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서울 상록회관에서 대한가수협회의 일부 지부장들이 원로가수 초청간담회를 진행하였다. 이자리에 참여한 지부장과 회원들은 가수협회의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기로 하고 박일남 씨를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으로 추대하였다. 현 대한가수협회 회장은 김흥국 씨로 미투운동등 물의가 일자 어제 언론을 통해 회장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이종현 기자
10일 오후 서울 상록회관에서 열린 대한가수협회 전국 지회·지부 주최 원로가수 초청 간담회에서 박일남 고문은 “가수협회장은 1만 명이 넘는 전체 가수 회원들의 대표로써 경거망동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앞선 ‘미투 사건’에 이어 임원들끼리의 고소·고발에 협회의 명예가 땅에 떨어진 상태다”라고 비판했다.
박 고문은 이어 “지난 1일 김흥국 회장이 연 임시총회는 엉터리 총회다. 대한가수협회 정관상 총회를 열기 위해서 그에 합당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이런 절차가 전부 무시됐다”라며 “원칙적으로 보면 그동안 총회가 제대로 열린 바가 단 한 차례도 없으니, 정관에 따라 총회에서 선임돼야 하는 회장 등 임원의 자격도 없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대한가수협회 정관에 따르면 회장, 이사, 감사는 총회에서 선임하도록 규정돼 있다. 이날 모인 관계자들의 주장대로 총회가 단 한 번도 정상적으로 열린 적이 없다면 현 집행부의 자격도 다시 원점에서 판단해야 된다는 이야기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미투 사건’과 관련해 김흥국의 태도를 문제 삼기도 했다. 박 고문은 “지금은 무혐의로 (1차) 결론이 내려졌지만 미투 사건이 터지고 나서 이에 대한 책임을 다른 회원에게 전가하고, 그 이유로 제명시키기까지 했다”라며 “이 사안이 제명 사유가 되지 않음은 물론이고, 회원들을 제명시킨 이사진을 비롯한 임원들이 정관에 따라 선출된 정식 임원이 아닌데 이들이 결정한 제명이 정상적이라고 볼 수 있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간담회에서는 앞서 1일 임시 총회에서 통과된 대한가수협회 회장 선거와 관련 정관 개정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됐다. 지난 1일 임시 총회에서는 ▲간선제 도입 ▲만 65세 미만 임원 선임 불가 ▲회장 후보자 자격 제한(협회 임원 역임 및 3년 이상 업무 경험자) 등이 포함된 정관 개정안이 통과돼 문화체육관광부의 승인을 앞두고 있다.
협회 관계자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발족해 선거에 앞서 졸속 개정안을 막고 정상적인 대한가수협회로 돌아가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8개 지회·지부장의 만장일치로 박일남 고문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선임했다. 대한가수협회 비대위는 협회를 존속하되 6대 회장선거를 앞두고 협회 내부 폐단을 자정할 것과 김흥국의 명예로운 퇴진을 약속했다.
10일 오후 4시 대한가수협회에서 각 지회·지부 회원들에게 보낸 문자 내용. 발신인이 따로 명시되지 않았다. 사진=대한가수협회 비대위 제공
이어 “앞서 김흥국 등 협회 집행부에 의해 제명된 이사들은 적법한 절차를 통해 제명되지 않았다.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는 김흥국이 속죄하는 마음으로 이들에게도 사과한다면 그의 명예로운 퇴진을 너그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박일서도 “김흥국이 공식적으로, 진정으로 사과하지 않는다면 저는 끝나지 않는다. 끝까지 가겠다”라며 “일단 사과하고, 저를 비롯해 제명당한 이사, 지부장들을 복권시키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대한가수협회 측은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다만 지난 8일 각 지회·지부장 및 회원들에게 문자를 보내 “(간담회는) 본 협회의 운영에 반하는 행위로 대한가수협회의 위상에 심각한 위계문란을 주어 협회에 관련된 운영에 심각한 혼란을 준 돌발되고 계산된 행위로 본 협회는 (주최자들에게) 징계를 내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동일한 문자는 간담회 당일인 10일에도 발송된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일요신문’은 비대위 발족과 관련한 입장을 듣고자 대한가수협회 측과 통화를 시도했으나 어떠한 답변도 듣지 못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