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선에 도전하는 남경필 경기지사가 문재인 정부와 연정 의지를 드러냈다. 그가 이같은 파격 발언을 한 배경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박은숙 기자
9일 예비후보 등록으로 재선에 도전한 남경필 지사는 최근 문재인 정부에 우호적인 발언으로 보는 이들을 의아하게 했다. 그는 이날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하며 “경기도와 대한민국의 성장을 위해 문재인 정부와 경제 연정, 일자리 연정을 하겠다”고 밝혔다.
남 지사는 아울러 “북한 비핵화와 남북평화 장착을 향한 문재인 정부의 노력에도 협조하고 접경지역 경기도의 특성을 살려 ‘핵 없는 북한’과의 담대한 협력 방안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행보에 반기를 드는 한국당의 현재 기조와는 완전히 배치되는 입장이다.
이어 그는 ‘문재인 정부와의 연정’에 이어 “보수 혁신과 중도보수 통합, 그리고 진보와의 연정으로 대한민국을 하나로 만들겠다”며 보수에서 진보진영까지 아우르는 연정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이 자리에서 남 지사는 홍준표 한국당 대표와 거리를 두는 것에 대해 “홍 대표의 선거가 아니고 광역지자체, 기초지자체 후보의 선거다. 후보에게 맡겨달라”며 다시 한 번 자신의 존재감을 강조했다.
남 지사의 이 같은 입장은 현재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로 이번 지방선거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유리한 상황에서 문 대통령을 비판해봤자 얻을 것이 없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홍 대표의 잇단 남북정상회담 비하발언에 비판이 거세지자 남 지사는 위기감을 느낀 나머지 홍 대표와 차별화하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남북정상회담에 대해선 보수 성향의 유권자들도 지지하는 마당에 선거를 앞둔 정치인으로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것이다.
남 지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놀랄 것 없다. 저는 문재인 대통령을 직접 만나서 두 번이나 일자리 연정을 제안해 왔고, 이번 선거 당선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 전부터 꾸준히 주장해왔던 것이다. 문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이던 시절에도 경기도청을 방문해서 저와 이런 이야기를 나누곤 했었다”며 “(민주당 지지자 표를 끌어오기 위한 것은) 아니다. 그건 확대해석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남 지사는 ‘혹시 홍 대표와 차별화하기 위한 전략인가’라는 질문에 “차별화해야지”라고 웃으며 답했다. 이어 “대표가 국민들 인식과 동떨어진 말을 하는데 국민들 입장에선 칭찬할 건 칭찬하고 잘못한 건 잘못했다고 해야 균형이 맞고 지지를 받을 수 있지 않겠나. 그래서 대표에게 너무 그러지 말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남 지사 선거 캠프 관계자도 기자와의 통화에서 “남 지사는 이전부터 경제를 위해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쳐 왔다. 문재인 정부가 막 출범했을 때에도 협치를 주장했는데, 지금까지 이어져온 것일 뿐”이라며 “최근 이 같은 발언이 유독 주목받는 것은 민주당 내부 분위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