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남 트레이너와 인천 신한은행 가드 유승희. 최준필 기자
[일요신문] 세계 최고의 농구선수 중 한 명인 르브론 제임스는 몸 관리를 위해 자신의 주머니에서 수백만 달러를 쓰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같은 지출에는 볼 핸들링, 드리블 기술 등을 향상시키는 일종의 ‘농구 과외’ 스킬트레이닝도 포함돼 있다. 제임스 외에도 케빈 듀란트, 스테판 커리 등 NBA 슈퍼스타들 사이에서도 보편화된 스킬트레이닝은 국내에서도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2017-2018 프로농구 시즌이 플레이오프 일정까지 마무리되고 약 한 달이 지났다. 지난 10일 경기도 하남시에 위치한 ‘스킬 팩토리’ 체육관은 농구 시즌 못지 않게 마루바닥에 농구공 튕기는 소리와 선수들의 함성 소리로 요란했다. 김선형(서울 SK), 김종규(창원 LG), 이정현(전주 KCC) 등 국가대표 스타들도 이곳을 자주 찾는다.
스킬트레이닝 현장. 최준필 기자
기본적인 풋워크, 드리블 훈련부터 플로터, 스텝백 등 기술적인 슈팅훈련도 이어졌다. 훈련에 임하는 선수들의 셔츠는 어느새 땀으로 흠뻑 젖었다. 그러면서도 선수들은 얼굴에 미소를 잃지 않았다. 힘들지만 훈련을 즐기는 눈치였다.
박대남 트레이너는 “선수들이 훈련을 즐겁게 하고 있다”며 “현재 남녀 프로농구는 외국인 선수가 중심이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국내 선수들의 경우 대부분이 외국인 선수를 위한 패스, 스크린, 수비, 희생 등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그 선수들도 학창시절에는 30점 이상 득점을 올리던 선수들이다. 여기선 팀에서 하지 않는 것들을 하다보니 ‘재밌다’는 말을 많이 한다”고 전했다.
지난 2017-2018 시즌은 스킬 팩토리 트레이너들에게 더욱 특별한 시간이었다. 여름 내내 이들에게 집중 지도를 받은 원주 DB 포워드 김태홍이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냈기 때문이다. 식스맨 생활을 전전하던 김태홍은 정규리그 우승팀 DB의 당당한 주역으로 발돋움했다. 시즌 직후 시상식에서 받은 기량발전상은 ‘덤’이었다. 역대 최고령 기랑발전상 수상자였다. 박대남 트레이너는 “태홍이는 고등학교 후배이기도 해서 더 각별한 마음이 드는 선수”라면서 “본인이 누구보다 열정을 가지고 준비했다. 너무 좋은 결과가 나와서 우리도 뿌듯했다. 다만 너무 잘나가다보니 요즘 좀 변한 것 같다”며 웃었다.
스킬트레이닝은 아직 국내에 도입된 역사가 길지 않다. 트레이너들도 현실에 안주하기보다 새로운 기술이나 교육과정을 받아들인다. 미국 본토의 트레이너와 교류하고 기술을 배우려는 노력이 이어진다. 박대남 트레이너는 “그간 국내 농구계가 LA 쪽 트레이너들과 접촉을 해왔다. 그래서 다른 이들을 만나보고 싶어서 무작정 뉴욕으로 떠났다. 트레이너들에게 메시지를 보냈고, 일부와 연결이 됐다. 5명의 NBA 트레이너에게 배웠다. 올해도 미국에 나갈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농구계는 지난해 여름부터 60일의 단체훈련 금지기간 제도가 신설되며 선수 개인의 준비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비시즌 스킬트레이닝은 필수적 요소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단체훈련 금지기간 도입 초기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구단들도 있었다. 하지만 연맹의 확고한 의지에 구단도 이를 엄격히 지키는 문화가 정착되고 있다. 박 트레이너는 “과거엔 휴식기간이 짧다보니 선수들도 놀기에 바빴던 것이 사실이다. 나도 선수생활을 해봤다(웃음)”면서 “이제는 60일의 휴식기간 중 첫 한 달은 가족,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이후엔 다들 몸 관리를 하는 문화가 자리잡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제도·문화 변화에 맞는 커리큘럼이 선수들에게 제공되고 있다. 선수들의 만족도도 높다. 이날 훈련을 마친 기승호는 “처음에는 스킬트레이닝을 선택하며 망설이기도 했다. 나도 나이가 있고 나만의 루틴이 망가질까 걱정했다”면서 “하지만 실제 해보니 똑같은 농구지만 잊고 있었던 부분이나 신경쓰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 잘 배우고 간다”고 소감을 전했다.
최진수는 매년 스킬트레이닝 체육관을 찾는 ‘단골 손님’이다. 그는 이곳을 찾는 이유로 배울 수 있는 부분이 많은 점을 꼽았다. “농구가 팀 운동이지만 개인이 잘해야 팀도 좋고 개인에게도 좋은 것 아닌가”라며 “여기선 개인적으로 움직일 수 있기에 좀 더 디테일한 면을 신경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스킬트레이닝 현장. 최준필 기자
스킬트레이닝이라고 해서 화려한 기술들만 연마하는 것은 아니다. 경기에 필요한 동작을 몸이 기억하도록 익히고 체력 단련도 병행한다. 국내 도입 초기에는 안좋은 시선으로 바라보던 ‘주류 농구계’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만수’ 유재학 감독도 휴식기를 이용한 스킬트레이닝을 선수들에게 권유한다. 구단 차원에서 트레이너를 초청해 훈련을 진행하기도 한다. 스킬 팩토리는 지난해 여름 부천 KEB하나은행, 올해는 타 기업에 인수될 구리 KDB생명의 초청을 받았다. 한성희 스킬 팩토리 디렉터는 “구단에서도 스킬트레이닝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앞으로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최진수·김민욱의 훈련 영상. 영상제공=스킬 팩토리 유튜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