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일부 지역의 한국행 단체관광을 추가로 허용하면서 시장의 한중 해빙 효과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3월 크루즈선을 타고 부산항에 입항한 중국인 관광객 모습. 연합뉴스.
중국은 지난 7일 충칭지역 중국인들의 한국행 단체관광을 허용했다. 이로써 중국인들의 한국행 단체관광이 허용된 지역은 베이징, 산둥, 우한, 충칭 총 네 곳으로 늘었다. 이번 허용은 지난해 11월 베이징과 산둥, 지난 5월 3일 우한지역 관광 제한을 푼 것에 뒤이은 조치다.
중국의 이러한 태도 변화는 한국 정부의 지속적인 단체관광 제한 해제 요구에 중국이 화답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3월 방한한 양제츠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은 이 문제를 조기에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전하며 단체관광 추가 허용 등을 암시했다. 일각에선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차이나 패싱’을 우려한 중국이 나름의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조만간 다른 지역도 관광 제한을 풀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시장의 기대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실제 기업들은 크게 동요하지 않고 있다. 지난 3곳과 마찬가지로 충칭지역 단체관광 허용에도 적잖은 제한 조건이 붙어서다. 중국은 한국 관광 상품에 전세기·크루즈 운항 등을 포함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롯데호텔·면세점 이용을 금지했으며 할인 판매와 광고·홍보 등 판촉활동도 불허했다. 한국 관광 상품 판매 권한은 온라인 여행사를 제외한 오프라인 여행사에만 부여했다. 이런 이유로 기업들은 사실상 관광 제한이 풀린 것이 아니라고 평가한다. 업계에선 “적어도 단체비자 발급, 전세기·크루즈 이용, 온라인 상품 판매, 이 3가지가 명확히 허가돼야만 중국 단체 관광 규모가 예년 수준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은 이번 단체관광 허용과 관련해 롯데 면세점·호텔의 이용을 금지하는 등의 각종 제한 조건을 붙였다. 최준필 기자
면세업계 반응도 다르지 않다. 허용에 단서처럼 달린 조건들이 시장 반등을 제한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한 면세업체 관계자는 “한 번에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전세기·크루즈 운항이 허가돼야만 상품 가격을 저렴하게 형성해 모객에 성공할 수 있다”며 “우한, 충칭은 관광 수요가 적은 곳으로 상하이가 위치한 화동이나 광둥 지역까지 제한이 풀려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면세업체 관계자는 “상황이 이렇다보니 당장 중국의 관광 허용보단 급변하는 관광 트렌드 등에 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설사 단체 관광이 전면 허용돼도 예전 관광 분위기가 다시 조성되긴 힘들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중이 갈등을 겪는 동안 중국인들의 소비방식이 변화했기 때문이다. 과거 중국인들이 한국을 찾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는 쇼핑이었다. 하지만 중국 사드 보복이 시작되면서 다이궁(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농산물과 면세품 등을 소규모로 밀거래하는 보따리상)들이 쇼핑에 대한 중국인들의 갈등을 해소시켰다. 다시 말해 중국 시장에 한국 재화를 접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 것이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최근 중국인을 대상으로 몇 가지 상품을 온라인에 올렸지만 실질적으로 판매된 건 없었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항공업계도 이렇다 할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관광 제한을 푸는 등의 조치는 작년부터 지속돼 왔으나 이에 따른 수요 증가는 없었다”며 “앞으로 추이를 지켜볼 뿐”이라고 설명했다. 수요가 급증한다 해도 항공선을 다시 중국행으로 변경하기까진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최근 중국인 입국자 수가 늘어나 시장에 훈풍이 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 3월 중국인 입국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11.8% 증가한 40만 명을 기록하며 13개월 만에 증가세를 보였다. 그러나 한국여행업협회 관계자는 “단체 관광객이 아닌 개별 관광객이 늘어난 것”이라며 “시장 반등을 위해선 결국 여러 제한이 해제된 후 숙박·요식·유통산업 수익 등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단체 관광객이 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관광공사는 중국의 잇단 허용 조치가 우리나라 관광산업의 질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라고 평가했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중국 단체 관광객의 급증으로 양적 성장엔 성공했지만 다이궁과 싼 값에 입국하는 중국인들의 증가로 질적 문제가 제기돼 왔다”며 “업계 목소리에 공감하지만 한편으론 양적 성장과 질적 성장을 동시에 꾀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성진 기자 reveal@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