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보수의 철옹성’ 부산·울산·경남을 빼앗길 위기에 처했다. ‘드루킹 사건’이라는 기회를 잡았음에도 좀처럼 역전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좌) 오거돈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 (우) 서병수 자유한국당 부산시장 후보. 일요신문DB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CBS의 의뢰를 받아 지난 5일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들 중 57.7%가 오거돈 민주당 후보를, 27.1%가 서병수 시장(한국당, 부산시장 후보)을 선택했다(이하 후보 생략). 두 사람은 30.6%의 큰 격차를 보여줬다. 그보다 더 이전의 여론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나타냈다. MBN의 의뢰로 ‘리서치플러스’가 3월 24~25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오 후보는 51%의 지지율을 얻어 서 시장(33.4%)을 가볍게 앞섰다.
서 시장은 이같이 불리한 여론조사가 연달아 발표되자 2일 시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2030부산세계박람회의 정부사업 국가승인‘ 관련 기자회견 질의응답에서 ‘최근 여론조사에서 서 후보가 오 후보에게 뒤지고 있다’는 기자의 질문에 그리 개의치 않는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 서 시장은 “현재 민심을 분석하고 평가하면 (오 후보와) 박빙 수준”이라면서 “지금 여론조사는 운동장 자체가 기울어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 시장은 이어 “지금 여론조사는 민주당 성향, 문재인 대통령을 적극 지지하는 사람들이 대거 참여한다”며 “그분들 성향이 대체적으로 반영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또한, “밖에서 만난 민심은 (여론조사와는) 많이 다르다”면서 본선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물론 서 시장의 주장에도 일리가 없는 건 아니다. 위의 리서치플러스 여론조사에서 인물과 관계 없이 정당만을 기준으로 투표한다면, 어느 정당 후보에게 투표하겠느냐는 질문에서 응답자들 가운데 49.5%는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32.3%는 자유한국당 후보에게 투표하겠다고 답했다.
10명 중 5명 정도의 응답자가 민주당 지지자이기 때문에 편향된 조사 결과라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이 같은 결과가 민주당의 높은 지지율을 나타내는 것이라 여론조사 자체를 허위라거나 조작됐다고 문제삼는 것도 무리로 보인다.
(좌)송철호 민주당 울산시장 후보 (우)김기현 자유한국당 울산시장 후보. 일요신문DB·연합뉴스
김기현 울산시장은 3선의 박맹우 전 시장의 바통을 이어받아 2014년 울산시장으로 당선됐다. 박 전 시장은 울산 시민들로부터 시정 업무수행을 무난하게 해왔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왔고, 이 후광 덕분에 김 시장도 65.4%라는 압도적인 표를 받고 가뿐하게 당선됐다. 하지만 현재 김 시장은 측근 비리 의혹에 발목을 잡혀 뒷걸음질을 치는 모양새다.
김 시장의 비서실장은 울산 북구 아파트건설현장 레미콘 업체 선정 과정에서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혐의를, 김 시장의 동생은 2014년 지역 건설업자와 아파트 시행권을 확보해주는 대가로 30억 원을 받기로 하는 용역계약서를 작성하고 사업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변호사법 위반)를 받고 있다.
이에 경찰은 3월, 비서실과 도시국장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김 시장의 형도 피의자로 입건했다. 그러자 한국당은 반발했다. 한국당 소속 의원들과 원내대표 등이 나서 경찰을 지나치게 원색적으로 비난해 여론의 반발을 사는 등 한바탕 ’난리‘를 겪은 후 울산의 민심은 달라졌다.
2월 2~3일 ubc의 의뢰로 한국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김 시장이 37.2%, 송 후보가 21.6%로 나왔다. 하지만 석 달이 지난 5월 여론조사에선 1, 2위가 뒤집혔다. MBC가 의뢰해 코리아리서치센터에서 4월 30일에서 5월 1일까지 조사한 여론조사에서는 송 후보가 42.1%로 1위를 달렸고, 김 시장은 이보다 19.6%p 뒤처진 22.5%를 나타냈다. ‘김기현 측근 비리’와 한국당의 개입이 민심의 반발을 산 것으로 보인다.
(좌)김경수 경남도지사 민주당 후보 (우)김태호 경남도지사 자유한국당 후보. 연합뉴스
부산·울산뿐만이 아니다. 경남도지사 선거에서도 민주당 후보가 우위를 점하고 있다. 현재 선거 판세는 김경수 민주당 후보와 김태호 한국당 후보의 양강구도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달 15일, ‘드루킹 사건’이 터지고 김경수 후보가 휘말리면서 한국당이 ‘특검’을 요구하는 등 화력을 집중했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의 단식농성과, 바른미래당의 철야농성에도 김경수 후보의 지지율은 꺾일 기미가 없다. 4월 22~23일, JTBC가 의뢰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서 김경수 의원은 40.4%, 김태호 후보는 33.6%를 나타냈다. 두 후보 간 지지율 격차는 6.8%p였다. 5월 1~2일, MBC경남 의뢰로 리얼미터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김경수 후보가 58.3%로 김태호 후보(28.8%)를 두 배 이상 앞질렀다. 경찰이 김경수 의원과 그의 보좌관을 소환해 조사를 벌이고, 야당이 여론전을 펼치며 이슈를 극대화시켰음에도 김경수 후보의 지지율은 고공행진하고 있는 것이다.
위 여론조사들의 그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