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욱 TNS홀딩스 대표가 홍보를 위해 유명인들과 자선 골프에 나선 모습. 사진=TNS홀딩스 피해자 제공
1심에서 강 씨가 징역 17년을 선고 받았지만 여전히 피해자들은 고통받고 있다. 피해 금액도 돌려 받지 못했고 비슷한 사건과 비교해 피해 액수가 더 큰 데도 형은 더 적게 나왔기 때문이다. 또한 강 씨와 함께 공범으로 기록된 김준환 티앤에스파트너스 전 대표는 징역 5년 4개월, 임진성 다온디바이드 대표는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강 씨에 비해 TNS홀딩스 중역들은 상대적으로 적은 형량을 받은 점도 피해자들의 마음을 분노케 하고 있다.
TNS홀딩스는 선물, 옵션 거래 등으로 9% 이상의 확정 수익을 주겠다고 약속한 뒤 고객 돈을 유용한 사기 사건이다. 강 씨는 투자 전문가임을 내세워 1년에 최소 20% 이상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다. TNS홀딩스에서 근무했던 A 관계자는 “투자금 모집 시 6개월 상품은 4%, 1년 상품은 8% 수수료를 받았다. 또한 모집금액에 따라 해외여행도 보내줬다”고 귀띔했다. 투자금 모집 시 4~8% 정도의 높은 인센티브 때문에 영업팀은 적극적으로 돈을 유치했다. 하지만 영업팀 많은 사람도 실제로 TNS홀딩스에 투자하면 확정수익이 지급되는 것을 보고 자신의 돈에다 주변 친척 돈까지 모두 투자한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지난 2014년 말경부터 시작된 TNS홀딩스는 약 3년간 고객 돈으로 수익을 주고 그 수익을 보고 새로운 고객을 모으는 폰지 사기 형태를 취했다.
TNS홀딩스는 전형적이지만 그럴 듯한 방법으로 투자자 마음을 홀렸다. 먼저 연예인이나 정치인 등 유명인을 동원했다. TNS홀딩스 대표인 강태욱 씨 부인이 배우 엄수진 씨다. 엄 씨는 ‘엄마가 뿔났다’, ‘연개소문’ 등에 출연한 바 있다. 피해자들은 엄 씨를 통해 TNS홀딩스 행사에 연예인 여러 명이 찾아왔다고 주장한다.
강태욱 씨가 설립한 TNS그룹 조직도.
‘일요신문’이 입수한 TNS홀딩스 사진을 보면 배우, 개그맨 등 연예인뿐만 아니라 B 서울대학교 전 총장까지 TNS홀딩스 행사에 참여했다. TNS홀딩스는 단일 회사가 아니다. 잘나가는 회사처럼 보이기 위해 세븐엔젤스 홀딩스, 트러스트 앤 스마일, TNS스포테인먼트 등 10여 개의 다양한 회사 이름을 내세워 TNS그룹으로 꾸몄다. 다양한 회사 행사에는 연예인을 투입해 신뢰를 획득했다.
‘사회공헌’도 투자자의 신뢰 획득의 수단이었다. 강 씨는 ‘나눔이 있는 기업’을 기업가치로 내세웠다. 국내를 넘어 해외까지 봉사활동을 다니며 ‘믿을 만한 기업’으로 포장했다. 배우자인 엄수진 씨를 ‘트러스트 앤 스마일’의 비영리 자선재단 이사장으로 내세워 자선 콘서트 등 행사도 진행했다. 자선행사에도 역시 가수, 연기자, 영화감독, 전 메이저리거 등 스포츠 스타가 동원됐다.
강태욱 씨 스스로도 적극적으로 유명세를 얻기 위해 노력했다. 강 씨는 각종 상을 수상했다. 2015년 한 협회가 선정한 신창조인으로 선정되거나 나눔이 있는 기업 CEO로도 선정됐고 잡지 등 언론에 ‘나눔이 있는 CEO’로 소개되기도 했다. 여기에 각종 증권사 투자대회 수상 경력도 추가됐다. 피해자들은 투자설명서에 포함된 기사와 협회의 수상 내역 등을 믿고 투자했지만 결국은 사기로 드러났다.
흥미로운 점은 이번에 드러난 강 씨의 행적이다. 강 씨의 범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1년 J 증권에서 근무하던 강 씨는 주식투자로 입은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고객예탁금 약 14억 원을 횡령해 주식투자에 쓴 혐의로 한 차례 처벌받은 바 있다.
TNS홀딩스 초기에는 강 씨도 돈을 유치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선 흔적도 포착됐다. 강 씨는 각 대학의 MBA 과정도 적극적으로 이용했다. 서울대, 카이스트 등 국내 유수의 명문대들 MBA 과정에 계속 참여해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돈을 모았다. 각 대학에서 만난 학우들에게 돈을 받아 폰지 사기 초기 자금으로 썼다.
강태욱 씨가 구치소에서 피해자들을 위해 기도하겠다며 보내온 편지.
실제 지난해 경찰 수사망이 좁혀 오자 TNS홀딩스의 민낯이 드러났다. 강 씨는 직원들에게 ‘경찰이 강압수사를 한다’고 말하며 탄원서를 써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오히려 경찰 수사 때문에 계좌가 막혀 고객 돈을 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다온’이라는 또 다른 실체 없는 투자회사에 돈을 투자하라고 권유했다. 피해자들은 그의 말을 믿고 다온에 돈을 넣었다. 마지막까지 투자자들을 쥐어짜낸 셈이다.
그는 구치소에서 한 피해자에게 ‘피해자 및 팀장 님(영업직원)들의 고통에 대하여 현실적으로 제가 도움을 드릴 수 있는 방법이 없기에 이곳에서 진심으로 회개하고 용서를 구하며 그 분들 마음에 평화를 찾을 수 있도록 기도 드리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최소한의 양심이라고 생각한다”는 편지를 보냈다. 한 피해자는 “기도가 아니라 그가 숨겨둔 재산을 내놓는 것이 최소한의 양심이다”라고 호소했다. 피해자들은 형사소송에 이어 곧 민사 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