조성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개혁위 권고를 수용해 가장 가시적으로 변화를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정보분실’의 경찰청 내부 이전으로 꼽히고 있다. 당장 외곽 분실을 매각하지 않아도, 경찰청 내부의 다른 팀을 내보내고 정보국을 청 안으로 이전시키면 되기 때문이다. 현재 경찰청 정보국은 서울 한남동에 있는 경찰 소유의 건물에 분실을 두고 있다. 통상 분실로 불리던 정보경찰의 외부 사무실은 경찰청이 아닌 외부의 별도 사무실에서 운영돼, 정보국만 비밀스럽게 운영하는 데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받기도 했다. 앞서 2014년 정윤회 문건 유출 논란으로 서울지방경찰청은 외부에서 운영하던 2개 정보 분실을 서울지방청 내부로 이전했다.
경찰청 한 관계자는 “일단은 개혁위의 권고안을 수용한 상태고, 내부 목소리를 듣고 여러 조율사항이 맞춰진 다음에야 개혁방안이 제시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